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을 향하면 위용 있게 빛을 발하고 있는 별들이 보인다. 북극성, 목성, 토성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별빛이 아무리 선명한 날이라도 맨눈으로 목성 주위를 도는 4개 위성이나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를 보기는 어렵다.
이런 인간 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발명한 것이 바로 망원경이다. 렌즈가 발달하기 시작한 이래 인간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해 왔다.
특히 전파망원경은 가시광선 대신 높은 주파수의 전파를 관측하는 망원경으로,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들로부터 오는 미약한 빛을 감지해서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켰다.
전파망원경은 멀리서 오는 전파를 받아서 그 영상을 만든다. 한번에 한쪽 방향에서 오는 전파를 재고 그 다음 망원경이 향한 방향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다시 재는 방식을 되풀이한다. 이를 통해 방향에 따른 전파의 강도를 잰다. 그런 후 측정한 전파 자료로 관측대상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즉 하나의 대상을 관측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여러 시간 동안 측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전파망원경으로 양질의 정보를 얻으려면 각도에 대한 정밀도와 함께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전파의 양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전파의 양은 접시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때문에 먼 우주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접시 크기를 늘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인간이 접시 크기를 최대로 늘린 망원경이 한 영화에서 등장한다. 영화 ‘콘택트’(Contact)에는 미국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이 3백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레시보 망원경, 그리고 미국 뉴멕시코 주에 있는 브이엘에이(VLA)라고 불리는 전파망원경 시스템이 출연했다. VLA는 미국 국립 전파천문대가 뉴멕시코주 평원에 건설한 전파망원경이다. 폭 36km의 넓은 대지 위에 지름 25m의 안테나 27기를 Y자형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들 안테나가 복합적으로 작동해 지름 36km의 거대한 안테나와 같은 기능을 발휘한다.
들어오는 빛 초점에 모으는 포물면
이제 잠깐 생각해보자. 망원경의 접시는 어떤 모양으로 생겼을까. 왜 망원경을 한개로 크게 만들지 않고 여러개로 작게 만들어 복합적으로 작동하게 했을까.
우선 망원경의 접시 모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물선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망원경의 접시가 포물면이기 때문이다.
포물선은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성질을 갖고 있다. 축에 평행하게 들어온 빛은 포물선에 반사돼 초점에 모인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초점에서 나간 빛은 포물선에 반사돼 축에 평행하게 나간다. 이를 이용한 것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다.
외계에서 직진해온 빛을 모으려면 이러한 포물선의 성질을 이용해야 한다. 접시를 포물선 모양으로 만들면 포물선의 초점 위치에서 빛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빛을 많이 모으려면 접시의 크기가 커지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사각형이나 원형의 안테나를 만들기는 쉽다. 하지만 포물면의 경우 그 모양을 정확하게 깎기가 어렵다. 이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때문에 큰 접시를 만들지 않고 여러개를 복합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런데 최근 전파망원경의 포물면을 만들기 위해 깎아내기가 아닌 새로운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기본 아이디어는 회전. 컵에 물을 넣고 숟가락으로 저으면 가운데가 오목하게 패이면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숟가락으로 말고, 그냥 컵을 회전시킨다면 물의 표면은 어떤 모양이 될까. 이것이 바로 포물면이다. 점성이 없는 낟알이나 액체를 비커에 넣고 회전시키면 포물면이 만들어진다. 이 방법을 망원경의 접시를 만드는데 쓰는 것이다. 이같은 망원경을 LMT(Liquid-Mirror Telescope)라고 한다.
사실 LMT에 대해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뉴턴이다. 그리고 스케이라는 사람이 1872년 최초로 지름 35cm LMT를 만들었다. 하지만 LMT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LMT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만노 보라에 의해서 1982년에 다시 시작됐다.
LMT를 만드는 과정을 한 예로 살펴보자. 미국 애리조나대 스튜어트 관측소의 과학자들은 지름 8m 반사경을 이 방법으로 만들었다. 먼저 1천1백80℃ 오븐 안의 거푸집에 유리를 넣고 40시간 동안 녹인다. 이때 분당 약 7번 회전시키는데, 이로 인해 유리는 포물면 모양으로 주조되는 것이다. 이후 2-3개월 동안 담금질하고 냉각하는 주기를 반복한다. 그런 후 오븐에서 떼어내고 약간의 연마과정을 거치면 망원경이 완성된다. 처음 제작부터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년 정도. 하지만 그냥 유리를 갈아서 포물면을 만든다면, 약 28t의 유리를 갈아서 없애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미항공우주국(NASA) 궤도 파편 관측소에는 지름이 3m인 LMT가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