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참여율은 9.7%. 전반적인 경제활동참여율이 50%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왜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과학기술계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과학기술계에서 몸담아온 현직 여성과학기술인이 전해주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전반적인 경제활동참여율은 50%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참여율은 고작 9.7%. 미국의 경우 22.7%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여성과학자는 우리나라에서 무척이나 소수일 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이 유독 과학기술계에서 여전히 소수로 머무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12월 18일 과학기술부는 제1회 여성과학기술인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에 선정된 여성과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이 처해있는 현실을 들여다보자.
제1회 여성과학기술인상은 과학기술부가 여성과학기술인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자라나는 차세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받을 수 있는 여성 모델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상이다. 자연과학분야, 공학분야, 과학기술진흥분야 등 세분야로 나눠 시상됐다.
자연과학분야는 우리나라 제1호 여성 국제과학학술지 편집위원으로 선정된 서울대 화학과 백명현 교수(54), 공학분야는 최근 10여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광전기 기능성고분자 신소재를 연구한 한국화학연구원 김은경 박사(42), 그리고 과학기술진흥분야는 우리나라 제1호 컴퓨터공학박사로 이화여대에 세계최초의 여자공과대학 설립에 이바지함으로써 여성공학도 양성에 기반을 다진 이화여대 컴퓨터학과 이기호 교수(64)에게 돌아갔다.
백교수는 "평생 '여자라서'라는 말을 듣지 않고자 노력했다. 나는 여성이 아니라 과학자로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제1회 여성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게 되자 참으로 기분이 묘하다. 물론 여성과학자의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의미에서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여성과학기술인은 평생 '여자'라는 짐을 안고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남자보다 이중삼중고를 겪게 된다. 이들에게 여성과학기술인으로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철저한 계산에서 자녀 출산
백교수는 "유학시절에 아기를 낳고 키울 때"라고 답했다. "유학시절 박사진입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첫아이를 임신했다. 이때 실험실에서 몇번을 쓰러지면서도 출산 3일 전까지 실험을 진행할 정도로 지독해야 했다."
이교수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여성과학기술인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가 가장 힘들지 않겠는가. 남성들은 하루 24시간을 자신의 연구를 위해 쓸 수 있지만, 여성에게는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시간 외의 별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등 남성들보다 하루를 더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교수는 여성 후배에게 "공부하는 중에는 애를 낳지 말라"고 조언한다. 박사를 몇개 따는 것보다 힘들어 재능있는 여성 대학원생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에 주저앉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교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대학원생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99년에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홍현숙씨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학기의 몇달 전에 출산했다. 그는 "박사취득 후 경력에서 빈 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즉 박사를 취득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 쉬면 자신의 이력에 시간적인 빈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결국 자신이 과학자로 남는데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물론 출산과 육아는 과학기술계의 여성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인력은 매우 전문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계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홍씨처럼 많은 여성과학기술인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출산해야 한다. 그리고 아기의 양육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절대적인 도움을 얻어야 가능하다.
남편 따라 귀국 후 얻은 일자리는 임시직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연계열에서 여성은 40.3%가 전공과는 다른 분야로 취업한다. 남성이 22.5%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이 과학기술계에 남는 경우가 훨씬 적음을 알 수 있다.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과학기술계는 여성이 들어갈 문을 남성보다 좁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김박사는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의 어려움의 첫번째로 '일자리 구하기'를 꼽았다.
여성과학기술인의 주위를 살펴보면, 대개 남편이 같은 분야의 과학자다. 백교수와 김박사 역시 마찬가지다. 둘다 남편과 같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같은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취득 후 백교수와 김박사는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남편이 먼저 국내에서 직업을 구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에 들어왔지만, 곧바로 직업을 얻지 못했다는 것도.
백교수는 "1977년 서울대 화학과로 부임한 남편을 따라 무작정 귀국해서 몇군데 기웃거려봤지만 '여자라서' 라는 말과 함께 실망스런 답변을 얻었을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일자리를 구한 것은 그 후 반년이 흘러서였다.
김박사도 마찬가지다. 박사취득 후 김박사는 미국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 뒤 국내에서 자리를 구해 함께 귀국했다. 이때 그가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임시직이었다. 뿐만 아니라 2년 반이 지나서야 정식연구원이 될 수 있었다.
김박사처럼 여자연구원은 임시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영옥 박사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의 52개 연구소에서 임시직은 여성이 52.4%를 차지한다. 국내 연구인력이 9.7%임을 감안했을 때, 대다수 여성과학기술인력은 임시직에 종사하는 셈이다.
백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과학자로 살아남으려면 남성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교수는 "취업 후 남성보다 1.5배 열심히 일해서 인정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조건이라면 결코 여성을 뽑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직장 내 승진 매우 드물어
취업 후 일자리에서 여성과학기술인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소의 전체 연구원 중 여성은 고작 6.9%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6.9%보다 더 슬픈 수치를 발견하게 된다.
어느 조직이든 인력은 수직구조로 구성돼 있다. 즉 연구소에서는 연구원,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이라는 상하체제가 존재한다.
수직구조에 따라 여성인력이 어떻게 분포해있는지를 살펴보면, 연구원급 12.6%, 선임연구원급 8.0%, 그리고 책임연구원급 2.6%. 즉 여성의 승진이 매우 드문 일인 것이다. 이처럼 여성이 승진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남성보다 연구를 잘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연구조사가 미국의 한 과학자에 의해 수행됐다.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인 제랄드 홀턴은 1980년대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진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과학계에서 성차별에 대한 연구를 착수했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미래가 촉망된 7백명의 남녀 과학자를 선별했다. 그리고 그들이 해낸 연구결과를 평가했다. 우선 1년에 얼마만큼의 논문을 발표하는지를 조사했는데, 평균적으로 여성은 2.3개, 남성이 2.8개를 발표한다. 논문수는 한 과학자의 이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다. 따라서 이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연구활동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논문을 평가할 때 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좋은 논문을 썼느냐가 또다른 중요 평가요소다. 홀턴 교수는 남녀 간 논문의 질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를 위해 논문을 유명 연구소에 근무하는 고참연구자에게 검토하도록 했다. 이때 연구자는 논문의 질을 1-5까지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여성의 논문은 3.67점, 그리고 남성의 논문은 3.27점으로 평가받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수의 논문을 발표하지만, 질이 좋은 논문을 쓴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지지하는 또다른 자료도 있다. 과학저널의 인용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과학자의 논문이 남성과학자의 논문보다 인용도가 상당히 높다. 여성이 24.4이고, 남성은 14.4이다.
따라서 여성이 남성보다 연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승진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리더십 교육받을 기회 부족
그렇다면 무엇이 승진에서 여성을 제외시키는 것일까. 무엇보다 남성중심적인 사회구조 때문이지 않을까. 국내 과학기술연구소의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직급이 높아지면 시킬만한 적당한 일이 없다" "남녀가 함께 있는 부서의 책임자는 남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조직에 대한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등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남성 위주의 시각에서 여성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을 지닌 CEO가 어떻게 여성에게 고위직의 자리를 내줄 수 있겠는가.
한편 여성은 자신이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과 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하다. 이는 승진의 어려움의 또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공학분야는 과학 지식을 단순히 공부해서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충분히 정보를 소화하고 이를 산업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함께 협동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리더십을 갖고 연구그룹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리더십은 주로 남성이 그들만의 사회에서 배운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보다 리더십을 기를 기회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더욱 서러운 현실은 한번의 기회만으로 평가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여성에게 갑자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서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여자라서 그렇다고 흔히들 쉽게 결론짓는다"며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남성도 그 전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여성은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도 않으면서 한번의 기회만으로 결론짓는 사회다"라고 말한다.
여성과학도 꿈 키우는 WISE 프로그램
이처럼 여성이 과학기술계에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책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우대정책이 필요하다고 여성과학기술인은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과학기술인에게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소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일환으로 이번에 제1회 여성과학기술인상도 마련된 것이다.
어떤 정책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여학생의 이공계로의 진출을 늘리기 위해 WISE(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프로그램이 현재 시범적으로 진행중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과학자와 미래의 과학도인 중·고·대학의 여학생을 일대일로 연결시켜준다. 이를 통해 미래의 여성과학도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데 선배 과학자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띠고 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과학기술을 배울 때 퀴리 부인을 제외하고 수두룩하게 남성과학자에 대한 얘기만을 듣는다. 따라서 남성은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과학자의 꿈을 키운다고 한다. WISE 프로그램은 여학생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과학자모델을 제공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1984년부터 여성 과학자들이 정기적으로 자신의 지역에 위치한 학교를 방문해 여학생들과의 만남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공대 여학생의 진학률이 7%에서 15%로 두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한편 여성과학기술인의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인 취업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정부는 올 1월부터 채용목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소의 여성과학기술인력이 고작 6.9%인데, 이를 2003년에는 10%, 2010년에는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을 채용하는 연구기관을 위해 여성과학기술자 전담연구개발사업을 확대, 지원하고 인턴연구원 활용에 우선권을 제공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위해 법적 근거도 마련중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우리 정부가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홀대현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과학기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수상한 과학기술인은 이구동성으로 '여성 자신의 노력'을 중요하게 지적한다.
이교수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그 누구도 여성과학자를 격려하거나 장려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박사는 "여성이 소수이기 때문에 어디에 가든 그 사람 자체가 여성의 전형적인 경우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성 스스로 다음에 올 후배를 위해 그 조직에서 본보기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여성이 오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백교수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고 일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이 외계인과 같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언제쯤이나 이 사회가 받아들일까. 여성 스스로는 물론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진정으로 고민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제1회 여성과학기술인상
자연과학분야 - 백명현
백명현 교수는 현재 서울대 화학과에 재직중이다. 1971년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1976년 12월에 자신이 가장 자신없어 하던 무기화학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지 6개월 후인 1976년 10월에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 자리를 얻는다.
백교수는 기억장치, 촉매, 이온교환 등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 기능성 무기화학물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연구 결과들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화학학술지들에 출판됐고, 국제 학술회의에 연사로 초청됐다.
또한 국제 학술지의 편집의원, 편집고문으로 활동중이다. 특히 그는 국제화학모임인 IUPAC 무기화학분과를 구성하는 12명의 회원 중 한 사람으로 세계 무기화학계에 기여하고 있다.
공학분야 - 김은경
김은경 박사는 현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화학소재연구부 7팀장이다. 1982년 2월 연세대 이과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2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원 화학과 석사를 취득한다. 그리고 1990년 8월 미국 휴스턴대에서 화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곧바로 휴스턴대에서 연구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국내에 들어와 오늘까지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김박사는 지난 10여년간 전자부품과 리튬전지에 응용되는 전도성 고분자 소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록매체와 광스위치에 응용되는 첨단 신소재인 광·전기 기능성 고분자 소재를 수행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및 국제 특허를 60건 이상 출원·등록시켰다.
또한 그의 연구결과는 국내외 학술지에 최근 3년간 60여편 이상 발표됐고, 일본 고분자 학회를 비롯한 국제학회에 초청 강연을 하는 등 국내 첨단 기능성 고분자 소재 개발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김박사는 한국고분자학회, 대학화학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등에서 이사로 활동중이다.
과학진흥분야 - 이기호
이기호 교수는 현재 이화여대 컴퓨터학과에 재직중이다. 그러나 그의 직함은 매우 다양하다. 개인정보보호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백서편찬위원, 한국여성정보인협회 이사장, 정보통신부 정책심의위원 등 현재 그의 직함이 8개에 이른다. 그는 1959년 2월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1961년 2월 같은 과에서 석사를 취득한다. 그런데 그의 최종 진로는 수학이 아닌 컴퓨터학. 1972년 12월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컴퓨터과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당시의 유학생활에 대해 "영어도 잘 모르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계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1981년 2월 서울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컴퓨터학 박사로 기록된다.
이교수는 1980년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를 설립했고, 1996년 세계 최초의 여자공과대학의 초대학장을 지냈다. 이로써 여성공학도 양성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1992년 8월 한국여성정보인협회를 창립해 고급여성인력이 과학기술 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연구와 세미나, 그리고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