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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PICK] 삼겹살 기름으로 화력 발전? 석유 대신할 바이오중유

“한국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중유를 연료로 사용한 화력발전소입니다.”

 

김형원 한국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 발전운영실 차장의 설명을 들으며 발전소 내부에 들어서자 보일러와 터빈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화력발전소는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 중 석유 연료로는 *중유(벙커C유)가 사용된다. 
*중유(重油) : 석유 원유를 정제할 때 남은 흑갈색의 점성유. 비중과 점도에 따라 A, B, C중유로 나뉘며 대규모 산업용 발전소의 연료로 C중유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벙커C유라고 부른다.

 

발전용 바이오중유는 바로 이 벙커C유를 대체하는 연료다. 바이오중유의 원료는 과자나 라면을 만드는 데 쓰는 팜유나 부산물,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은 부산물인 피치(pitch),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고기 기름, 음식물 폐기물에서 추출되는 기름(음폐유), 동물성 유지 등이다. 2019년부터는 폐식용유도 원료로 쓸 수 있다. 모두 생물 유기체로부터 나온 바이오 원료로, 이물질이나 불순물, 색과 냄새 등을 제거한 뒤 발전용 연료 기준에 맞게 혼합해 사용한다. 

 

 

삼겹살 기름은 바이오중유 발전의 일부

 

그런데 바로 이 원료 때문에 바이오중유는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18년 9월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석유 대체연료로 인정하고, 2019년부터 전면 보급한다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바이오중유의 품질 기준과 배출가스 등 성능평가기준을 정해 고시하고, 2019년 1월 1일부터 관련법이 시행된다.

 

언론은 앞 다퉈 ‘삼겹살 기름으로 화력발전을 한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여기에 9월 11일 당시 배현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의 비판이 더해져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켰다. 배 대변인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대해 “원전을 포기한 정부가 급기야 삼겹살을 구워 전기를 쓰자고 한다”며 “지나가던 돼지도 웃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이 불안해져 바이오중유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삼겹살 기름은 동물성 유지나 음식물 기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중유 원료에 쓸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가 공개한 통계 자료를 보면, 2017년 바이오중유 원료에서 동물성 유지의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삼겹살 기름 외에 족발, 곰탕 등의 제조과정에서 나온 기름도 모두 포함되는 만큼 동물성 유지에서 삼겹살 기름이 차지는 비중은 더 줄어든다. 

 

옥창훈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팀 매니저는 “삼겹살 기름으로 발전을 한다는 이슈로만 바이오중유가 회자되는 것이 아쉽다”며 “사실 바이오중유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용할 곳이 없어 버려지는 폐자원들을 재활용해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중유가 전면 보급되면 폐자원을 적극적으로 수거해 바이오중유의 원료로 만들 수 있다.

 

 

 

바이오중유 발열량, 벙커C유의 88% 수준 

 

발전용 바이오중유 도입 계획도 박근혜 정부 당시 발전사업자들의 요구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이번에 새로 도입된 것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후변화, 각종 환경오염으로 신재생 에너지가 중요해짐에 따라 한국에서도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정책이 시행됐다. 500MW(메가와트)급 이상의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 회사들은 이 제도에 따라 의무적으로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현재 RPS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스웨덴 등 전 세계 44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거나, 외부에서 돈을 주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사와야 한다. 고학범 한국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 신재생설비팀 과장은 “기존의 중유발전기를 쓰면서도 신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하다가 바이오중유 발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의 주도로 정부와 발전사들은 2014년부터 발전용 바이오중유 시범보급사업과 실증연구를 추진해 연료로서의 품질, 성능,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 김 차장은 “2014년 3월 일주일동안 바이오중유로 시범 발전을 하며 연소와 점화 등을 테스트했다”며 “이후 3개월간 설비를 보완해 2014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오중유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중유와 비교해 연료로서 바이오중유의 효율은 어떨까. 김재곤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 석유대체연료팀 책임연구원은 “실험 결과 발전용 바이오중유의 총 *발열량은 2017년 평균 9439kcal/kg으로, 1만630kcal/kg인 벙커C유 총 발열량과 비교하면 88%정도 된다”고 말했다.
*발열량 : 연료의 성능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 질량 1kg의 고체연료, 1L의 액체연료, 또는 부피 1m3의 기체연료가 완전히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열량(kcal)이다.

 

바이오중유는 2014~2017년 총 4년간 중유 대비 85~95%의 발열량을 보이며 발전 연료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차장도 “기존 중유보다는 효율이 약간 낮지만,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황산화물 배출 없는 청정연료

 

그렇다면 바이오중유로 화력발전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가장 큰 장점은 중유를 사용했을 때보다 환경오염 개선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제어실 상단의 환경 감시 설비 모니터를 가리키며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SOx)이나 질소산화물(NOx)이 중유에 비해 크게 감소된다”고 말했다. 

 

모니터 왼쪽에는 중유로 발전하는 2호기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수치가, 오른쪽에는 바이오중유로 발전하는 3호기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수치로 보니 차이가 확실히 컸다. 중유 발전기가 149ppm의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반면, 바이오중유 발전기의 수치는 0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국석유관리원이 2015년 발표한 ‘발전용 바이오중유의 품질 및 성능 평가 특성 연구’에서도, 바이오중유는 중유 대비 각종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황산화물 100%, 질소산화물 39%, 일산화질소 40%, 분진 29% 감소). 김 책임연구원은 “바이오중유 연료에는 황이 포함되지 않아 황산화물이 아예 배출되지 않고, 질소 성분도 거의 없어 중유보다 발전기에서 연소되며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의 양이 적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오중유는 벙커C유에 비해 1kg당 100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치가 점점 강화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전망이다. 김 차장은 “현재 중유 발전에는 황 함유량이 0.3% 이하인 중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규제가 더 강화되면 0.2% 이하의 저황유를 사용해야 한다”며 “그러면 중유보다 오히려 바이오중유가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중유는 중유를 사용할 때 질소와 황 성분을 없애기 위해 쓰는 설비도 사용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다. 김 차장은 “발전 비용도 절감되고, 환경 문제도 개선되기 때문에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韓, 바이오중유 전면 보급 첫 국가로 

 

이번 법제화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석유 대체 원료로 사용하는 국가가 됐다. 해외에서는 2011년 미국 하와이전기공사의 카헤 발전소에서 90MW급 시범 발전을 한 사례가 있을 뿐, 바이오중유를 전면 보급하는 곳은 한국이 최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7년 바이오중유 발전량은 1451기가와트시(GWh)다. 이는 2017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4%를 차지한다. 국내 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정도다. 

 

김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발전사별로 지정된 중유발전기 다섯기에만 바이오중유를 대체 연료로 사용했다”며 “전면보급이 시행되면 14기 중유발전기 모두에 바이오중유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발전량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도 “현재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에서도 기력(화력발전소는 발전 방식에 따라 기력, 내연, 복합 등으로 나뉜다) 3호기에만 바이오중유 발전을 하고 있다”며 “이는 제주시 전기 공급량의 8%를 담당하는 수치인데, 2019년부터 나머지 중유 발전기(기력 2호기)도 바이오중유로 발전해 1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하는 연료를 통일하면 발전소를 운용하기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는 내연 발전기도 중유를 대체해 바이오중유로 쓰고 싶어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 중이다. 이 경우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는 LNG를 포함해 전체 연료를 청정연료로 쓰게 된다. 김 차장은 “우선 6000시간 동안 발전에 사용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제주=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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