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길바닥에 물을 뿌리면 수분이 증발하며 주변이 시원해진다. 기화열을 이용한 증발냉각 방식은 냉장고와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재밌는 건 1억 만년 전 일부 공룡들도 이 같은 방식을 애용했다는 점이다.
루저 포터 미국 오하이오대 의대 생물의학과 교수팀은 공룡의 해부학 기록을 분석해 과거 거대 공룡들이 콧구멍과 입 속 수분을 증발시켜 뇌의 온도를 조절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해부학 기록’ 10월 1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로 공룡의 후예인 조류와 파충류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액의 흐름을 추적했다. 그 결과, 눈, 코, 입 등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뇌로 가는 혈액이 서서히 식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공룡마다 수분을 증발시키는 부위는 다양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목이 긴 용각류(Sauropods)는 비강(코 안의 빈 공간)과 입을 사용한 반면, 등이 뾰족뾰족한 갑옷곡룡류(Ankylosaurs)는 코만 이용했다.
포터 교수는 “용각류는 수십 톤(t)의 거대한 공룡이라 열을 식혀야 할 때 비강과 입을 함께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doi: 10.1002/ar.24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