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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물 분자와 기름의 자리 교체 ‘치느님’ 프라이드 치킨

과학자의 부엌

 

6월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 동네가 함성소리로 뒤덮일 것 같네요. 우리나라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요. 온 국민이 단합해 응원하면 선수들도 더욱 힘을 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힘찬 응원을 할때는 ‘치맥’이 필수죠.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와의 시차 때문에 밤 경기가 많다고 하니, 이번 호에는 든든한 야식 겸 응원 필수품으로 치킨을 준비했습니다.

 

 

글루텐 적은 박력분 써야 바삭해


야식용 치킨의 대명사 프라이드 치킨. 바삭한 튀김옷 안에 고소한 살코기가 부드럽게 씹히는 상태가 최고로 꼽히죠. 튀김을 바삭하게 튀겨내려면 밀가루를 묽게 푼 반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글루텐이 강력분(13% 이상)이나 중력분(10~13%)에 비해 적은 박력분(10% 이하)을 이용하면 질기지 않고 바삭한 튀김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글루텐이 적을수록 바삭해지는 이유는 글루텐이 밀가루 반죽을 탄성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쫄깃한 식감이 중요한 빵을 만들 때에는 글루텐이 많이 들어간 강력분을 사용합니다. 빵만큼은 아니어도 역시 쫄깃한 식감이 중요한 국수나 수제비를 만들때에는 중력분을 사용합니다. 대신 튀김이나 쿠키를 만들 때에는 박력분을 사용합니다.

 

박력분에 달걀과 소금을 넣은 뒤 섞어서 준비하거나, 시판 튀김가루에 얼음물을 1대 1로 넣고 가루를 잘 풀어줍니다. 빵이나 수제비를 만들 때보다는 훨씬 묽은 반죽이 됐습니다.

 

밀가루만큼 중요한 재료는 바로 식용유입니다. 시중에는 옥수수유,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콩기름, 올리브유 등 수많은 기름이 있는데요. 이 중 치킨을 튀기기에 가장 적합한 기름은 발연점(기름을 가열할 때 기화되는 온도)이 높은 옥수수유나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입니다.

 

 

기름이 발연점에 도달하면 매캐한 푸른색의 연기가 나면서 독성물질(아크롤레인)이 발생합니다. 발연점은 기름마다 다릅니다. 옥수수유는 약 270도, 해바라기씨유는 약 250도, 카놀라유는 약 250도, 포도씨유는 약 220도, 대두유는 약 210도, 올리브유는 약 180도 입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은 170~180도에서 3~4분 이상 튀겨 속까지 충분히 익혀줘야 하는 만큼 발연점이 높은 기름이 좋습니다.

 

치킨이나 고구마튀김, 오징어튀김처럼 바삭하게 튀길 때에는 발연점이 높은 기름을 이용해 약 180도에서 튀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기름이 흠뻑 스며들도록 150~160도에서 튀겨야 하는 약과나, 160~170도에서 튀기는 깻잎 등 야채는 이보다 발연점이 낮은 기름을 사용해 빠른 시간에 튀기는 것이 맛있습니다.

 

참고로 감자처럼 전분 함량이 많은 재료를 튀기면 독성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재료는 약 165도에서 2분 30초 정도 튀기는 것이 좋습니다.

 

 

 

물 분자와 기름, 순식간에 자리 교체


커다란 냄비에 카놀라유를 붓고 약 180도로 예열합니다. 반죽 한 방울을 기름에 똑 떨어뜨렸을 때 반죽이 기름 중간까지 가라앉았다가 금방 떠오르면 180도로 가열됐다는 증거입니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해놓은 닭고기를 반죽에 푹 담갔다가 꺼내 기름에 넣습니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기름 위로 미세한 물방울들이 튀어 오릅니다. 반죽에 들어 있던 물 분자가 180도에서 순간적으로 수증기로 변하면서 기름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에요. 이와 동시에 물 분자가 빠져나온 틈으로 기름이 스며들어갑니다. 이렇게 바삭하게 튀겨집니다.

 

튀김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깁니다. 닭 표면부터 안쪽까지 순차적으로 열이 전달되면서 내부에 있던 물 분자가 순환하고 전체적으로 골고루 익습니다.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기는 결국 물 분자와 기름이 자리를 바꾸면서 탄생하는 셈입니다.

 

여기서 잠깐, 기름에 닭고기를 넣을 때 시간차를 둬야 합니다. 한꺼번에 고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기름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결국 튀김옷에 있던 물 분자가 수증기로 빠져나오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튀김옷에 스며드는 기름이 많아집니다. 결국 튀김옷이 기름을 잔뜩 먹어 축축하고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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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에디터

    이정아
  • 사진

    이서연
  • 기타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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