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초음파 진단과 태아에 관한 논문 두편이 발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논문은 초음파 진단시 태아가 지하철이 다가오는 것과 같은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뜻밖의 내용이고, 또다른 논문은 초음파 진단이 태아의 뇌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분의 1초보다 짧은 초음파 펄스 충격
오늘날 산부인과에서는 태아의 상태를 진단하는데 초음파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정확한 임신시기, 태아의 생존여부, 태아의 성숙정도와 같은 일반적인 정보는 물론 언청이, 구개파열과 같은 크고 작은 기형을 발견하는데 초음파가 쓰인다. 최근에는 3차원 초음파 장비로 부모는 태어나기 전에 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
초음파 장비가 임산부의 배를 가르지 않고도 내부 태아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장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음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초음파는 인간이 소리로 듣지 못하는 음파로 높은 주파수를 가진다. 따라서 산모도 태아도 초음파를 들을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태아는 초음파 진단시 매우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태아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초음파를 듣는다는 의미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마요 재단의 연구팀은 초음파가 산모의 자궁에서 2차 진동을 일으킬 수 있을 가능성을 조사했다. 초음파 기기는 1만분의 1초보다 짧은 강한 초음파 펄스를 발생시킨다. 펄스가 사용되는 까닭은 연속적인 초음파가 체내 조직에 열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요 연구팀은 높은 주파수의 펄스가 자궁 내부를 톡톡 건드리는 효과로 나타나지 않을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은 여성의 자궁 안에 작은 수중청음기를 넣었다. 그리고 초음파 진단을 실시하는 동안 수중청음기를 통해 소리를 관측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초음파 펄스가 발생할 때마다 피아노의 가장 높은 음과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작은 소리를 잡아냈다. 또 초음파 테스트기를 수중청음기를 향해 놓았을 때 소리의 크기가 무려 1백데시벨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역에서 전철이 다가올 때와 같은 수준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그린리프 박사는 “태아의 귀 바로 옆에 초음파 테스트기를 가져간다면 상당히 큰 소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지난 12월 초에 열렸던 미국 음향학회 정기 모임에서 발표됐다.
왼손잡이가 갑자기 늘어난 까닭
한편 스웨덴의 한 연구팀은 의학 관련지인 에피데미올로지(Epidemiology) 12월호에 초음파 진단이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스웨덴 카로릴스카 연구소의 헬레 킬러 연구팀은 1973-1978년에 태어난 스웨덴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약 7천명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초음파 진단을 받았고, 17만명은 그렇지 않았다.
킬러 연구팀은 1976-1978년생으로 초음파 진단을 받은 남성들 중 32%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평균적인 남성의 왼손잡이 비율이 9%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유전적으로 오른손잡이인 남성이 왼손잡이로 성장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킬러 박사는 “오른손잡이 사람이 뇌에 작은 자극을 받으면 왼손잡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초음파 진단이 태아의 뇌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1976년 이후에 태어난 남성에게서 왼손잡이 비율이 뚜렷이 증가했다. 그런데 이해에 스웨덴에서 산모가 2차례의 초음파 진단을 받는 것이 일반화됐다. 킬러 박사는“최근 부모가 기념으로 태아의 초음파 영상을 찍는 것처럼 불필요한 상황에서 초음파 진단이 쓰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이번 연구가 초음파 진단과 태아의 뇌발달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예약된 초음파 진단을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