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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 향상의 비결

성적 향상 필수요건



내가 예전에 한 일 때문에 이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어, 우리는. 나는 가지 않았어. 학교에. 나도 왜냐하면, 잘 모르겠어.’

좀 이상한 문장이다. 문법적으로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문장이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대략 짐작은 간다. 지금은 위험에 처한 상황이고, 그렇게 된 이유는 화자(話者)가 예전에 했던 어떤 일 때문이다. 또 화자는 학교에 가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르고 있거나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글을 읽는 과정은 어휘력이나 문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독해는 문법적 과정이 아니라 심리적, 뇌과학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쓰인 교과서뿐 아니라 문법을 모른 채 주어와 서술어를 뒤섞어 쓴 어린아이의 문장도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시지각 능률 올려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습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독서다. 서울대 교육학과 오헌석 교수팀은 1987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한국과학상, 젊은 과학자상 등 과학계의 굵직한 상을 받은 과학자 31명을 심층 인터뷰해 성장 단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70% 이상이 부모 형제가 책을 많이 읽는 학구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의 핵심은 독해력(讀解力)이다. 글을읽어도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면 독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독해력은 글을 읽고 그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전직 교사 출신 교육전문가 이승호 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시험문제에,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지문을 제시하면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학생들 가운데서도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독해력이 성적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해 과정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눈이 글자의 모양을 지각하고 이 정보를 뇌로 보낸다. 뇌에서는 각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를 기존에 저장해둔 기억에서 찾아낸다.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에 전체 글의 내용에 대해 해석한다. 보통 사람들이 한눈에 지각할 수 있는 글자 수는 평균 3.2자 정도다. 이는 사람의 시야 중 ‘명시점’이라는 영역에 들어와 인식된 것이다. 명시점에 들어온 글자는 선명하기 때문에 바로 식별이 가능하지만 여길 조금만 벗어나도 선명도가 50% 이하로 떨어져 대략적인 형태만 파악된다.

안구운동을 통해 쓰지 않던 눈 근육을 사용하는 훈련을 하면 명시점이 좀 더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눈에 5~8글자까지 볼 수 있게 돼 그만큼 시(視)지각 능률이 향상된다는 얘기다.

글을 읽을 때 안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쭉 같은 속도로 진행하지 않는다. 한 지점에 잠시 멈춰 뜻을 생각해내고 그 다음 지점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시지각 능률을 올리면 안구가 한곳에 오래 머물거나 이전 지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는 오류를 줄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작업기억 효율 높여야

뇌는 처음엔 단어 하나하나를 시지각 정보로 받아들이지만 전체 글의 내용을 해석할 때는 단어를 여러 개 조합해 덩어리로 만든다. 단어 자체가 아니라 단어가 모여 만드는 의미를 하나의 단위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뇌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부스스 눈을 뜨자 부엌에서는 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아침의 분주함이

확 밀려들어온다.’

이 문장을 부스스, 눈, 을, 뜨자, 부엌, 에서는,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씩 이해하려고 하면 전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곤란하다. ‘부스스 눈을 뜨자 / 부엌에서는 / 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 아침의 분주함이 / 확 밀려들어온다’처럼 의미 단위로 끊으면 이해가 훨씬 쉽다. 문법적으로 불완전한 문장도 마찬가지다. 단어 하나씩 순서대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도 의미 덩어리로 보면 대략 감이 잡힐 때가 많다.

이런 과정은 뇌에서 가장 앞부분인 전두엽의 ‘작업기억’ 영역에서 이뤄진다. 이곳은 읽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다듬어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장기기억으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작업대’다. 작업기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는 기억력과 이해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뇌 전문가들은 작업기억에서 정보를 비슷한 의미끼리 묶는 훈련을 하면 기억력이나 이해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비주얼’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아직 세상의 지식 대부분은 글로 이뤄져 있다. 글을 잘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정보화 시대에서도 필수다. 독해력 훈련 전문기업 ‘차원이동교육도시’는 한글과 영어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프로그램 ‘스피드북’과 무료 독해유창성 진단 테스트 서비스를 홈페이지(www.speedbook.co.kr)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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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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