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와 가뭄,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는 과연 기후의 미래를 어디까지 내다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과학은 ‘기후 모형’이라는 도구로 답해왔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기초를 닦은 기후 모형은 오늘날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과학이다. 그와 앤서니 브로콜리 교수가 펴낸 새로운 책 ‘기후의 과학’은 앞으로 인류가 기후 모형으로 얼마나 먼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지 묻는다.
이산화탄소(CO2) 농도에 따른 고도별 대기 온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 표면에서 방출된 지구 복사 에너지가 이산화탄소에 흡수되는 양도 늘어난다. 1967년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지표면의 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 최초로 계산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증가할 때의 온도 상승폭, 즉 ‘기후 민감도’를 약 2.3℃로 예측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외에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추가 연구해 지표면 온도 상승에 따른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을 담은 기후 모형인 대기 대순환 모형을 1975년에 개발했다.
평생을 기후 모형 연구에 매진한 마나베 교수와 그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던 앤서니 브로콜리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그동안 개발한 기후 모형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연구 여정을 책 ‘기후의 과학’에 담았다. 책에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기후 모형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돼 가는 지금, 지구에서는 인류가 예상치 못했던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지구 시스템이 극단적으로 변화해도 우리는 여전히 기후 모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저자인 브로콜리 교수를 직접 인터뷰했다.
Q.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기후 모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후 모형은 대기 조성의 변화에 기후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는 가상의 실험실입니다. 온실가스 농도 변화와 대기 중 수증기의 양 등이 각각 기온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변인을 통제한 실험을 할 수도 있고, 구름의 양과 빙상의 면적에 따라 기후 민감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알 수 있어요. 이러한 실험을 통해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미래에 대기의 조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그 변화로 어떤 기후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Q.언제 처음으로 마나베 교수와 기후 모형 연구를 진행했나요?
어렸을 때부터 날씨에 관심이 많아 기상학자를 꿈꿨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럿거스대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뒤 1982년 마나베 교수의 연구 그룹에 합류했습니다. 수치 모형을 통해 날씨와 기후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죠.
첫 프로젝트에서 저는 2만 1000년 전 ‘최종 빙기 극대기’의 지구 표면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최종 빙기 극대기는 지구에서 일어난 마지막 빙하기에 빙상이 가장 넓게 분포했던 시기입니다. 빙기와 간빙기의 해양과 육지 표면, 대기의 상태를 비교해 온실가스 증가에 따라 지구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계산했어요. 그 결과 빙기와 간빙기의 해수면 온도 차이를 알아내고, 빙기에 지구 온도 하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Q.책 ‘기후의 과학’은 기후 민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수증기와 해빙, 구름을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수증기 되먹임’이 기후 민감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쳐요. 기온이 상승하면 지표면의 물이 더 많이 증발하고,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늘어납니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지구 복사 에너지를 대기에 가두는 역할을 해요. 그러면 지구 온도가 다시 올라가고 대기 중 수증기 양은 더 늘어나기를 반복하죠.
Q.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많은 지역은 강수량이 더 증가하고,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진다고 쓰셨습니다. 직관과 다른 관찰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가 늘어날수록, 비나 눈으로 내리는 수증기의 양도 많아집니다. 그러면 물이 증발하고 비나 눈으로 내리는 순환이 빨라지면서, 습도가 높은 대기에서 습도가 낮은 대기로 물이 이동하는 순환도 덩달아 빨라집니다.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아열대 지역에서 증발량보다 강수량이 더 많은 고위도, 저위도 지역으로 물이 이동해요. 건조한 아열대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은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되죠.
지역별 강수량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Q.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5차 평가 보고서에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온난화의 지배적인 원인은 인간의 영향이었을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크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인간의 활동은 기후 모형에 어떤 변수를 만들까요? 기후변화 예측이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까요?
기후 모형은 기후의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어떠한 기후 상태에서도 작동하도록 견고하게 개발해야 합니다. 다만 미래에 인간이 배출할 온실가스의 양은 기후 모형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미래에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지 정확히 예측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파악해야 해요. 또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계산해야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요.
Q.책에서는 ‘성능이 제한적인 전자식 컴퓨터를 사용하던 1960 ~1970년대에 기후 모형의 단순화가 중요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보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인공지능(AI)도 활용하는 오늘날에는 어떤 기후 모형이 필요할까요?
기후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단순한 기후 모형부터 미래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복잡한 기후 모형까지 모두 아우르는 ‘계층 구조의 모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기후 민감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빙상 역학’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반영한 기후 모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기후 분야 전문가들이 기후 예측에 활용하는 기후 모형은 빙상의 면적과 두께만 반영하고 있는데, 빙상의 움직임과 붕괴 속도까지 파악하면 해수면 상승이 얼마나 빠르게 많이 일어날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기후 모형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AI는 기후 모형으로 예측한 기후변화 결과를 실제로 발생한 기후변화 관측 결과와 비교하고, 앞으로의 기후변화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