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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새 애국가 담아낸 3D 음향기술

눈 감으면 여기가 콘서트홀

 

 

“이 마이크를 전부 쓰신다고요?”

 

1월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빈필하모닉 앙상블의 클래식 음반 녹음 현장을 찾았다. 녹음 중 휴식 시간, 잠시 양해를 구하고 홀에 들어섰다.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팀파니 등 악기들 사이사이에 마이크 20여 개가 서 있었다.

 

빈필하모닉 앙상블 녹음을 총괄한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은 “악기 자체가 내는 공명음부터 홀의 천장과 벽에서 반사되는 소리까지 모두 담아내기 위해 용도에 따라 마이크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바닥부터 8m에 이르는 천장 근처까지 설치된 수십 개의 마이크가 ‘3D(3차원) 음향기술’의 정수였다.

 

 

 

마이크 50여 개 사용해 애국가 3D 음향 녹음

 

2018년 12월 17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3년 만에 새로운 애국가 음원을 선보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녹음한 이 음원은 3D 음향기술을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3D 음향기술은 녹음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재생하는 기술이다. 이날 빈필하모닉 앙상블의 연주도 3D 음향기술로 녹음됐다.

 

 

최 감독은 “3D 음향기술의 핵심은 콘서트홀의 전체 음향을 빠짐없이 담아내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다른 녹음과 달리 마이크를 수십 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녹음에는 세 종류의 마이크를 사용한다. 지향성, 무지향성, 그리고 반지향성 마이크다. 이는 마이크가 담아내는 소리의 방향성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먼저 지향성 마이크는 마이크의 헤드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오는 소리만 받아들인다. 주로 악기에서 내는 소리를 녹음할 때 사용한다.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악기 하나에서 나오는 소리를 잡음 없이 온전히 담아낼 때 필요하다.

 

무지향성 마이크는 사방팔방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가감 없이 모두 담아낸다. 그래서 주로 모든 소리를 가장 잘 받아낼 수 있는 무대 정중앙에 배치한다. 최 감독은 “클래식을 녹음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화”라며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지향성 마이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반지향성 마이크는 지향성과 무지향성 마이크를 반씩 섞은 마이크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마이크 헤드 방향에서 오는 소리를 받아들이지만, 반대 방향에서 오는 소리도 일부 담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을 고려해 반지향성 마이크는 주로 천장 가까이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한다. 천장에서 반사되는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천장에서 반사되는 반향을 전체 소리와 조화시키는 것도 녹음에서 중요한 기술”이라며 “반지향성 마이크를 사용하면 반향과 함께 전체 음향도 일정 부분 함께 녹음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애국가 녹음의 경우 지향성 마이크를 악기당 1개씩 배치했고, 홀 중앙에 무지향성 마이크를 7개, 그리고 반지향성 마이크를 천장 근처에 4개 배치했다. 합창단 녹음에 사용된 마이크 10여 개까지 더하면 애국가 녹음에만 50여 개에 이르는 마이크가 투입됐다.

 

 

 

작은 스피커 내장한 ‘사운드바’ 

 

3D 음향기술은 총 10개 채널에 나눠 녹음한다. 기존에는 주로 2채널 스테레오 방식을 썼는데, 좌우 채널만 구현할 수 있어 공간감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더 풍부한 공간감을 구현하는 5.1채널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5.1채널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부피가 큰 스피커가 여럿 필요해 가정에서 듣기 어렵다. 최 감독은 “공간감을 가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도 개발됐지만, 소리가 왜곡돼 음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3D 음향기술로 녹음한 음원은 ‘엠펙(MPEG)-H’라는 코덱으로 저장된다. 엠펙-H는 독일 프라운호퍼 집적회로연구소(IIS)가 개발한 코덱이다. 10채널 이상을 동시에 저장, 전송, 재생할 수 있어 고음질 음원 녹음에 적합하다. 중계나 더빙 음성을 추가하거나 제거하기도 용이하다. 2017년부터 서비스 중인 국내 지상파 UHD 방송이 엠펙-H를 이용해 음성을 전송하고 있다. 현재 최 감독은 프라운호퍼 IIS가 주도하는 엠펙-H를 이용한 3D 음향 콘텐츠 제작 과정의 표준화 작업에 메인 톤마이스터로 참여하고 있다.

 

 

3D 음향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을까. 최 감독은 “여러 개의 작은 스피커를 내장한 ‘사운드바’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사운드바에 엠펙-H 코덱을 내장하면 스피커 10대를 갖추지 않고도 간편하게 집에서 3D 음향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탑재한 사운드바를 출시했고, 글로벌 음향기기 업체인 젠하이저 등도 엠펙-H 코덱을 내장한 사운드바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 감독은 “TV가 점점 얇아지면서 TV 내부에 스피커를 탑재하는 대신 사운드바를 별도로 제공하는 것이 향후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화제가 된 LG전자의 롤러블(rollable·둘둘 말 수 있는) TV도 사운드바 안쪽에 화면이 둘둘 말린 형태다.

 

사운드바 외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이용해 3D 음향을 들을 수도 있다. 최 감독은 “현재 프라운호퍼 IIS에서 스마트폰용 엠펙-H 재생 애플리캐이션(앱)을 개발 중”이라며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또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8K UHD 방송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관련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 역시 조만간 4K UHD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애국가 녹음 등으로 3D 음향기술에서 한발 앞선 우리나라가 3D 음향 콘텐츠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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