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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감싼 1500년의 눈물

하늘에서 본 전라



공수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며 우리 산하의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다. 특히 하늘에서 본 진해항의 아름다움은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 대학교에서 조경이나 문화재에 대한 강의를 할 때 떠오른 것이 바로 이때의 기억이었다. 어렵게 7m 길이의 무인비행선을 만들어 항공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항공사진은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문화재의 위치와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보여줬다. 문화재 주변이 얼마나 파헤쳐졌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2년 동안 찍은 항공사진을 모아 최근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숨결’이라는 시리즈를 내기 시작했다.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첫 세 권에 담은 전라도의 아름다운 문화재와 자연을 소개한다.

신선의 정원을 내려다보다

전주의 현대건물 속에는 녹음이 우거진 경기전이 있다. 임진왜란에도 조선왕조실록을 지켰던 곳이다. 경기전이 없었다면 임란 이전의 실록이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부안 구암리를 하늘에서 보면 선사시대 조상들의 흔적인 고인돌이 독특하게 배치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변산반도 줄포리에 가면 제2대 부통령인 인촌 김성수가 살던 김상만 가옥이 있다.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볏짚이엉으로 엮은 전통초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전봉준 선생의 가옥은 전형적인 초가 3칸의 모습과 함께 조선말의 암울한 농민사회를 느끼게 해준다.

함평에는 고려시대에 지어져 700년을 견뎌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를 볼 수 있다. 또 보길도를 가면 조선시대에 신선과 같은 삶을 살았던 윤선도의 정원이 있다. 윤선도의 정원을 위에서 보자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주력 전투함인 판옥선과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한 여수지역의 선소(지금의 조선소)를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왜 그곳에서 배를 만들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➊ 조선 중기 시조의 대가였던 윤선도가 보길도에 지은 정원.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뜻의 정자 세연정을 중심으로 작은 연못 회수담을 만들었다.]


[➋ 함평에 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 700년 전 고려말에 지어졌으며 화강석을 다듬지 않고 만들어 간결하고 투박한 인상을 준다. 왼쪽 부분(20.1m)이 원래 돌다리이다.
➌ 부안 구암리에 있는 10여 기의 지석묘. 청동기 시대 만들어졌으며 조그마한 받침돌로 괸 남방식이다. 큰 고인돌은 길이 6.35m, 너비 4.5m, 높이 0.7~1m나 된다.
➍ 순천 낙안읍성. 조선시대 읍성의 구조를 보여주며 오래된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저 새따라 남도로 가는 나그네

하늘에서 바라본 자연은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홍도를 하늘에서 보면 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녹차의 생산지에서는 진한 향기가 비행선까지 닿는 듯했다. 갯벌의 생태보고로 남은 순천만은 우리가 소중하게 가꾸어야 될 자연유산이 무엇인가를 저절로 느끼게 해 준다.

자연유산과 문화재를 촬영하면서 줄곧 아름다운 한반도를 물려준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공촬영을 하면서 기상이 나빠 촬영을 접을 때도 있었지만 문화재 옆에 불법건축물을 짓는 사람들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다. 비행선을 큰 트럭으로 옮기다 보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점심을 굶거나 깊은 산속에서 난감해진 경험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무엇보다 훼손되어가는 문화재나 주변경관이 파헤쳐진 모습을 볼 때, 엉뚱하게 복원된 문화재를 볼 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다.

마지막으로 촬영에 사용한 비행선을 짧게 설명하려 한다. 비행선의 뼈대는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며 농사지을 때 쓰는 하우스 비닐로 몸체를 만들었다.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로 가득차 있어 부력의 힘으로 하늘로 뜬다. 앞뒤로 날아갈 때는 두 개의 전기모터를 이용한다. 2k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고, 모형비행기처럼 RC 무선조종기로 조정한다.


[➊ 갯벌의 보고 순천만. 논에 그려진 거대한 새가 인상적이다.]


[➋ 천연기념물 홍도. 원시림과 맑은 바다로 유명하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섬이다.
 ➌ 보성 녹차밭. 하늘에서 보면 녹차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➍ 대한민국 우주기지가 있는 고흥 외나로도의 상록수림. 천연기념물이다. 이곳에서 꼭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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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상연 | 글·사진 김치연 상명대 산학협력단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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