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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섬 해변에 길게 늘어선 커다란 석상 ‘모아이’는 세계적인 미스터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남태평양 한구석에 고립된 작은 섬에서 이처럼 많은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문명이 갑자기 사라진 원인에 대해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환경 훼손이 그 원인”이라고 단언한다. 무분별한 벌목이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끝없는 전쟁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공멸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문명의 붕괴’는 지금은 몰락해 사라졌거나 위기에 처한 문명의 원인을 분석해 인류의 미래를 진단한 보고서다. 저자는 이스터섬처럼 환경 훼손으로 멸망에 이른 문명과 함께 기후 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를 문명의 주요 붕괴 원인으로 꼽고 있다.

남아메리카 마야 문명은 왜 사라졌을까. 지나치게 많은 곡물을 재배하느라 삼림이 파괴되고 산허리가 침식돼 사용 가능한 농지가 줄어들었고, 인구는 많은데 자원은 부족해 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도층은 부의 축적과 전쟁, 수탈에만 관심이 있었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는 위의 원인이 모두 적용되는 복잡한 사례다. 9세기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그린란드에 정착한 바이킹들은 원주민 이누이트족을 무시해 그들의 생활습관과 지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노르웨이의 지원 중단에 원주민과의 적대적인 관계까지 겹치며 이주자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사회를 진단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과 호주. 매년 10%씩 성장하는 인구 13억의 거대한 중국은 경작지 감소, 사막화, 쓰레기, 염화, 수질 오염 등 수많은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호주는 삼림과 수산자원을 광물처럼 무분별하게 ‘채굴’하고 있어 “이들 재생 가능한 자원이 석탄과 철 같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보다 먼저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한 사회가 붕괴 조짐을 보이면 곧 다른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과 호주의 문제점이 불거지면 곧 세계 전체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프리카의 르완다, 카리브해의 아이티, 미국의 몬태나주 역시 비슷한 이유로 열악한 상태에 처했거나 위기에 놓여있는 곳들이다.

저자가 꼽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일본과 뉴기니의 고원지대. 이들은 산림을 잘 관리해 생태계를 보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농업 생산을 유지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풍부한 사례와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 분석이 돋보인다.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문명의 몰락과정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재구성해 방대한 분량이지만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문명의 붕괴^제러드 다이아몬드 지음 | 강주헌 옮김(김영사, 768쪽, 2만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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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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