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자석에 붙고 유리는 자석에 밀린다는 사실, 모르셨죠?”
전남대 박종원(45) 교수는 이렇게 물으며 자석을 꺼냈다. 동그랗게 만 종이에 자석을 갖다 대니 종이 끝이 회전하며 달라붙는다. ‘아니, 이럴 수가’ 눈을 의심하던 기자에게 그가 설명했다.
“모든 물질은 내부에 전자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석에 붙는 물질, 안 붙는 물질로 나누는 것은 잘못된 개념이에요. 충분히 센 자석이라면 종이가 붙습니다.”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거쳐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입자물리를 전공한 그는 1986년 남서울중 교사로 근무하다 ‘가르치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물리교육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2년 반의 현장 경험 뒤 서울대 박사과정에 들어온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지도교수의 조언을 받으며 ‘과학교육이 나의 갈 길’이라고 진로를 굳혔다.
박 교수는 1992년부터 전남대에서 물리교육을 강의하다 ‘학생들이 물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험으로 느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수업에 응용할 수 있는 실험 장치들을 직접 만들었다. 스티로폼 판 위에 구름, 사람, 나무 모양의 은박지를 붙여 전극을 연결하면 구름과 사람 사이에서 불꽃이 튄다. 번개가 치는 원리를 설명하는 간단한 장치다. 태양전지를 이용해 광통신을 손쉽게 재현할 수 있는 장치, 은박지를 이용한 검전기 등 그가 제자들과 함께 개발한 실험 장치가 연구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난 4월에 펴낸 ‘새로운 물리탐구의 세계’는 박 교수의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물리교육 지도서다. 학생들이 직접 물리 실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숨은 원리를 탐구하도록 꾸며졌고, 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실험들을 다수 소개했다.
“66페이지의 실험은 논문 연구를 기반으로 학습에 구현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것”이라며 하나하나 자신이 개발한 실험 문제를 설명하는 박 교수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직접 사진을 찍고 편집까지 도맡으며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학생 때부터 서울 청계천 일대를 누비며 ‘007 회로 제작집’ 같은 전자부품을 사 모으고 직접 동조회로를 제작했어요. 그런 경험이 실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학적 마인드를 갖는데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실험으로 보여주는 과학교육
그는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 많이 아시는 것 같은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라는 학생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는 경험을 털어놨다. 더구나 실습을 간 물리교육과 학생들이 물리교육 시간에 배운 것과 달리 여전히 칠판에 문제를 쓰고 푸는 전통적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박 교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6~7년 전부터 교사들과 ‘전남물리교사연구회’라는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실험 장치를 개발하고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외국 학술지에도 발표했다. 그동안 ‘학생의 물리 오개념 지도(地圖)’ ‘물리교육학 연구’ ‘Progress in Education’ 등 책도 많이 펴냈다. 지난해 6월에는 10개 대학이 연합한 한국가상캠퍼스에서 원격교육을 실시해 ‘베스트 티처’(Best Teacher)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론적으로 당연한 건데 실험 장치는 왜 만드나’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리현상의 본질적인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선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연수 중에도 늘 실험 장치를 들고 다니며 시연하는 등 꾸준히 노력했더니 요즘은 모두 ‘물리학은 실험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고 인식이 바뀌었지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교사들의 참가가 필요한데 실제로는 업무 부담이나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에 가로막혀 새로운 교육방법의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학교사는 전문가여야 합니다. 단순히 가르치는데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인지 과정을 알아야 지도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과학교육은 심리학, 과학사, 과학철학 등 많은 학문이 관여하는 일종의 ‘종합과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