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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뉴스] 4세대 방사광가속기

세계에서 가장 긴 거대현미경 ‘꿈의 빛’ 시대 열다

우리나라 포항가속기연구소에 ‘꿈의 빛’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9월 2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첨단 대형 연구장치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을 열었다.
2011년에 착공해 5년 만에 완공된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 세계에 35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최신인 4세대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 세 번째로 지어졌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했을 때 생기는 밝은 빛(X선)으로 미세한 물질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장치다. 쉽게 말해 ‘건물만큼 거대한 슈퍼현미경’이다. 단백질 같은 생체구조를 분자 수준에서는 물론, 원자 수준에서도 볼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거대한 슈퍼현미경

과학자들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비아그라의 단백질 결합구조를 관찰해 어떻게 발기부전을 치료하는지 밝혀냈고,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하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1996년부터 가동했던 포스텍의 기존 방사광가속기(3세대)와 비교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모양부터 확연히 다르다.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3세대는 원형이다. 동그란 가속기를 이용해 전자빔을 구부리며 가속하는데, 이 과정에서 접선 방향으로 빛이 나온다. 그러나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막대처럼 긴 모양이다.  이전 가속기에서는 여러 빛이 섞여 있어 원하는 파장을 골라 쓰는데, 4세대에 서는 한 파장의 빛을 강력하게 내뿜어 좀 더 정밀하다. 약 2μm(100만분의 1m) 크기의 물체를 구분해낼 수 있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 수준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은 바로 이전의 3세대보다도 1억 배나 밝고, 햇빛보다도 100경 배 밝다. 파장의 폭도 짧아서 나노미터 단위(100만분의 1mm)로 작은 물질을 펨토초 단위(1000조분의 1초)로 분석할 수 있다. 말하자면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분자나 원자가 움직이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뭇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나는 과정이나,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 심지어 물이 산소와 수소로 나뉘는 순간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삽입장치의 모습.
 
전체 1.1km 길이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전자총, 선형가속기, 삽입장치, 빔라인 네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 속의 ‘PALXFEL’ 이라고 적힌 건물이 바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물이다.


신약 개발, 인공 광합성 이끌 4세대 가속기

학계에서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이전보다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만들거나, 생체를 훨씬 정교하게 모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순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와 당뇨 같은 난치성 질환이 일어나는 기작을 밝힐 수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올 연말까지 마지막으로 성능을 검증한 다음, 내년 1월 1일부터 사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제약 연구소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관심이 높다. 포스텍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제넥신이 세운 합자회사는 이를 활용해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를 만드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번에 지은 4세대 가속기는 길이가 1.1km, 높이가 3m 정도인 가속기 시설을 두께가 2m인 콘크리트 터널이 둘러싸고 있다. 단층 건물로는 우리나라에서 길이가 가장 길며, 부피도 1만5000m3에 이른다. 가속기 건물의 바닥 높이 오차는 ± 5mm밖에 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다.

가속기가 있는 부지는 넓이가 12만620m2로, 축구장보다 50배나 넓다. 이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지난 5년간 덤프트럭 12만 대 분량의 흙을 퍼냈다.

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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