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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상상력으로 허수 정복하기

 

허수


| 허수 | 배리 마주르 지음 | 박병철 옮김 | 승산 | 271쪽 | 1만 2000원

PROLOGUE
수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대화 수단들 중 하나이며, 몇몇 문제의 답을 찾았다고 해서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지 않는다. 수학사의 가장 소중한 해답들은 더 깊은 질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일 뿐이다.


▒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수의 개념도 점차 심화된다. 뒤로 갈수록 우리의 직관과 점차 멀어지면서 추상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런 경향은 ‘허수’라는 개념을 배울 때 최고조에 이른다. 실수와 허수가 합쳐진 수를 복소수라고 부른다. 도대체 허수라는 숫자가 왜 필요하고 생뚱맞게 ‘i’라는 영문알파벳까지 끌어들이는 걸까. i는 제곱을 하면 -1이 되는 수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려 해도 도대체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대 수학 교수인 저자는 허수를 처음 만나 당황하는 건 당연한 반응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로 책을 시작한다. 허수라는 개념이 처음 나오고 수학자들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지기까지 300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인 ‘시인의 마음으로 들여다본 수학적 상상의 세계’가 시사하듯 허수라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논리학자의 차가운 마음보다 시인의 발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수학자들은 왜 허수를 생각해냈을까. x²-2x+2=0 이라는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x-1)²=-1이라는 식이 얻어진다. 수의 개념이 실수까지라면 이 방정식의 해는 없다. 어떤 수의 제곱이 음수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허수 개념을 도입하면 x=1+i, x=1-i라는 해가 얻어진다. 이렇게 억지로 문제를 푸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놀랍게도 현대 물리학의 총아인 양자역학의 기초가 되는 슈뢰딩거방정식은 허수를 도입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오늘날 수학, 물리학의 많은 분야가 허수 개념에 의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허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좌표를 도입해 허수의 개념을 멋지게 설명한다.

출발점은 음수끼리 곱하면 양수가 되는 곱셈의 법칙. -1에 -1을 곱하면 왜 1이 될까. 솔직히 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복소평면’이라고 부르는 x축은 실수, y축은 허수인 평면좌표를 떠올려보자. 여기에서 1은 (1, 0)으로 표시되는데 앞부분은 실수부, 뒷부분은 허수부다. 좌표에서 1의 위치는 x축 위의 한 점이다. 1에 -1을 곱한 값인 -1은 원점을 기준으로 180도 돌아 x축의 반대방향에 위치한다. 결국 음수를 곱한다는 것은 점을 180도 회전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여기에 -1를 또 곱하면 다시 180도 돌아 원래 양의 x축에 놓이게 된다.

허수를 곱하는 건 점을 90도 회전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1에 i를 곱하면 i가 된다. 이를 복소평면으로 표시하면 (1, 0)에서 (0, 1)로 바뀌며 x축 위의 점이 y축으로 옮겨간다. 여기에 i를 한 번 더 곱하면 90도가 더 돌아가 (-1, 0), 즉 -1이 된다. 허수의 제곱이 음수가 되는 이유다.

정확한 개념을 모른 채 수학문제풀이를 외우는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수학의 개념이 탄생한 배경과 그 과정을 설명한 이런 책을 읽는 게 ‘수학선수’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배리 마주르
미국 하버드대 수학 교수인 저자는 193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MIT를 거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5세에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 위상수학과 수론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겨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미 국립과학원(NAS) 회원이기도하다. “허수를 상상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영감을 얻어 이책을 쓰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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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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