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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을 복원하는데 중요한 것은 색의 조화로운 배치다.

가끔 사찰에 그려진 단청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각각의 색은 아름답지만 색 자체가 전통건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왠지 전체적인 느낌이 조화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중국의 자금성, 우리나라의 송광사, 일본의 청수사를 보면 서로 비슷한 색깔의 옷이 건물에 입혀져 있어도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각 나라의 전통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라마다 색이 다르단 말인가. 물론이다. 각 나라의 자연환경, 사람에 따른 다른색이 만들어진다. 전통색은 한 국가의 토양, 기후, 환경, 그곳에서 생산되는 풀, 나무, 곡물, 씨앗으로부터 얻어지는 색, 그 민족의 고유한 색감각, 색에 대한 전설, 사람들의 피부색, 사상, 철학 등에서 우러나온다. 이러한 것을 기준으로 일본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전통색 3백가지를 표준화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만들지 못했다.

표준화되지 못했지만 우리에게도 과거의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통색이 있다. 전통건축은 단청을 제외하면 인위적인 색채를 사용하지 않은 소재색 그대로다. 이를 두고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공학과)는 청명한 일기와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의 풍토에서는 건물에 인위적인 색채를 사용하지 않고도 색채의 변화와 효과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신교수는 우리나라 건축을 대표하는 색으로 붉은 계열의 석간주와 뇌록을 꼽았다. 이들은 우리나라 자연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소나무의 동체와 잎 색깔이나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 물론 단청에도 쓰인다.

단청은 해충이나 습기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고 장식할 목적으로 칠하는 것으로 여러 문양과 그림을 적, 청, 황, 백, 흑색의 기본색으로 단장한다. 단청에는 여러 무늬가 쓰이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들보 등의 부재 양쪽 끝과 기둥머리, 서까래 등의 귀퉁이에 놓은 모루초 무늬다. 이중 휘무늬에서는 단청배색의 특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건물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그 수를 달리하는 휘는 보색관게인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이 번갈아 배치되는데 그 차이는 점차 약해진다.

이를 두고 김정신교수는 서로 자극하며 최고의 선명성을 자극하는 보색조화는 단청에서 느끼는 선명함의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휘의 색과 색 사이에는 반드시 백색선과 흑색선이 들어가 인접색끼리의 간섭에 의한 산만함을 없애고 통일감을 준다. 또 작은 면적에는 강한 색을, 큰 면적에는 약한 색을 사용함으로써 명도와 채도에 따른 면적비례를 원칙으로 지키고 있다.

이러한 점은 단청을 복원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전통색을 재현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천연 안료를 사용했던 전통색채를 100%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석간주는 붉은 산화철을 71.1%, 아교를 28.9% 섞으면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암석에서 얻을 수 있는 석간주와는 다르다는 것이 김정신교수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색의 표준화는 중요한 작업이다. 일본이 만든 전통색은 작은 액서세리는 물론 대형 선박과 자동차에도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세계로 수출되면서 세계의 전통색으로 군림할 수도 있다.

눈에 익고 편안하게 느끼는 색이 우리들의 색이된다. 그렇다고 우리 색만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작은 공산품 하나에도 색깔의 조화를 배려하는 정신을 높이 사자는 말이다. 즉 단청 복원에서 수출품 색입히기 모두 우리의 색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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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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