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포경 수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하는 게 유익하다는 주장과 의학적인 필요성이 딱히 없다는 주장을 들어보면 각자 일리가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리송해진다. 포경 수술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판단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정리해봤다.
"OO야, 아빠랑 어디 좀 가자.”
30대인 기자 또래의 남성이라면 이런 말과 함께 아버지 손에 이끌려 소위 ‘고래를 잡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떨리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잠시 수술대에 누웠다가 가랑이에 컵을 끼운 채 병원을 나서면 그날 따라 부모님은 유난히 잘해 주신다. 고통스럽지만, 끝나고 나면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포경수술을 당연히 거치는 통과의례처럼 여겼던 분위기가 요즘에는 바뀌는 추세다. 포경수술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시켜줘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버지가 늘어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한(?) 게 억울하다는 성인 남성도 있다.
포경을 치료하는 게 포경수술
흔히 “자연 포경이 되면 굳이 포경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의학적으로 포경은 귀두를 덮고 있는 피부인 포피가 젖혀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는 게 포경수술이다. 따라서 자연 포경이라면 포경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용어의 뜻을 거꾸로 쓰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포경이 아니라면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은 왜 하게 된 걸까. 포경수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외과수술로 최초의 기록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도 이미 역사가 오래된 수술이었다. 심지어는 선사시대에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애초에 시작된 목적도 불분명하다. 종교의식, 노예의 표식, 성인이 되기 위한 관문, 생식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주술, 공동체 소속 여부를 나타내기 위한 징표, 위생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다양한 지역과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포경수술을 하는 나이나 수술을 집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제각기 달랐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포경수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의사 루이스 세이어는 마비 증세를 보이는 소년을 치료하면서 포피가 꽉 조이고 있는 귀두 때문에 과민증이 일어난 것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포경수술로 치료했다. 이 주장은 추종자들에 의해 널리 퍼졌고 의사들은 온갖 질병을 포경수술로 치료하려고 시도했다.
또한, 세균학이 등장하면서 포피는 세균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의사들은 질병 예방차원에서 포경수술을 권했고, 19세기 말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포경수술을 널리 권장했다. 이후 영국에서는 포경수술 비율이 다시 떨어졌지만, 미국에서는 소아과의학이 등장하면서 신생아 포경수술을 일종의 예방주사처럼 정착시켰다.
현재 포경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은 이슬람 국가와 이스라엘, 한국, 미국이다.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유독 특이하다. 우리나라의 포경수술에는 종교적인 배경이 없으며, 미군 군의관에 의해 도입된 이래 포경수술을 받는 비율이 유대인과 아랍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시기에도 차이가 있어, 미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신생아 때 포경수술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신생아 수술 비율이 낮고 사춘기 이전에 받는 경우가 많다.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데는 여러 가지이유가 있다. 일단 개인 위생이 과거에 비해 매우 좋아졌다. 목욕할 때마다 포피를 뒤로 젖히고 씻어 주면 되기 때문에 위생을 목적으로 포경수술을 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포피는 귀두와 요도구를 감싸고 있어 외부의 자극이나 오염으로부터 성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포피에는 면역 기능을 하는 랑게르한스 세포가 있어 감염을 막아 준다.
포경수술이 성병 감염을 막는 데 다소 유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론자들은 반박한다. 포피 안쪽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세균과 전립선, 요도 및 정낭에서 나오는 면역 단백질(글로불린)이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포경수술을 해서 포피가 없어지면 발기할 때 성기의 피부가 당겨지고 마찰이 증가한다. 그러면 관계 도중 찰과상이 늘어나 병원균 침투가 쉬워지고, 성병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성적 능력은 어떨까. 반대론자들은 포경수술이 성적 능력과 성감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귀두는 우리 몸에서 미세감각이 가장 떨어지는 곳으로 자극을 받아도 정확히 어느 부위에 자극이 있는지 느끼기 어렵다. 반면, 포피는 미세한 접촉을 잘 감지하므로 귀두와 상호작용을 통해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반대론자들은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이 조루증도 훨씬 적고 상대 여성의 반응에 더 민감해 더 큰 성적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한다. 포경수술을 한 사람들은 민감한 포피가 없어서 여성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느끼지 못해 자기 마음대로 성행위를 끝내 버린다는 얘기다. 또한, 포피가 없는 남성과 성행위를 할 때 여성의 질분비물이 잘 나오지 않아 마찰 때문에 쾌감이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부작용이 있다. 포경수술의 부작용으로는 출혈과 감염이 있을 수 있으며, 포피를 너무 많이 잘라내서 성기가 매복하거나 휘는 수도 있다. 너무 어린 시기에 수술을 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 부작용이 생기는 비율은 2% 아래에 불과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포경수술에 의학적인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이 요로감염, 음경암, 자궁경부암이다. 요로감염의 발생빈도는 포경인 사람이 포경수술을 한 사람에 비해 7배 높다. 음경암은 감염보다 건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찬성론자들은 포경수술이 음경암 발생을 낮춘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포경수술을 모두 받는 유대인의 음경암 발생 빈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자궁경부암은 배우자인 여성과 관련이 있는 질병이다. 찬성론자들은 남성이 포경수술을 받는 유대인과 이슬람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 빈도가 낮다고 주장한다.
성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도 포경수술 찬성 논리다. 포피를 깨끗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그 안에서 세균이 번식할 수 있고, 포피 표면에 미세한 상처가 생겨 세균이 침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포피 안쪽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은 세균이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
에이즈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성기의 피부에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목표, 랑게르한스 세포가 있다. 포경수술로 포피를 잘라내면 이 세포의 양을 줄일 수 있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성기가 발기하면 포피 안쪽의 피부가 밖으로 드러나면서 질벽과 직접 접촉해 HIV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 남성이 가장 관심을 갖는 성적 능력에 대해서는 어떨까. 찬성론자들은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반대로 포경수술이 조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포피에 있는 신경 말단이 너무 예민해서 조루증에 걸릴 경우 이를 제거해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포경인 남성은 수술을 받은 남성에 비해 성기능 장애가 더 많다. 이는 노년이 될수록 더 심해진다.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자
박광성 전남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최근에는 예전보다 포경수술을 덜 하는 추세지만, 아직 논란이 많은 주제”라며 “적어도 신생아 포경수술은 권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자라면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태어나자마자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1999년 미국소아과협회는 일상적으로 권할 정도로 신생아 포경수술의 잠재적인 이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2005년 다시 이 결정을 재확인했다.
성병 예방은 포경수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한성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남철 부산대 의대교수는 “포경수술의 에이즈 예방 효과는 이미 확인됐으며, 다른 성병에도 예방 효과가 어느 정도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병 발생은 포경수술보다는 평소 성생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성적 능력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포경수술이 성적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박남철 교수는 “포경수술이 성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도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포경수술 찬반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별로 없다. 상반된 연구 결과가 많고, 성감처럼 개인적인 영역이라 조사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박남철 교수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포경수술을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며 “한다면 너무 어린 나이를 피해 사춘기 이전에 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렇게 계속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포경수술을 해서 딱히 크게 체감할 정도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굳이 해야 한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핏대 올려서 싸울 필요가 없다.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