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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그림은 왜 더 야할까?”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클림트의 그림은 왜 더 야할까?”
01897년 4월, 20여 명의 화가와 건축가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아방가르드(전위예술) 동맹을 결성했다. ‘분리파’라고 불린 이들은 그들의 뿌리인 인상주의는 물론이고, 기존 아카데미 위주의 전시로부터 자신의 예술을 분리시켰다. 분리파의 중심에는 구스타프 클림트가 있었다. 클림트는 우리에게 ‘키스’로 유명한 작가다.

클림트의 그림은 유난히 장식적이고 화려하다. 처음에는 회화가 아닌 장식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장식적 요소에서도 빛을 발휘하는 클림트의 진짜 힘은 ‘관능’이다.

클림트 작품은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그림보다 훨씬 야하게 느껴진다. 동시대의 인상파 화가가 클림트와 같은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면, 클림트보다 더 아름다운 색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클림트만큼 야하게 그리지는 못할 것이다.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온 ‘유디트’와 상대 장수의 잘린 목마저 클림트가 그리면 관능적이다. 왜 클림트의 그림은 더 야하게 느껴질까?

2000년 기억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에릭 켄델은 무의식에서 그 대답을 찾는다. 캔델은 초상화를 주로 그린 세 명의 분리파 화가(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아)의 비밀을 뇌 과학으로 풀어냈다. 이들이 그린 모더니즘 초상화는 과학탐구에 매우 적합하다. 초상화는 남의 얼굴 표정과 신체 자세에 작가가 지각적·정서적·감정이입 측면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책은 빈 분리파의 인간의 시각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후반부에서는 창의성의 근원에 ‘무의식’이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무의식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캔델은 클림트의 그림이 특별히 관능적인 이유로 바로 이 무의식을 꼽았다. 빈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분리파는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과도 교류했다. 그 중에는 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로이트도 있었다. 캔델은 분리파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클림트는 생물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의학사를 연구하는 타치아나 부클리아스는 “1903년 직후 몇 년에 걸친 클림트의 작품을 보면 세포질과 세포핵을 지닌 상피세포가 떠오른다”며 “클림트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19세기 말 빈의 특이한 분위기도 분리파에 영향을 줬다. 당시 빈의 분위기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중산층과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황제가 이끌었다.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빈에서 활동하던 분리파가 모더니즘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뇌 과학과 미술은 마음을 보는 서로 다른 두 관점을 대변한다. 우리는 뇌 과학을 통해 머릿속에서 어떻게 기억이 저장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미술은 마음속의 특정 경험이 어떤 느낌이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제공한다. 뇌 영상을 연구하면 우울증의 징후들을 밝혀낼 수 있겠지만, 베토벤 교향곡은 우울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려주는 힘이 있다. 나른한 가을 오후,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1897년의 빈으로 함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주를 향한 어린 시절의 꿈
 

201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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