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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생산되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원입니다. 전 국민이 최소 100년 간 전기세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지요.”

가까운 미래에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생산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한반도’가 최근 전파를 탔다. 드라마처럼 되려면 사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미국이 실제 생산을 위한 첫 행보를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심해저에서 첫 시험생산 시작하다

지난 2월 14일, 일본 아이치현 남쪽 70km 지점에서 세계 최초로 가스하이드레이트 해저 시험생산을 위한 굴착이 시작됐다. 이전에 북극의 영구동토층에서 시험생산이 이뤄진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그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고 쓸모가 많은 ‘해저 시험생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일대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은 1.1조m3로 일본에서 한 해 소비되는 에너지량의 12배에 해당한다. 이번 작업은 상업생산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2018년에 실제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생산하는 방법에는 온도를 높이는 열수주입법과 압력을 낮춰주는 감압법이 주로 쓰인다. 일본이 이번에 시도하는 방법은 시추공 내에서 낮은 압력으로 하이드레이트를 녹여 메탄 가스와 물로 분리하는 ‘감압법’이다. 2008년에 캐나다 말리크 지역의 육상 동토층에서 감압법을 사용해 세계 최초로 육상 시험생산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감압법을 하기 위해선 먼저 수심 500m 해저 바닥에서 드릴을 이용해 수심 1000m까지 해저지각을 뚫고 들어간다. 그런 다음, 시추공 내부의 물을 뽑아내 지층의 압력을 낮춰준다(감압). 압력이 충분히 떨어지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가스와 물이 생긴다. 이를 위로 빨아올린 다음 가스만 분리해내면 된다. 감압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가장 일반적인 생산 방식이다.

그런데 감압법에는 큰 문제점이 하나 있다. 지층 사이에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녹였을 때 지반이 약해져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저 통신케이블 및 구조물이 손상될 수 있으며 심하면 지진과 해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스하이드레이트를 고체 상태 그대로 놔둔 채 안에 들어있는 가스만 뽑아 쓰는 방법이 연구되어 왔다. 바로 치환법이다.












이산화탄소 밀어 넣어 메탄 뽑아낸다

치환법은 메탄이 있던 자리에 다른 기체를 대신 밀어 넣어 하이드레이트 구조를 파괴하지 않고도 메탄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에너지원인 메탄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화석연료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그야말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기술이다. 하지만 감압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난도 기술에 속한다.

치환법은 그동안 실험실에서만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올해 1월 26일 다국적 석유기업인 코노코필립스와 미국 에너지부, 일본의 공동 연구진이 알라스카 영구동토층에서 이 방법을 이용해 시험생산을 시작하면서 현장으로 나왔다. 알라스카에서는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질소(N2)도 주입했다. 이 기술은 원래 KAIST 이흔 교수팀이 지난 2006년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산소원자 사이의 수소결합으로 여러 개의 작은 방이 벌집처럼 모여 있고, 방마다 메탄이 하나씩 들어가 있는 구조다. 큰 방과 작은 방의 비율이 3:1인데, 메탄보다 덩치가 큰 이산화탄소는 큰 방에만 들어갈 수 있다. 작은 방에 있는 메탄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보다 작은 분자가 필요한데, 이 때 사용되는 것이 질소다. 이산화탄소만 사용했을 때는 메탄가스 생산율이 64%에 머물렀는데, 질소를 함께 사용하자 생산율이 85%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동해에서 시험 생산 목표

가스하이드레이트 생산기술을 놓고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에 이어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현장에서 직접 개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은 부족하다. 김세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가스하이드레이트연구실장은 “일본 등 5개국이 2008년 진행한 캐나다 말리크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도 참여하려고 했으나 일본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일본과 영토분쟁이 있는 독도 일대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다. 이를 생산하기 위한 우리 측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일본의 견제가 심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동해에서 시험생산을 시도하는 게 목표다. 탐사와 시추를 주로 하는 1, 2단계를 거쳐 올해 시험생산을 준비하는 3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생산을 위한 기초기술을 연구하고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일본의 절반으로 단축한 것은 큰 성과다.

2012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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