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는 정시모집을 실시하지 않고 100% 수시모집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하며, 수시모집의 각 전형은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를 주요 전형 요소로 삼고 있다.
이공계특성화대학 중 POSTECH을 제외한 KAIST, GIST, DGIST, UNIST는 수시 6회 지원의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이들 4개 과학기술원을 각각 지원할 경우 이공계 수험생들은 최대 10회까지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UNIST 일반전형에서 면접 평가의 경우 종합다면면접으로 이뤄진다. 종합다면면접은 지원자가 20분 내외로(창업인재는 30분 내외) 면접평가위원 2~3명의 평가를 받는 형식이다.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와 제시문 기반의 출제 문항(다면 문항)을 통해 지원계열에 대한 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정성평가 한다. 이 때, 1단계 종합서류평가에서 기본적인 학업 역량 확인이 요구된 지원자에 한해서는 교과별(수학·과학 문항) 관련 출제 문항을 제시해 평가한다.
다음은 2017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종합다면면접평가에 활용됐던 문제와 학생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재구성한 면접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문제 구성과 답변 요령 및 대비 방안에 대해 확인해 보자.
기초 소양
교수 : 자기소개 해보세요.
학생 : 안녕하십니까. 탄소를 닮은 지원자입니다. 먼저 탄소는 다른 원자와 다르게 4가지 방향으로 결합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처럼 하나의 분야에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탄소는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즉 저도 이곳 UNIST에서 수준 높은 지도를 받는다면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Check Point 1
학생부를 토대로 자신의 활동 기록에 대해 구체적으로 되새겨 보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지원자로서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소개 내용과 지원자로서 미래지향적인 지원동기를 마련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다면 문항(공통)
CRISPR-Cas9이라는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교수 : 배아유전체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에서 평가해 볼 수 있을까요?
학생 : 저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찬성합니다. 비록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맞지 않을지 몰라도, 저는 그러한 윤리보다는 환자가 병으로 인해 고통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 : 그에 대해 나올 수 있는 반대 쪽 입장은 뭐가 있죠?
학생 : 제시문에 나와 있듯이 변형된 유전자가 어떻게 전달될지 모릅니다. 즉,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교수 : 그럼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박할 것이죠?
학생 : 물론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부작용에 대해서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 나가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교수 : 그렇다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야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뭐 그런 거죠? 찬성하고 반대 중간 정도 되겠네요.
Check Point 2
‘다면 문항’은 공통 문항으로서, 단순히 지식을 평가하는 것을 뛰어 넘어, 가치관, 인성, 논리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문항이다.
이 경우 제시문으로 주어진 내용을 잘 이해해 주요 개념 및 논지에 대해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고, 면접장 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답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와 같은 문항의 특성상, 찬반이 양립할 수 있는 질문에 답을 요하는 경우에는 찬성인지 반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에 대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보통 과학기술, 인문사회 영역을 망라한 종합적 성격의 문항이 출제되므로, 평소 여러 분야의 주제나 이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그 이면의 특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해설 유전자 가위
유전자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DNA의 특정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로,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손상된 DNA를 잘라내고 정상 DNA로 갈아 끼울 수 있다. 1, 2, 3세대의 유전자가위가 존재하며, 최근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가 개발됐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크리스퍼라는 RNA가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 ‘캐스(Cas)9’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DNA 염기서열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유전자가위 기술로 교정하거나, 줄기세포나 체세포에서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고, 항암세포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응용 가능해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물리 문항
교수 : 인공위성이 지구 중심으로부터 지구 반지름(R)의 2배에 해당하는 궤도에서 등속 원운동하고 있을 경우, 이 인공위성의 운동량과 에너지는 시간에 따라 변할까요?
학생 : 운동량은 벡터량이므로, 속력은 일정해도 운동방향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계속 변하게 됩니다. 반면외력이 작용하지 않으므로 역학적 에너지는 일정하게 보존됩니다.
Check Point 3
운동량( p=mv ) 보존의 법칙과 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대한 정의 및 개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답할 수 있다.
화학 문항
교수 : 이제 화학을 물어봐야겠군요. 석유를 증류하면 여러 탄화수소가 나오는데 메테인, 에테인, 프로페인, 뷰테인의 끓는점을 비교해볼래요?
학생 : (탄화수소 이름이 갑자기 우르르 튀어나와서) 탄소 수 1개에서 4개인 탄화수소 말씀하신 건가요? 일단 모두 무극성이므로 극성의 차이는 없을 겁니다. 그러면 분산력이 작용하게 되는데, 이때 분자량이 클수록 끓는점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뷰테인이 가장 높고, 메테인이 가장 낮습니다.
교수 : 그러면 에테인에서 수소 하나를 하이드록시기로 치환해서 에탄올이 되는 것은 알고 있죠?
학생 : 네.
교수 : 그럼 에탄올의 끓는점이 꽤 높은데, 그 이유를 설명해 볼까요?
학생 : 극성이라는 게 결국 쌍극자 모멘트의 벡터합이기 때문에, 에테인에서는 다 상쇄돼 그 합이 0입니다. 하지만 에탄올에서는 극성이 큰 하이드록시기로 치환돼서 분자 전체의 극성이 크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끓는점이 더 높아집니다.
Check Point 4
질문 내용에 대해 반문하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교수님의 질문 내용 등에 대해 경청하는 자세도 면접의 태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분자의 극성 및 성질(끓는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는 내용으로 답변을 잘 했다.
생명과학 문항
(면역계와 그 반응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한 뒤)
교수 : 그럼 어려운 질문을 하나 해 볼까요? 유전적인 결함으로 가슴샘(흉선) 발달이 억제된 채 태어난 아이에서는 정상아에 비해 병원체 감염 시 이에 대한 항체 생성이 크게 억제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생 : (답하지 못함)
교수 : 하하, 이건 좀 어려웠던 모양이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Check Point 5
T세포는 가슴샘(Thymus)에서 성숙하기 때문에 T세포라하고, B세포는 골수(Bone marrow)에서 유래되므로 B세포라고 부른다. 따라서 가슴샘 발달이 억제된 경우, T세포의 성숙 및 분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보조T세포의 성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B세포를 형질세포로 분화시켜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기능에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