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 12일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했다. 그리고 이날 0시 2분 태어난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유엔이 정한 60억번째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지구촌 가족들에게는 축하의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세계인구가 60억명이라니.
현재 세계인구는 1초에 3명씩 늘어난다. 5명이 태어나고 2명이 죽는다. 만약 이 속도대로라면 세계인구는 2013년에 70억명, 2027년 8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미국 상무부의 전망이다. 그리고 2050년에 89억명이 된다. 결국 21세기가 끝나기 전 세계인구가 1백억명을 돌파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전망에는 출산율의 감소도 감안된 것이다. 1998년 10월 UN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30년 전 2%였던 인구증가율은 현재 1.3% 정도로 낮아졌다. 출산율도 매년 감소해 한부부당 평균 2.7명에 이르고 있다. 25년 전 브라질에서는 한부부 당 평균 6명을 낳았지만 지금은 2.5명을 낳고 있고, 케냐에서는 8명을 낳았지만 지금은 4.5명으로 줄었다.
20세기에 들어설 때 세계인구는 16억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1930년 20억명을 넘기더니, 1960년 30억명, 1974년 40억명, 그리고 1987년 7월 11일 50억명을 넘고 말았다. 그후 불과 12년만에 10억명이 늘었다. 1년에 7천8백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면서도 불구하고 이처럼 세계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힘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대신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힘들 만큼 인간의 몸집을 불려놓은 것이다. 1987년 유엔인구활동기금(UNFPA)이 세계인구가 50억명을 돌파하던 날(7월 11일)을 기억하기 위해 ‘세계 인구의 날’을 정한 것도 이를 경고한 것이다.
오는 21세기에 인류가 풀어야 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인구증가와 더불어 찾아오는 첫번째 재앙은 물부족. 1999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에 유엔환경계획(UNEP)은 현재 약 5억명이 물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25년에 이르면 34개국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2050년에는 세계인구의 13-20%(12-18억명)가 식수를 구하지 못해 허덕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0년에 이르면 20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물부족에 이어 찾아오는 재앙은 식량.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00년 세계곡물 비축량이 올해보다 6.7%가 줄어든 3억만t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세계인구가 58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최소한 비축해야 할 60일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세계 곡물생산량은 1997년 이후 계속 감소되고 있다. 현재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는 아프리카 43개국 등 세계적으로 86개국. 1999년 10월 현재 매일 밤 배를 곯린 채 잠을 청하는 사람은 8억명에 이른다.
당분간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에너지부족 또한 은근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998년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은 85억t(석유환산치). 이 가운데 90%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다. 그런데 석유의 경우 앞으로 40년, 천연가스는 60년이면 바닥이 난다. 다만 석탄이 2백여년 동안 쓸 만큼 남아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이처럼 21세기에 대해 갖가지 비관적인 전망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아직도 컵 속에는 물이 절반이나 남아 있다는 것. 어쩌면 과학기술에 의해 컵속의 물이 도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단적인 예로 현재 세계적으로 8억명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4천만명이 줄어든 수치다. 이대로 노력한다면 2015년에는 굶는 사람이 4억명으로 준다는 전망이다.
199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과 일본과학기술청이 각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의 지구는 매우 희망적이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석유나 천연가스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석유나 천연가스가 고갈되기 전인 2026년 쯤에는 핵융합에너지가 상업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검증을 거친 유전자조작 식물이나 동물들이 식량문제를 해결해줄 가능성도 높다. 슈퍼벼, 슈퍼밀, 슈퍼옥수수, 슈퍼돼지 등. 게다가 2010년 경에는 화학살충제나 화학비료 대신 인체에 영향이 없는 생물살충제나 생물비료가 등장할 것이다.
환경문제도 크게 개선된다. 2006년 경에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화석연료의 사용이 줄어듦에 따라 2016년 경에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현재의 50% 정도로 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2010년 경에는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에이즈와 암 치료제가 개발된다. 그때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가입하고 있는 암보험이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21세기에는 분명 지금과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어딜가도 휴대용 통역기만 차고 다니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