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난이도 | 한 페이지 뉴스
표준우주모형은 우주가 어떻게 구성됐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표준우주모형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5%에 불과하다. 68%는 암흑에너지, 27%는 암흑물질로 구성돼 있다. 암흑물질은 빛과 반응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으며 정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다. 그 분포는 빛이 중력장에서 휘어져 보이는 중력렌즈 현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마시모 메네게티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원 볼로냐천체물리관측소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HST)과 초거대망원경(VLT)으로 초거대 은하단 MACSJ1206 등 3개의 은하단을 관측하던 중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수십 배가량 강한 중력렌즈 현상을 발견했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초거대 은하단 사진에는 은하단이 일반적으로 만들어내는 중력렌즈 현상뿐만 아니라, 은하단 중심부에서 만들어낸 소규모의 중력렌즈 현상이 다수 포착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은하단 전체의 중력렌즈 현상은 연구팀이 예상한 것보다 수십 배 강한 적색편이 현상을 나타냈다. 빛의 파장이 늘어나 보이는 현상인 적색편이는 중력렌즈 효과가 강할수록 크게 나타나 중력렌즈 효과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이런 강력한 중력렌즈 현상을 표준우주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관측한 은하단과 유사한 거리와 질량을 가진 가상의 은하단을 가정해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관측된 것과 같은 강력한 중력렌즈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표준우주모형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암흑물질의 알려지지 않은 특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메네게티 연구원은 “은하단은 우주를 연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연구실과 같다”며 “이번 연구는 암흑물질에 대해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9월 11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126/science.aax5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