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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문학동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과학과 인류의 경로를 조금 먼저 내다본 사람

    광대한 여정
    생명의 역사와 꿈꾸는 존재의 탄생
    로렌 아이즐리 지음│조은영 옮김│문학동네│304쪽│1만 9000원

     

    ‘광대한 여정’은 로렌 아이즐리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인류학 및 과학사 석좌교수가 1957년에 출간한 과학 에세이다. 1907년에 태어나 1977년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이자 첫 저서다.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뉴욕 타임스’ ‘사이언스’등 언론의 상찬을 받았고,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이즐리를 “모든 작가의 작가”라고 칭송했다. 미국 각지에서 화석을 발굴하며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진화를 연구해 온 여정을 돌아보는 이 책의 시선과 문체는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로 이어진 ‘글 쓰는 과학자’의 명징한 원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즐리로부터 세이건에 이르는 계보를 그리자마자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의문도 있다. 1957년에 미국의 중견 인류학자가 쓴 ‘광대한 여정’을 지금 과학 에세이로서 읽을 이유가, 즉 시의성이 있을까? 이런 물음은 이 책이 다름 아닌 ‘과학’ 에세이여서 쉽게 떠올릴 수 있고, 그래서 더 예리하다. 이제는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시대적 한계를 고려하며 읽는 과학 고전으로 인정받는데, 그 고전의 발원지가 이 책이라니. 너무 낡은 과학에서 멈춰 있지는 않을까.


    물론 이 책에는 그렇게 오래된 과학도 있다. 당연하다. 이 책이 나온 해에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유전 정보 전달의 결정적 단서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것도 고작 4년 전의 일이었다. 심해 생태계나 생명 진화에 대한 이 책 속 ‘현대’ 생물학과 인류학의 오류는 광대한 여정을 읽는 여행자라면 피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이다. 기분에 거슬리고 때로는 집착하게 만드는 사건이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그렇다면 ‘광대한 여정’이 여전히 과학 에세이로서 시의성을 발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현대 과학이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는 어떤 길로 갈 수 있고 가야 할지를 내다보는 아이즐리의 통찰력과 상상력이 그것이다. 저자가 연구와 일상의 구체적 경험을 현대 과학의 시공간과 섬세하게 중첩한 덕분에, 독자도 자신이 경험하는 현재의 과학이 과거의 저자가 내다본 과학의 경로와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 생각하며 읽게 된다. 아이즐리의 글이 독자도 앞으로 자신이 과학과 함께 갈 길을 내다보고 꿈꾸도록 이끄는 셈이다. 초기 인류의 머리뼈 화석을 위조한 희대의 과학 사기극으로 알려진 ‘필트다운인 스캔들’에서 인간 뇌 진화에 관한 과학사의 본질을 통찰한 6장, 연구와 일상의 경계에서 어떤 과학적 상상이 가능한지 아이즐리가 새와 함께 보여준 11장은 그 선명한 예시다.

     

    ▲모어사이언스, GIB

     

    가장 치열한 논쟁을 향한 과학적 찬사

    우리는 어쩌다 과학을 믿게 되었을까
    노벨 물리학상으로 읽는 의심과 논쟁, 합의의 역사

    이근희, 김갑진 지음│모어사이언스│372쪽│2만 2000원

     

    신간 ‘우리는 어쩌다 과학을 믿게 되었을까?’는 표지부터 흥미로운 점이 많다. 질문을 던지는 제목도 그렇거니와, 적극적인 과학적 소통으로 과학동아 독자에게도 친숙한 김갑진 KAIST 물리학과 교수와 제자인 이근희 KAIST 물리학과 연구원이 함께 썼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은 정설 중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구를 중심에 놓고 의심과 논쟁의 과학사를 깊이 살펴본다는 점이었다.


    과학을 정설과 반론이 오가는 논쟁의 역사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익숙하더라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의 전후에서 수많은 의견이 끊임없이 충돌했다는 점은 다른 의미에서 자극적일 수 있다.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물리학 연구라면 처음부터 큰 이견이 없을 것만 같은데 누가, 어째서 의심과 논쟁을 제기했는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결국 어떻게 이 연구를 ‘믿게’ 됐는지가 우선 궁금했다. 이 책은 이런 의문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과학사를 좀 더 깊고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에게 특히 즐거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다 과학을 믿게 되었을까?’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따로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과학자들이 끝까지 의심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이다. 현대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사 속의 논쟁은 의견들이 충돌하는 쟁점과 모든 의견이 수용하는 전제, 둘 모두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1905년 필리프 레나르트부터 1921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거쳐 1954년 발터 보테까지, 빛의 정체를 입자에서 파동으로 다시 입자이자 파동으로 보게 된 노벨 물리학상의 역사도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증거를 수용하는 데 합의한 과학적 전제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이 과학을 믿으려면, 과학을 의심하는 과학자들이 있어야 한다. 과학 연구는 과학자가 그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타인의 연구와 논쟁하는 과정임을 ‘우리는 어쩌다 과학을 믿게 되었을까?’는 노벨 물리학상의 120여 년 역사 속에서 보여준다. 

     

    ▲김영사

     

    어두운 기억을 바꾸면 삶은 밝아질까

     

    엘살바도르 출신인 미국의 젊은 신경과학자가 기억 조작 연구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기억 조작의 의미를 과학적·철학적으로 살펴보면서, 가장 소중한 동료 과학자를 잃은 슬픔, 미국의 이민자·소수자로서 겪은 어려움과 성장 같은 자신의 내밀한 기억을 교차시킨다. 저자는 광유전학이라는 도구로 쥐의 기억을 정교하게 조작한 연구자이자 자신의 어두운 기억을 직시해서 변화시킨 개인으로서, 기억을 새로 정의해 온 입체적 경험을 들려준다.
     

    기억을 바꾸는 법 | 스티브 라미레스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432쪽│2만 4800원

     

    ▲한겨례출판

     

    예술과 의술을 함께 감상하는 박물관

     

    해부학자인 유임주 고려대 의대 교수가 의과학사의 ‘혁명의 순간’ 40개를 엄선하고 150여 장의 도판과 함께 구성한 의과학 융합서다. 고대 이집트 문자부터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초상화, 현미경이 처음 포착한 미생물의 세계, 암유전자와 줄기세포까지 생명을 탐구해 온 인류의 여정을 다채로운 시각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작은 발상과 의문에서 혁신적인 발견과 발명이 도출된 의학사의 큰 흐름과 연구자의 태도까지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비주얼 의과학사 | 유임주 지음│한겨레출판│452쪽│2만 5000원

     

    ▲에코리브르

     

    인간과 동물보다 복잡한, 둘의 관계

     

    이 책의 주제는 “도덕적으로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다른 종들과 맺는 관계는 인간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이다. 저자는 인간이 이 세계를 공유하는 동물, 즉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 혐오하는 동물, 먹는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깊이 살펴본다. 같은 세상을 공유하는 생명체들이 인간에게 던지는 도덕적 딜레마를 직시하며 해결 방향을 고민하는 점도 돋보인다. 2010년 초판 이후 인간동물학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한 2021년 개정판을 번역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 혐오하는 동물, 먹는 동물 | 할 헤르조그 지음│에코리브르│520쪽│2만 9500원

     

    ▲사이언스북스

     

    가장 정교하고 찬란한 화학 지도

     

    주기율표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장 정교한 지도다. 이 책은 인류가 발견, 분리, 합성해 온 118가지 원소를 발견 순서에 따라 살펴보는 대백과사전이다. 책은 원자, 주기와 족, 원소의 기원과 존재 비율, 화학 결합, 방사성 붕괴 등 주기율표의 기본 개념에서 출발해, 원소의 발견 과정, 물리·화학적 성질, 인체와 문명에 미친 영향까지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원소 하나하나가 어떻게 세계를 구성하고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지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주기율표 | DK『주기율표』편집 위원회 지음│이경아 옮김│이정모 감수│사이언스북스│288쪽│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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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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