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우리나라 입시에 입학사정관제라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일선에서 오랫동안 진로·진학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

“넌 꿈이 뭐니?”

“꿈이 뭐니?” 묻자 아무 말이 없다.‘이런 질문을 왜 하나요?’라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나마 “서울대요”, “변호사요”, “치과의사요” 하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자신 있게 ‘꿈’이 뭐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그들에게 꿈은 초등학생 시절 잠시 가져본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알고 있는 직업도 몇 가지(의사, 변호사, CEO, 교수 등)에 불과하다. 아마도 부모님이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 중 최상급만 주입식으로 암기된 듯하다.

다음으로 그 직업을 선택한 궁극적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답을 못하거나 집안 내력을 이유로 든다. 과연 이러한 이유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쓸 수 있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속마음을 숨기고 그럴듯하게 거짓으로 꾸며 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입학사정관제도에서는 그런 거짓된 이유는 어떻게든 들통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진정한 꿈을 찾아 대화하다 보면 종종 아이들의 눈물과 마주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부모조차 아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서울 D외고 2학년의 한 여학생은 부모가 시키는대로 학원을 다니며 우수한 성적으로 특목고에 합격했다. 그러나 본인의 적성과 전혀 관계없이 선택한 외고생활은 내신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 학생은 본래 KAIST에 가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단다. 가슴이 먹먹하다. 좀 더 일찍 대화를 갖고 담임선생님과도 진지하게 의논했더라면, 과학고를 지원하기엔 준비가 부족하니 외고라도 일단 특목고에 합격하고 보자는 식의 결정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학졸업자의 70%가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등학교 선택은 더욱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상담 학생 중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내신 성적은 중상 수준이며, 의사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의대를 못 보내게 됐다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이 학생은 매일 게임에 빠져 있었으며, 대화조차 없이 생활하는 모자관계는 얼핏 보기에도 최악의 상황이란 게 한눈에 들어왔다. 학생의 진로 검사결과는 이공계로 나왔으며 창의력이 특히 우수했다. 물론 학생의 장래희망은 프로게이머였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생이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며 그림에도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됐다. 결국 학생은 진실한 눈빛으로 컴퓨터공학과(경영학 복수전공)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기로 약속했다. 학생을 설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프로게이머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의 데뷔 나이가 17세인데 본인은 이미 게임영재가 아니며, 프로게이머의 은퇴연령이 축구선수보다 짧다는 현실 전달

2.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면 소설적 상상력과 게임에서 느꼈던 아쉬운 부분과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정리해 게임 시나리오를 써보고, 대학에 진학해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완성해보라고 권유

3. 게임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정리해 교내 관련 탐구활동에 도전하기를 권유

4.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은 실질적인 공부의 시작이며, 고등학교 내신 관리는 대입의 주요 전형요소이니 최선을 다해 공부할 것을 권유 상담 일주일 뒤, 상담시간에 과제로 받은 학습계획서를 작성하고 책을 읽은 순서대로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게임에 집착하지 않고 있어 아이가 여러 면에서 달라지고 있다는 감사의 전화를 학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위인전을 읽어라

요즘 학생들은 더 이상 위인전을 읽지 않는다. 위인전을 읽으면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
인지, 올바른 정치는 무엇이고, 세계평화와 인류복지는 무엇인지, 소외된 이웃을 돕는 방법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자기만의 위대한 꿈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서와 학습 관련 서적에 치중된 독서는 학식은 넓혀줄 수 있으나 멘토는 돼줄 수 없다. 내가 꿈꾸고 가고자 하는 길이 어렵고 힘들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나보다 앞서 그 길을 걸어간 선구자를 통해 간접경험하고 의지를 배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을 갖고, 그 일을 통해 꿈을 이뤄가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적성을 고려해 직업을 결정해야 하고,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무엇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해 대학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학에 가야 한다. 그래서 ○○특목고에 꼭 합격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회에 수상하고 점수를 획득해야 하고, 전교 몇 등 안에 들어야 해”라는 식의 단기목표, 지나친 학업 위주교육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자칫하면 경쟁심과 패배감, 적성과 맞지 않은 강요된 학습으로 인한 무기력감만 남을 수 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공부는 선행학습보다 더 큰 결과를 만들어냄을 잊지 말자. 꿈을 찾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된 열정을 살려내는 유일한 길이다.

신혜인
페르마에듀 교육연구소장과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이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신혜인 기자

🎓️ 진로 추천

  • 교육학
  • 심리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