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햐쿠타케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태양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햐쿠타케는 무엇을 남겼을까. 그 자취들을 더듬어본다.
햐쿠타케는 예상했던 대로 거물급 혜성이었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자주 찾는 충북 영동 산중턱에서 바라본 햐쿠타케의 꼬리는 20°를 족히 넘었다. 인터넷 시대에 처음 방문한 혜성이라서 그런지 일반인들의 관심도 매우 컸다.
햐쿠타케혜성이 나타난 이후 천문대에는 매일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은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혜성 밝기, 코마 크기, 꼬리길이가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는 말이었다. 사실 매스컴에 보도된 내용은 도시 불빛이 비치지 않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관측된 결과 였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근교에서 긴 꼬리를 드리운 장관을 감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다. 또 혜성의 코마가 보름달의 4배라는 것은 코마의 절대크기를 말하는 것으로 눈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강한 X선, 원인 몰라
햐쿠타케혜성에 대한 관측은 전세계적으로 공조체제를 이뤘다. 그래서 각국의 대표적인 천문대는 물론 지구 상공에 떠있는 우주망원경들도 관측에 동원됐다. X선관측위성 ROSAT, 허블우주망원경, 자외선천문위성IUE, 적외선 천문위성 ISO등.
이가운데 ROSAT은 이 혜성에서 강한 X선이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햐쿠타케혜성의 X선 세기는 예측했던 것보다 약 1백배 가량이나 높았다. 이 결과는 현재까지 우리가 혜성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천문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골드스톤 X밴드 레이더는 햐쿠타케혜성에 직접 전파를 보내서 반사되는 전파를 수신하는데 성공했다. 이때 사용한 주파수는 8천 5백 10MHz,왕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1백7초. 그결과 코마 주위를 떠다니는 1cm미만 먼지입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반사파를 이용해서 측정한 핵의 크기는 1-3km로, 당초 예상했던10km보다 작았다. 이것은 핵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을 뜻한다.
혜성 핵의 평균 크기는 얼마나 될까.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혜성은 코마와 꼬리가 발달하지 않은 '벌거벗은' 상태다. 최근 라실라천문대와 하와이 마우나케아천문대에서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벌거벗은 혜성의 전형적인 크기는 햐쿠타케처럼 수km에 불과하다는 것. 얼마전까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햐쿠타케혜성의 핵을 촬영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됐지만, 그 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카메라의 한 화소(pixel)크기가 햐쿠타케의 근지점 거리에서 7.5km에 달해 핵의 크기보다 컸기 때문이다.
지구 바다와 같은 성분
지난 3월 17일부터 햐쿠타케혜성에서 제트가 분출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제트란 혜성 핵에서 가스가 빠른 속도로 분출되는 현상이다. 코마의 중심부분에서는 직선으로 분출되는 제트가 확인됐으며, 핵의 자전으로 인해 가스가 마치 스프링클러처럼 소용돌이를 이루며 퍼져났다. 3월 중순에는 햐쿠타케의 핵으로부터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장관이 관측됐다. 떨어져 나간 문제의 혜성 조각은 핵의 크기에 비해 아주 작았다. 이러한 현상은 혜성이 태양 근처를 지날 때 자주 볼 수 있다.
한편 프랑스의 픽뒤미디천문대와 유럽남천문대(ESO)에서는 이 혜성의 제트를 이용해서 햐쿠타케의 자전주기가 6.1시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자전주기가 2일이었던 핼리혜성에 비해 아주 짧은 것이었다.
햐쿠타케혜성은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을까. 천문학자들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원소함량을 측정했던 결과, 혜성에 포함된 물분자에서의 중수소와 수소의 함량비는 대략 1대3천 6백인 것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이 비율은 지구의 바다와 함량비가 비슷하다. 핼리혜성은 이보다 두배가량 높았는데, 여하튼 흥미로운 결과임에 틀림없다.
최근 관측된 데이터를 종합해서 얻은 햐쿠타케의 공전주기는 그이전에 발표됐던 값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국제천문연맹의 전문에 따르면 햐쿠타케혜성은 약 8천년 전에 지구를 지나갔을 것으로 추측되며, 앞으로 1만 4천년이 지나야 다시 볼수 있다고 한다. 주기가 다른 이유는 행성들과 태양의 인력에 의한 섭동 때문이다.
햐쿠타케혜성은 역사시대 이후 관측된 긴 꼬리 혜성의 랭킹에오를거 같다. 햐쿠타케혜성의 꼬리는 지나 3월 26일을 전후해서 1백°에 이르렀고,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그일점(5월2일)을 전후로 다시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꼬리의 길이는 도시 불빛으로부터 얼마나 먼곳에서 혜성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즈음 햐쿠타케혜성은 남반구 관측자들의 독차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