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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술을 구현하는 개발자가 더 많아지길”

전미정 │ 
IDEAMP 최고기술책임자(CTO)
유튜브 채널 ‘친절한 AI’ 운영자
마이크로소프트 AI MVP
케라스 코리아 운영자

 

취향껏 꾸민 내 방이나 커피 향이 좋은 동네의 카페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며 인공지능(AI)을 공부하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다. 틈틈이 빵도 굽고 고양이와 침대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누릴 줄 아는 전미정 아이디어앰프(IDEAMP)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일상이다. IDEAMP는 모바일 앱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현재 5개 이상의 앱을 애플스토어에서 배포 중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IDEAMP가 제작한 앱을 사용하고 있다.

 

긴 여행의 끝엔 개발자의 길이 있었다


“처음엔 대학에서 전공한 나노과학 분야에 취업을 해서 실력도 인정받으면서 열심히 회사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반복되는 생활과 정해진 업무에 회의가 들며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긴 여행을 떠났어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며 시작된 여행은 모스크바를 거쳐 북유럽까지 이어졌다. 100일이 넘는 여행 뒤, 그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착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보며 추억을 곱씹는데 이 사진이 언제, 어디서 찍은 것인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여행 경로와 사진을 함께 기록할 수 있는 앱을 찾았죠. 아무리 검색해봐도 마음에 쏙 드는 앱이 없었어요. ‘내가 직접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앱 개발을 배우는 학원부터 등록했다. 그는 당시를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언어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컴퓨터 용어 하나하나가 낯설었다. 생소한 용어가 나와 설명을 찾아보면 다시 모르는 용어가 등장했고, 그 용어의 설명을 찾으면 또 모르는 용어가 등장했다.


정공법을 택했다. 알 때까지 찾아보고, 부족하면 더 오랜 시간 공부했다. 3개월 간의 학원 수업이 끝난 뒤 그는 학원 동료들과 여행 기록 앱을 개발했다. 


“이 경험으로 모바일 앱 개발이 저와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개발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계속하다 보면 나만의 길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도 봤죠.”


그는 메모 앱 ‘블링크(Blink)’를 가장 애착이 가는 앱으로 꼽았다. 블링크는 직관적이고 빠르게 메모를 확인할 수 있어 활용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블링크는 처음으로 혼자 개발한 앱이에요. 출시하고 우연히 지하철에서 블링크를 사용하는 여성분을 봤는데 제 아이디어와 노력이 담긴 앱을 누군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더군요.”

 

더 많은 여성 개발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지금은 IDEAMP뿐만 아니라 케라스(Keras) 코리아의 운영진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케라스는 컴퓨터 언어의 일종인 파이썬으로 작성된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다. 딥러닝을 쉽고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다. 케라스 코리아는 케라스 사용자들의 커뮤니티로 현업 개발자보다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 교사, 회사원 등 아마추어 개발자가 더 많다. 그는 “케라스 코리아가 단순히 기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 상상해 보는 즐거운 공간이면 좋겠다”며 “꼭 개발자가 되지 않더라도 케라스 코리아에서 배운 인공지능 기술을 자신의 일터에 적용해 삶이 더 다이내믹하고 즐거워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연을 통해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제 강연에서 ‘당연히 아는 것’은 없어요. 제가 딥러닝을 배워 모바일 앱에 적용했듯이 청중들도 이 기술을 업무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도전하길 권유해요.”


개발자 사회에는 아직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그는 더 많은 여성이 개발 분야에 진출하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 여성 개발자도 꽤 많은데 아직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여성은 드물다”고 말했다. “어느 날 발표를 마치자 한 여성 개발자가 찾아와 자신도 강연을 해보는 게 꿈이라고 하더군요. ‘모두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테니 주저 말고 들려달라’고 응원했어요. 정확히 1년 뒤 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유롭고 즐거운 개발자의 길을 이어갈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바일 앱은 우리 삶에 깊이 자리잡았어요. 삶과 거리가 먼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삶과 맞닿아 있는 따뜻한 개발자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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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 에디터

    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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