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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 2026에 참석한 한국 대표팀(왼쪽)과 필자(위). 필자는 친구와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도 작동하는 재난 인식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연구해 ISEF 2026에 참여했다.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는 전 세계 고등학생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 과학 연구대회입니다. 2026년 5월, 과학동아 독자 한 명이 한국 대표팀으로 선발돼 미국에서 열린 ISEF에 다녀왔습니다. 그 주인공, 송승민(서울 여의도고 2학년) 학생이 ISEF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과학동아에 직접 전했습니다.

 

재난 감지하는 AI 보여주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행 비행기를 타다

 

5월 13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발표날의 하루는 설렘과 긴장으로 시작됐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한국에서 준비해 온 양복을 차려입고 생각을 정돈했다. 긴장한 채로 마지막까지 발표 내용을 머릿속으로 점검하느라 거의 잠을 설쳤다. 1년간 노력한 내 연구를 드디어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라는 세계 무대에서 선보일 시간이었다.


ISEF는 전 세계 고등학생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각국의 전문가 심사위원들과 토론하며 교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 과학 연구대회다. 매년 미국에서 개최된다. 2026년에는 67개국에서 선발된 1726명의 학생 연구자가 ISEF에 참가했다. 한국 대표팀은 총 27개팀 54명의 학생 연구자로 구성됐다.


ISEF는 약 일주일간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연구 부스를 설치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행사가 핵심이다. 나는 지난 1년 간 친구와 함께, 인터넷 연결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산불, 홍수, 붕괴와 같은 재난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우리는 이 연구로 한국과학기술경진대회(KSEF)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ISEF 2026 한국대표팀에 뽑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예상보다 기술적이고
생각보다 인간적이었던 심사

 

피닉스 컨벤션 센터에 들어간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ISEF의 규모였다. 행사장 안에 총 1383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각 부스에서는 학생들이 발표를 연습하거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부스는 연구 분야별로 같은 구역에 배치되고, 참가팀마다 각각의 부스가 배정되는 방식이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로보틱스&지능형 기계(Robotics and Intelligent Machines)’ 분야에 속했다.


모든 참가자들이 준비로 분주한 동시에 긴장된 마음으로 심사위원이 언제 우리 부스로 올지 궁금해했다. 마침내 한 심사위원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승민입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웃으며 자기소개를 하니 심사위원도 따듯한 미소로 ”만나서 반가워요” 답례를 건냈다. 이어 5분 동안 연구 발표가 가능한지, 혹은 질문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심사는 이 짧은 대화로 시작되고 반복됐다. 악수와 자기소개, 발표 방식 결정, 그리고 연구 이야기다. 


ISEF 심사위원은 미국의 대학 교수뿐 아니라 국립연구소와 정부기관 연구원, 여러 기업 연구소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연구의 독창성과 창의성뿐만 아니라 과학적, 공학적 사고 과정, 실험 및 연구 설계의 타당성, 데이터 분석과 결과 해석, 연구에 대한 이해도와 발표 능력, 질의응답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심사에서 각 연구 분야별로 우수 연구를 뽑는데 수상자에게는 상금뿐 아니라 장학금, 대학 연구 프로그램 참가 기회, 기업 및 연구기관 인턴십, 국제 학술행사 초청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심사위원은 “버추얼 부스(본 대회 전 온라인으로 자신의 연구를 공개하는 디지털 전시)를 인상 깊게 봐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 연구에 관심을 갖고 방문했다는 말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심사위원은 개괄적인 연구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어떤 데이터셋을 어느 정도 크기로 어떻게 학습시켰나요?” 다행히 예상 질문 중 하나였다. ISEF를 준비하면서 3분, 5분, 10분 버전의 발표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예상 질문도 50개 이상 준비했다. 답변 역시 한글 버전과 영어 버전 모두 정리해뒀다. 발표와 질문을 준비하며 연구자는 연구 내용을 어떻게 잘 설명할지 고민해야 하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어떤 궁금증을 품을지, 또 이를 어떻게 해소해 줄지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여러 차례 심사가 이뤄지면서 거의 모든 심사위원이 ‘프로그래밍 세팅’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프로그래밍 세팅이란 AI를 어떤 방식으로 학습시켰는지 결정하는 여러 조건이다. 이런 질문이 놀라웠던 것은 다른 분야의 연구자로 보이는 심사위원조차 모델의 구현 과정과 학습 설정 등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질문이 단순히 실험과 결과를 검증하는 게 아니라, 학생 연구자가 정말로 이 연구를 이해하고 구현했는지 함께 확인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ISEF 2026에 참가한 전 세계 학생 연구자들이 자유로운 교류를 위해 모였다. 미국답게 야구장인 애리조나 체이스 필드에 모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경쟁이 아닌 축제의 현장
감탄을 넘어 강한 동기부여를 준 ISEF

 

ISEF에 참여하기 전, 나는 재난 감지 시스템 연구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1년여 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AI를 구현하며 연구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사에서 질문들을 받으며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훨씬 더 깊고 세밀한 문제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아, 이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구나’ ‘다음 연구에서는 이 부분도 고려해야 겠다’는 깨달음이 계속해 머릿속을 채웠다. 질의응답을 거치며 함께 연구한 이들과 대화하는 기분도 들었다. 날카로운 질문에 답하며 나도 모르게 내 연구를 더 깊게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 연구자를 평가하거나, 공격하는 듯한 태도의 심사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 연구자들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분위기도 인상 깊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학생들은 방송 카메라가 올 때마다 환호했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적극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이 오지 않을 때마다 근처 부스에 있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원을 만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약 7시간에 걸친 심사가 종료된 후, 행사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대회장 출구 양옆에 가득 모여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좁은 길을 걸어 나가면 목에 걸린 이름표를 보고 내 이름을 불렀다. “승민! 고생했어!” 누군가는 하이파이브를 건네기도 했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상황을 즐겼다.


ISEF 2026은 이렇게 끝났다. 내 연구에 관한 피드백도 좋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수준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특히 뇌파(EEG)를 이용해 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동을 돕는 프로젝트가 인상 깊었다. 놀라움은 감탄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쉽게 수상하진 못했지만 ‘나도 다음에는 이런 부분을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압도감 속에서도 다음 연구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ISEF에 참여한 경험과 심사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내가 앞으로 과학기술 연구자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 학생이란 단어를 떼고 ‘연구자’로서 ISEF 2026을 다시 돌아볼 날이 기대된다. 

 

2026년 5월 15일 열린 ISEF 2026 시상식. 한국 대표팀은 총 5개 팀이 본상 3등상 및 4등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필자의 연구는 아쉽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연구자가 갖춰야 하는 태도와 앞으로의 연구를 향한 열정을 심어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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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송승민
  • 사진

    한국과학기술지원단
  • 에디터

    김태희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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