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힘 사이의 관계를 밝혀낸 것은 불과 3백50여년 전의 일이다.그렇다면 그 이전의 사람들은 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아리스토텔레스와 필로포누스,그리고 뉴턴과의 만남을 통해 알아보자.
과학교과서에 담긴 많은 내용들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학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수식과 계산들! 책상에 앉아서 어렵고 복잡한 과학문제를 계산하다보면 금새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려운 계산보다는 직접 몸으로 뛰는 과학수업은 어떨까.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역할놀이다.
역할놀이란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놓고 역할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역할놀이를 통해 특정 역할과 장면을 경험하다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상황과 가치관을 이해하게 된다.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과목, 직접 과학사의 주인공이 된다면 좀더 재미있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물체의 힘과 운동을 역할놀이로 구성해본다.
3백50여년 전에 밝혀진 힘과 운동 사이의 관계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고 자연의 이치를 연구해 학문을 쌓기 시작한 지는 수천 년이 지났지만, 운동과 힘 사이의 관계를 자세히 밝혀낸 것은 불과 3백50여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 사람들은 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물체의 운동과 힘과의 관계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은 과학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의 정지상태를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지상의 물체들은 자연상태인 정지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물체가 운동하는 것은 외부에서 계속 힘을 작용할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체의 운동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관점보다 좀 더 발달된 개념으로 필로포누스의 기동력설을 들 수 있다. 기동력설에 따르면 물체가 계속적인 운동을 유지하는 것은 처음 물체를 운동시킬 때 가해준 힘이 운동 물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동하는 물체에 내재된 이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소모돼 물체의 속도는 느려져 결국 정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물체의 운동은 대부분 ‘뉴턴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뉴턴의 생각에 비추어보면 아리스토텔레스나 필로포누스의 운동에 대한 생각은 모순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턴 법칙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왔다.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다음의 역할놀이를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자.
과학자들의 입장을 정리해 역할놀이를 위한 대본을 구성해보자. 구성된 대본을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직접 역할극을 해보자. 세 과학자들이 물체의 운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과학자들의 주장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지적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에 대한 생각은 현대 과학으로 살펴보면 틀렸음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턴 법칙이 나오기까지 수 천년 동안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었일까? 친구들과 함께 토의해보자.
세 과학자들의 만남
2000년 월 일, 아리스토텔레스와 기동력설의 필로포누스, 뉴턴이 타임머신을 타고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늘 이들은 ‘물체는 어떻게 운동을 하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이론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 세 과학자의 입장을 차례대로 들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
예를 들어 돌을 위로 던져올렸다고 생각해봅시다(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돌을 위로 던져 올려 보인다). 그럼 당연히 얼마 후면 아래로 떨어지겠죠. 보세요. 그렇죠? 그렇다면 왜 돌은 아래로 떨어질까요? 저는 분명히 위로 던져올렸는데 말입니다.
모든 물질은 제각기 고유한 장소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계의 모든 물체는 흙, 공기, 물, 불의 4가지 원소로 구성돼 있고, 각각은 그것이 자연에서 위치하는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돌과 같이 흙으로 이루어진 물체가 땅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운동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땅위에 존재하는 물체는 정지하고 있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돌과 같은 물체를 우리가 억지로 위로 던져올리기 위해서는 손으로 힘을 줘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얼마 후면 자연스럽게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아도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겠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죠. 만약에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자연운동에서 속도는 물체의 무게에 비례하고 그것이 통과하는 매질의 밀도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매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물체의 무게를 두배로 하거나, 또는 물체의 무게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매질의 밀도를 반으로 하면 물체의 속도는 두배가 되겠죠. 여러분! 지금 무게가 다른 두개의 돌을 떨어뜨려보세요. 눈으로 확인되지 않습니까?
필로포누스의 입장
물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 물체의 고유한 속성 때문이 아니라 그 물체를 손으로 던졌을 때 손으로부터 기동력(임페투스)이 부여됐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물체를 던졌을 때 준 힘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물체로 전해질 수밖에 없겠죠. 다시 말해서 내 손으로부터 물체에 준 힘은 그 물체에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 힘을 가지고 물체는 계속 운동합니다. 그렇지만 이 기동력은 자동차의 연료와 같이 점점 소모됩니다. 공기 중을 날아다니다 보면 당연히 마찰력도 생기고, 이러한 공기저항으로 힘은 점점 약해지겠죠. 기동력이 다 소모되면 정지하게 되는 것이구요.
위로 돌을 던져올렸다고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힘을 주어 던져올렸기 때문에 돌의 속도가 빠르다가 공기와 부딪히면서 기동력을 잃어 점점 느려지지 않습니까? 그러다 기동력을 다 써버리면 결국 정지하면서 아래로 떨어집니다. 즉 물체가 위로 올라갈 때 물체는 움직이고 있는 위쪽으로 힘을 받고, 정지할 때는 힘이 0이 돼 잠깐 멈추었다가 아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뉴턴의 생각
제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나 필로포누스와는 좀 다릅니다. 돌을 위로 던져 올렸다구요? 당연히 얼마 후면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돌이 흙으로 돼 있기 때문에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아도 흙이 많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필로포누스는 사람의 손으로부터 돌에 힘이 가해져서 그 힘이 점점 소모되다가 다 쓰면 아래로 떨어진다고 했죠.
전 물체가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았음에도 땅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이유는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기 때문입니다. 즉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사람의 손에서 물체가 떠나는 순간 이 물체는 더 이상 사람에 의해 힘을 받지 않습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사람 손을 이미 떠났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 물체는 전혀 아무런 힘도 받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구에 의해 지구 중심방향으로 중력이라는 힘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왜 돌이 땅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어느정도 올라갔다가 떨어질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로 던져 올린 물체는 사람의 힘에 의해 속력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아래방향으로 중력을 받기 때문에 점점 더 속력이 줄어들고, 결국은 중력과 동일한 방향으로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물체가 손을 떠나 올라가거나 잠깐 정지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경우에도 힘은 모두 아래 방향으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