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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검사 할까 말까


Q.  환자 급증은 지나친 검사 때문인가


우리나라의 갑상샘암 발병률은 영국의 17.5배, 일본의 10배(2008년 기준)로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다. 지난 10여 년 사이 무려 열 배나 늘어났다. 그런데 환자가 급증한 시기는 갑상샘암 조기진단이 늘어난 시기와 맞물린다.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가 3월 18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갑상샘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과다진단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연관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의사연대는 ‘조기진단으로 실제로는 위험하지 않은 사람을 암 환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주류 학계는 의견이 다르다. ‘암환자가 최근 어떤 이유에선지 늘고 있지만 다행히도 조기진단 덕분에 죽을 사람을 수없이 살렸다’는 것. 어느 쪽이 맞는 걸까.


초음파 검진자 중 1.9%만 악성: 갑상샘 초음파 검진을 받은 사람 중 70.7%는 정상이고, 23.6%는 결절(혹)이 있지만 해롭지 않은 양성이다. 1.9%만 악성결절인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 세계 1위 : 2008년 세계 갑상샘암 발병률을 비교한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에서 유독 환자 수가 세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남자 7배, 여자 12배).


Q. 갑상샘은 조기검진할 필요 없다?


의사연대가 발표한 ‘양심선언’의 핵심에는 초음파검사가 있다. 암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갑상샘 초음파검사를 받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여성들은 유방암 초음파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갑상샘 결절을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방암처럼 국가가 지정하는 조기검진 대상은 아니지만, 갑상샘 결절을 가진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의사들도 ‘하는 김에’ 갑상샘 검사를 슬쩍 권하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검사에서 갑상샘 결절을 찾으면 양성(단순한 혹)인지 악성(암)인지 구분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그런데 정밀검사를 해도 구분이 잘 안 가는 결절이 있다. 결절이 작을수록 정확도는 더 떨어진다.


대한갑상선학회도 5mm 이하의 작은 갑상샘 결절은 양성과 악성을 진단하기 어렵고, 암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검사와 진단 행위를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그래도 암은 암이다. 암을 발견하고도 그냥 내버려두자고 말할 수 있는 의사(또는 환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현실에서는 ‘수술이 진짜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 수술을 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이따금 펼쳐지고 있다. 5mm 이하 수술이 전체 갑상샘암 수술의 약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의사연대는 주장한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박사는 “초음파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는 결절을 발견하게 되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며 “의사들은 책임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도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Q.  일찍 찾아내서 수술해봐야 좋을 것 하나 없다?!

→ 후유증 생길 수도


모든 암이 그렇지만, 갑상샘암도 수술 후유증이 상당하다. 갑상샘암은 수술할 때 암이 있는 부위만 떼어내지 않고 갑상선 전체를 떼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방사성요오드 치료가 가능하고 재발이 적기 때문이다. 한번 갑상샘을 떼어내고 나면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갑상샘암 수술 환자 중 10.6%가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앓고 있다. 성대마비를 겪는 환자도 2.3%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갑상샘 조기검진을 멈추자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세계 각국의 논문 6편을 2013년에 분석한 결과, 갑상샘암 조기검진이 사망률을 낮추는지 ‘잘 모르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초음파 검사가 갑상샘암을 찾아내는 데 정확한 검사인지 조사한 11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도 역시 ‘잘 모르겠다’로 나왔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검사를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받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말이다. 서홍관 박사는 “환자가 갑상샘에 이상을 느끼면 그때 가서 검사를 받아도 늦지 않다”며 “초음파검사 비용이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데다 불필요한 조기진단으로 스트레스가 크고 수술 후유증으로 삶의 질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래도 암인데…’라고 조기검진에 미련이 남는 사람들에게는 결정적인 한방이 있다. 갑상샘 초음파검사를 받는 사람 중 위험한 암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100명 중 2명도 채 안 된다. 그 중에서도 70%는 크기가 1cm 이하의 미세 유두암이다. 유두암은 거북이 중에도 상거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얌전하다. 0.5cm 이상 자랄 때까지는 멀리 퍼지는 일이 별로 없고, 이 정도로 커진 뒤에 수술해도 치료 결과가 좋다. 일찍 찾아서 수술한다고 해도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국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도 갑상샘암은 미리 초음파검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1996년부터 ‘선별검사 D등급’으로 정하고 있다.







Q. 갑상샘 조기진단 반대는 비전문가들의 오해?
→ 말기에 발견하면 손쓸 수 없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의사연대의 기자회견 직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를 비롯한 주류 학계에서는 의사연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실히 갑상샘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던 의사들을 죄다 과다진단이나 부추기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았다는 불만이다.


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30년간 갑상샘 전문의로 일한 박정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샘암을 그런 식으로 놔두다가는 사람 잡는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각증상을 느낄 정도면 이미 늦은 것”이며 “비전문가들이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갑상샘암은 초기단계인 1기와 2기에서는 자각증상을 느끼기 어렵고, 3기와 4기(말기)에 이르러야 숨쉬기 힘들고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쯤 되면 이미 암이 주변 식도와 기도로, 멀리는 폐와 위, 간 등으로 전이가 돼 있어 손쓰기 어렵다고 한다. 2013년 미국암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1기와 2기에 유두암(갑상샘암의 일종)을 치료했을 때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3기 93%, 4기 51%로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초음파검사가 없던 시절에는 어땠을까. 영국암연구소에서 나온 1981~1985년 갑상샘암 5년 생존율을 보자. 남자가 59.1%, 여자가 62%다.






환자가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퍼져서 치료를 해도 생존율이 낮다. 치료기술이나 경제적 조건 등이 많이 달라져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참고할만한 자료다.


1cm 이하 갑상샘암은 크기가 커질 때까지 놔두자는 의사연대의 주장에도 허점은 있다. 암은 크기뿐 아니라 종류와 형태, 모양, 위치, 퍼져있는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0.6~1cm 크기의 암이라도 림프절에 전이됐거나 갑상샘 막을 뚫고 나왔으면 수술해야 한다. 이보다 작더라도 키큰세포, 섬모양세포, 수질암, 미분화암 등은 즉시 수술해야 한다. 그리고 갑상샘암을 일찍 발견한 경우 운이 좋으면 반만 제거해도 된다. 갑상샘은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펼친 모양인데, 날개 한쪽에만 암이 퍼졌다면 나머지 한쪽은 그대로 놔둬도 된다는 말이다. 평생 호르몬 약을 먹지 않아도 돼 환자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 이것도 초기에 발견해야 가능한 일이다.


Q.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선택의 문제, 6월에 가이드라인 나와



사실 양쪽 주장 다 옳은 측면이 있다.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미세암을 굳이 밝혀내 사람 심란하게 만들지 말자는 말이나, 혹시 모르니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자는 말이나.


‘조기진단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판단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갑상샘 초음파검사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만, 득 보는 사람은 별로 없고 오히려 일부는 불필요한 수술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소수에게는 정말 죽을 목숨을 건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나중에 올지도 모를 큰 화를 피하기 위해 지금 조금 불편한 게 낫다고 생각되면 조기진단을 받으시라. 반대로 극히 낮은 확률(갑상샘암 발병률과 사망률 참고)에 에너지를 투입하며 정신건강을 해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받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으로는 갑상샘암을 좀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검사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의사들은 수술 후유증이 최대한 적은 수술방식(또는 비수술적 관리)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최근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학술심포지엄을 마련해 평가와 검증과정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6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Q. 갑상샘암 환자 급증에 다른 원인도 있다고?

→ 혹시 CT 검사와 요오드 과다섭취 때문일까




우리나라에 유독 갑상샘암 환자 수가 급증한 이유가 뭘까. 조기진단 덕분에 암을 일찍 발견한 사람이 늘어났다고 해도 그걸 뛰어넘는 암 환자 증가가 있다. 가장 강하게 추정되는 요인은 컴퓨터 단층촬영(CT)이다. CT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방사성 요오드 조영제가 갑상선으로 들어가서 방사선피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주립대 치의과대학원 방사선학과의 스테판 베이커 교수와 와심 바띠 교수는 CT검사 빈도와 갑상샘암 발병률이 정비례로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2006년 유럽방사선저널에 발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CT검사도 가장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치명적이라 앞으로 발병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CT검사와 함께 요오드 과다섭취도 의심을 사고 있다. 갑상샘 세포의 성장을 담당하는 유전자인 브라프(BRAF)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갑상샘암이 생길수 있는데, 외국에서는 이 돌연변이가 30~40%에 머무는 반면 우리나라는 70~80%에 이른다. 브라프 유전자 돌연변이가 높은 지역은 주로 요오드가 많이 들어 있는 김, 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먹는 곳이다.


일본국립암연구소와 국립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40~69세 여성 5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해조류 섭취와 갑상샘암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2012년 5월 유럽암예방저널에 발표했다. 조사 결과 매일 해조류를 먹은 사람이 주당 2회 이하로 먹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1.7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폐경기 여성이 해조류를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암 발생 위험이 3.8배나 더 높아졌다.


‘해산물 천국’인 일본이 우리보다 요오드를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은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서 ‘갑상선 질환 완치 설명서’에서 천일염(바닷물에서 얻은 소금)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요오드 섭취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분해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염(일반 소금)과 달리 천일염에는 요오드가 잔뜩 섞여 있기 때문이다. 천일염에 절인 김치와 젓갈, 장아찌 때문에 해산물을 특별히 많이 먹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필요한 용량보다 최소 4~5배 이상 많은 요오드를 먹고 있다.


이 밖에도 갑상샘암의 가족력이 외국에 비해 높다는 점, 만성갑상샘염이 많이 발병하는 점,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가 많은 점 등도 원인 후보로 들 수 있다. 박정수 연세대 교수는 “초음파검사를 문제 삼기보다는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갑상샘암이 많이 생기는지 연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근처에 살던 어린이들은 괜찮을까. 갑상샘암은 방사선 피폭 후 5년이 지나 발병하기 시작한다.




Q.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갑상샘암 증가하지 않을까?

→명확한 증거는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사례를 보면 갑상샘암은 반경 200~600km 이내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원전과 가장 가까운 경북 포항시도 거리는 1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체르노빌 사고 때도 성인에서는 갑상샘암이 증가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소아 연령에서만 나타나며 최소 5년이 지나야 암 발생이 증가했다. 그럼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갑상샘암 발생이 증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가 4월 2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1년간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1∼10mSv(밀리시버트) 수준이었다.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100mSv를 한참 밑돌았다. 다만 원전 주변 20∼30km 권에 있던 1세 유아는 피폭량이 평균 47∼83mSv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원전은 문제없을까? 참고할만한 논문이 한 편 있다. 2011년 4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가 수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보고서다. 연구팀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원전 주변에 사는 지역주민 총 1만1367명을 검진하고 2011년 2월까지 암발생을 추적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대조지역 주민과 비교해봤을 때 다른 암은 차이가 없었지만 여성에서 갑상샘암 발병률이 2.5배나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에 적힌 결과는 충격적이었지만 갑상샘암과 원전 사이의 인과관계를 드러내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이곳 주민의 방사선 피폭량이 대조지역 주민과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원전 주변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딱히 갑상샘암 발병률이 증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반박 속에 연구결과는 잊혀졌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왜 이곳 주민들은 갑상샘암에 많이 걸렸을까.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원전과 갑상샘암은 정말 상관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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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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