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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공작석(Malachite) 문명을 진화시킨 초록색 보석광물

광물이야기 19



구리는 인류가 기원전 4200년 경부터 사용해 온 금속광물이다. 구리만으로 이뤄진 단일원소 광물이 자연계에 존재했기 때문에, 광석에서 원하는 광물만 추출하는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도 널리 쓰였다. 또 회색빛을 띠는 일반 금속과 달리 구리는 붉은색을 띠기에 금처럼 쉽게 눈에 들어왔다. 기존 석기에 비해 가공성도 좋고, 어느 정도 강도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도구나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석기에 비해 뛰어난 성질 때문에 구리의 수요가 점차 많아졌지만, 자연상태로 구할 수 있는 구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선사시대 장인들은 구리를 추출할 수 있는 광석을 찾아 헤맨 끝에 초록빛이 나는 돌에서 구리를 뽑아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여기에 다른 성분을 추가해서 더 단단하고 성능이 좋은 청동과 황동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인류는 금속시대로 도약했다. 그 초록색 돌이 바로 ‘수산화탄산구리’인 공작석이다.

공작석이라는 명칭은 공작의 꼬리 깃에서 볼 수 있는 무늬처럼 아름답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게다가 산출량도 적어서 구리를 추출하는 재료보다는 장식품이나 보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과거 제정 러시아의 궁전(현재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한 방은 이 공작석으로 장식해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고 있다. 고대 여성들은 눈가에 색을 내는 화장품으로 공작석을 썼고, 서양화 작가들과 한국 전통 민화 작가들도 초록색 안료로 사용했다. 특히 초록색 띠가 동심원을 이룬 형태의 경우 황소의 눈(bull’s eye)이라 해서 악마를 물리치는 부적으로 쓰기도 했다(왼쪽 위 작은 사진).

완벽한 모양을 가진 아름다운 표본은 광물 수집가나, 박물관의 주요 수집품 대상이다. 공작석은 그 아름다움 때문에 광석에서 보석으로 신분이 상승된 대표적 광물이다.

광물의 산지에도 ‘브랜드’가 있다

공작석이 보석으로 대접받으면서, 공작석의 산지에 따라 몸값이 달라졌다. 공작석 산지는 세계 곳곳에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미국, 러시아가 오래된 명품 산지라면, 지금은 아프리카 콩고와 모로코, 중앙아메리카 멕시코가 유명하다. 최근에는 중국과 아프리카 잠비아 등이 이름을 높이고 있다.

지금은 폐광이 되어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주의 비스비 광산도 한때 아름다운 구리 광물의 산지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곳은 서부개척시대 총잡이들의 활동 무대로도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광물은 화학적 성분 구성이 같더라도, 지질 환경의 미묘한 차이로 색상이나 모양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에 큰 차이가 난다. 특히 비스비 공작석은 더 이상 산출되지 않기 때문에 어쩌다 수집 시장에 나타나는 경우 박물관과 수집가들이 대거 몰려든다. 이른바 ‘명품’인 셈이다. 이처럼 광물도 산지라는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명품 가방과 일반 고급 제품이 실상 재료의 차이는 별로 없지만, 장인의 손길에 의해 명성을 얻고 역사가 쌓이면서 가치가 더해지는 것과 유사하다.

2004년 이후 중국의 안후이성과 광둥성에서도 공작석을 비롯한 아름다운 구리광물들이 발견되고 있다. 위 사진 속 표본도 광둥성에서 채집된 것이다. 수집가들은 비스비 공작석에 비견될 만하다며 새로운 발견에 열광했다. 하지만 의류나 가방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광물계에서도 신흥 브랜드가 명품 브랜드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다. 품질이 우수하더라도 그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작석도 현재로선 비슷한 상황이다. 품질은 비스비산 공작석에 못지않지만, 비스비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산 공작석의 명품 등극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광물 수집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이상 공작석이 산출되지 않으면 중국 수집가들을 중심으로 안후이성과 광둥성 공작석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비스비가 미국과 유럽 광물 수집가들 사이에서 명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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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
  • 번역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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