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의 역사는 원래 아시아로부터 시작됐다. 좀더 정확히는 중국이 로켓의 발명국이다. 11세기 중국에서 화전(불화살)에 불과했던 로켓기술은 유럽으로 전파됐고, 독일과 미국, 러시아를 거치면서 우주로켓으로 꽃을 피웠다. 그리고 20세기초 다시 아시아로 역류해 아시아의 로켓기술을 성장시켰다.
이렇게 아시아의 로켓기술은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우주강대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의 스페이스 클럽(자국의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을 일컬음)인 일본, 중국, 인도와 준회원쯤 되는 북한, 그리고 아직은 비회원인 한국의 로켓개발 현황을 통해 아시아 우주개발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일본 가장 먼저 개발 뛰어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로켓개발을 시작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로켓개발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우주과학연구소(ISAS)가 중심이 된 고체추진제 로켓과 우주개발사업단(NASDA)이 중심이 된 액체추진제 로켓 개발이 그것이다. 이렇게 특성이 다른 로켓을 2개의 우주기구에서 우주발사체용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의 로켓은 개발하기 쉬운 고체로켓으로부터 시작했고 목적은 과학탐사용이었다. 1955년 길이 23cm의 펜슬 로켓으로 시작해 개발한지 10년 만에 1천km까지 1백kg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사운딩 로켓(과학관측용 로켓) ‘L(람다)-3’형의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사운딩 로켓을 잘 조합해 소형의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테스트용 우주발사체 L-4S를 개발하게 된다. L-4S는 우주로 가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로켓으로 세상에서 가장 값싼 우주로켓이었다. 이를 이용해서 일본은 1970년 2월 인공위성발사에 성공, 세계에서 4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스페이스 클럽 국가가 됐다. 하지만 L-4S는 진정한 우주로켓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우주발사체용으로 설계된 최초의 고체로켓은 M(뮤우)시리즈의 로켓들인데, 1963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971년에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이후 로켓성능과 유도능력을 향상시킨 M-4S, M-3C 등 다양한 변형로켓을 개발했다. 1981년에는 소형의 탐사선을 지구중력 밖으로 보낼 수 있는 M-3SⅡ 개발에 성공했다. 행성간 탐사선을 발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1997년부터는 현존하는 세계최대의 단일 고체추진제 우주발사체인 M로켓의 결정판 M-V를 개발, 1998년에는 일본 최초의 화성탐사선을 발사하는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일찍이 고체연료로켓의 한계를 알고 있던 일본은 과학위성보다 무거운 실용위성을 정지궤도에 발사하기 위한 고성능의 대형 액체추진제 로켓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에 개발시간을 줄이고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최초로 미국의 로켓기술을 사들여 N시리즈의 로켓을 탄생시켰다.
N시리즈의 로켓으로 선진기술을 습득한 일본은 점차 독자기술을 발전시켜 나갔고 10여년만인 1994년 국산화율 100%의 H-2로켓을 완성시켰다. H-2는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주엔진의 추진제로 사용하는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로켓 중 하나다. 이로써 일본은 기술을 이전해준 미국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국의 위성뿐 아니라 타국의 위성도 발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현재 일본은 H-2를 상업위성발사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높은 발사성공률과 저가의 발사비용을 실현할 H-2A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분산된 우주기구를 미항공우주국(NASA)처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스페이스 클럽에 두번째로 입성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우주개발용이 아닌 원폭운반용으로 로켓개발을 시작했고, 액체연료로켓만을 집중 개발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CSS-2를 개량해 우주발사체인 CZ(창정)-1을 개발, 1970년 4월에 위성을 발사해 일본보다 두달 늦게 스페이스 클럽 회원이 됐다.
이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FB-1을 개량한 CZ-2C를 개발해 1975년에 현재 선저우 5호 업적의 기틀이 되는 회수용 위성발사에 성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1970년 중반부터 중국은 정지궤도발사용 로켓개발을 진행했다. CZ-2C에 더욱 고성능의 3단 로켓을 부가한 CZ-3가 완성됐다. 이것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사용하고 재점화가 가능한 첨단의 액체엔진을 3단용으로 사용한다. 이 첨단의 엔진은 라이벌인 일본보다도 2년 앞서 실용화한 것이다. CZ-3를 통해 1984년 4월 정지실험통신위성인 동방홍 2호 발사에 성공하자 1985년부터 중국은 상업용 위성발사 시장에 도전장을 제출, 중국의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펼쳐 혁혁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1990년에는 CZ-2에 4개의 액체추진제 로켓을 보조로 붙인 CZ-2E를 개발했는데, 성능이 러시아 프라톤이나 미국 타이탄, 유럽 아리안 로켓에 필적할 만했다. 바로 이 로켓이 이번 선저우 5호 발사의 원동력이 되는 CZ-2F의 모체가 된다. CZ-2F는 CZ-2E에 더욱 신뢰성이 높은 시스템을 채용하고 유인우주선을 탑재하도록 상단부분을 개량했으며, 비상탈출용 로켓을 부가한 형태다.
CZ-2F는 유인우주선 발사용답게 100%의 발사성공률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은 유럽의 아리안 5호에 버금가는 차세대 발사체인 CZ-NGLV를 설계하고 있다.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주엔진과,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보조로켓으로 구성되는 이 로켓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전 발사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 로켓이 완성되면 중국은 본격적인 달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3만6천km 목표지점 안착에 성공한 인도
아시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을 올린 나라는 인도다. 인도의 로켓 개발과정은 일본과 유사하다. 먼저 개발하기 쉬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조그마한 사운딩 로켓 개발을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최초의 사운딩 로켓을 1967년에 발사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을 1973년부터 진행했다.
3백명의 인력이 7년의 노력 끝에 40kg의 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SLV-3호를 개발했다. 4단계의 고체연료로켓인 SLV-3는 성능이나 재원에서 미국이 1960년대 중반에 개발한 스커트(Scout) 로켓과 흡사했다. 하지만 SLV-3는 스커트가 아니며 10여년간 쌓은 사운딩 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85%나 국산화에 성공한 인도의 자부심이었다.
1979년 최초의 발사에서 비록 실패했지만 1980년 7월 SLV-3-E-02에서 인도는 로히니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하는데 성공해 세계에서 7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포함됐다. 이후 SLV-3을 바탕으로 발전된 5단계의 ASLV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1백50kg의 위성을 원형궤도로 발사할 수 있다.
인도 역시 고체연료로켓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체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액체엔진을 4단에 사용하는 3세대 로켓이 1993년에 탄생했다. 지구의 남북을 회전하는 극궤도에 3천7백kg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PSLV이 그것이다. 현재 발사성공률 86%를 자랑하는 이 발사체는 1999년 5월 26일에 우리별 3호를 발사한 바 있다.
위성발사의 최고봉은 역시 3만6천km의 정지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는 것. 일본은 이를 위해 미국의 기술을 빌린 반면 인도는 러시아의 기술을 빌렸다. 정지궤도용 우주발사체란 뜻의 GSLV는 인도에서 제작한 고체연료를 1단에, PSLV에서 4단으로 쓰인 액체엔진을 보조부스터와 2단에,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은 고성능의 극저온 액체추진제인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3단에 사용한다. 인도의 로켓기술을 집적한 로켓인 것이다. 지난 5월 8일 시험용 위성을 목표 지점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킴으로써 인도우주개발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북한과 우리나라는 도전 중
가장 최근 스페이스 클럽에 진출을 시도하다 좌절된 나라로 북한이 있다. 북한의 로켓기술은 러시아의 마케예프 설계국 등의 기술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단거리 지대지 액체추진제미사일 스커드(Scud)를 바탕으로 화성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1980-1990년대에 개발했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우주발사체 백두산(서방에서는 발견장소의 이름을 따 대포동 1호로 알려져 있다)을 개발, 1998년 8월에 위성발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백두산로켓은 1단에 IRBM인 노동 1호의 추진기관을, 2단으로 화성 6호(Scud-C)미사일을, 3단으로 조그마한 고체연료로켓을 사용한 경량급 우주발사체다. 비록 위성의 최종 궤도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백두산로켓의 발사는 가난하고 조그마한 나라에서도 ICBM과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북한의 로켓기술은 우리에게 충격과 함께 큰 자극을 줬다. 덕분에 원래 잡혀있던 우주발사체의 처녀비행일정은 5년이나 단축됐고 예산도 늘어났다.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사운딩 로켓을 통해 상당한 기술을 축적해온 우리나라는 외교적인 걸림돌 때문에 일본이나 인도처럼 이 기술을 곧장 우주발사체로까지 연결시킬 수 없었다. 대신 액체로켓을 개발해야만 했고, 액체로켓의 불모지에서 그 첫번째 작품인 KSR-Ⅲ가 2002년 11월 성공적으로 발사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백두산로켓 때문에 다시 설정한, 2005년을 우주원년으로 한다는 데드라인을 맞추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에 일본이나 인도처럼 우주선진국(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기술과 시간의 부족을 극복하고자 모색하고 있다. 남은 기간은 이제 고작 2년. 이 기간 내에 나로우주센터로부터 우주발사체가 발사된다면 우리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4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입성하게 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나사로 일컬어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연구실 불빛은 꺼지지 않고 있다.
비록 아시아가 우주개발에 있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냉전시대이후 우주개발의 동력을 찾지 못하며 시들해진 미국, 러시아, 유럽에 비해 우주개발 의지는 매우 높다. 아시아의 주요 나라인 우리도 우주로 가야 한다. 지구궤도뿐 아니라 달과 화성, 그리고 그 너머의 먼 우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