인간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문화적 금기 중 하나인 식인 풍습이 왜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등장했으며, 동시에 왜 그토록 철저히 금지돼 왔는지에 대한 진화론적 해답이 제시됐다. 6월 30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식인 행위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영양학적 이득과 감염 위험 사이의 정교한 ‘생존 상충 관계’의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doi: 10.1073/pnas.2605120123
연구를 설계한 미하우 미시아크 폴란드 브로츠와프대 심리학연구소 연구원과 페트르 투레체크 체코 카렐대 철학 및 과학사학과 교수는 식인 풍습을 에너지 획득과 감염이란 비용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수리 모델을 구축했다.
인간이 병든 인간을 먹을 때, 병원균은 이미 인간의 생리학적 환경에 이미 완벽하게 적응된 상태라 다른 종을 섭취할 때보다 감염 확률이 훨씬 높다. 연구팀은 이를 ‘종내 감염’이라는 변수로 설정해, 식인을 통해 얻는 에너지 이득과 이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사냥 및 소화 에너지 비용 등을 인구 역학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식인 풍습은 극심한 식량 부족 상황에서 불을 이용한 조리가 가능해 초기 감염 위험이 통제 가능한 수준일 때만 제한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득은 극히 좁은 생태적 조건에서만 유효했다.
식인을 한 인간을 또 다른 인간이 섭취하는 연쇄가 길어질수록, 인체에 적응한 병원균의 전파 위험이 폭증했다. 불을 사용해 고기를 익혀 먹으면 병원균이 죽어 초기 감염 위험을 약 100분의 1로 낮출 수는 있지만, 반복된 식인에 따라 전염병 위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위험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 즉, 식인 행위가 지속될수록 집단 전체가 치명적인 전염병 위협에 노출돼 인구 붕괴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류 사회에 널리 퍼진 식인 금기가 단순한 도덕적 관념을 넘어, 급증하는 전염병 위협으로부터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적응적 문화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시아크 연구원은 “역학적 역동성이 어떻게 문화적 진화를 형성하고, 집단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제한하는 안정적인 규범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