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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잡아먹는 비운의 암거미

타고난 식욕 주체 못해

암거미가 숫거미와 교미할 때 수컷을 잡아먹는 행위는 사람들을 질겁시키기에 충분하다. 과학자들은 암컷의 이런 소행이 암컷에게 이로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두명의 생물학자는 이런 괴기한 행동이 암수 모두에게 큰 손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교미도 하기 전에 가끔씩 잡아먹히는 수컷은 확실히 손해보는 입장이다. 또 암컷은 완전히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돼 왔다. 만약 배가 고픈 암컷에게 수컷들이 애인보다는 식사대용으로 보인다는 이론이 성립된다면 암컷이 충분히 배가 차있는데도 수컷을 잡아먹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런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우메아 대학의 아른퀴비스트와 헨릭슨은 고기잡이거미를 연구했다. 고기잡이거미는 3cm까지 자라고 올챙이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암컷을 두 팀으로 나눠 한쪽은 먹이를 잔뜩 주고 다른 한쪽은 굶겼다. 예상과는 달리 두 그룹 모두 수컷을 잡아먹는 경향이 똑같이 나타났다. 배가 잔뜩 부른 암컷마저 자기의 애인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워버린 것이다. 연구자들이 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암컷의 식욕은 암컷의 생식 효율을 줄어들게 했다. 모든 알을 수정하기에 충분한 수컷이 있었음에도 3분의 1이상의 암컷이 겨우 반정도의 알밖에 수정하지 못했다.

이렇게 동족을 잡아먹는 행위가 암컷이나 수컷 모두에게 이득이 없다면 왜 그들은 그런 짓을 할까?

이런 현상은 암컷이 어릴적에 왕성했던 식욕이 성년이 돼서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보통 거미들은 일생에 단 한번밖에 알을 낳지 않는데, 한 번에 낳는 알의 수가 암컷의 몸집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암컷이 어릴적에 먹었던 음식량에 따라 알의 수가 결정되는 것.

연구자들은 어린 암거미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을 목격했는데, 즉 제일 식욕이 좋은 암컷이 성년으로 자랄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암컷의 공격성은 단일호르몬에 의해 지배받기 때문에 커서도 어릴적의 식욕을 버리지 못하고 수컷을 잡아먹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루빈스타인박사는 매우 재미있는 결과라고 하면서 "이런 현상은 어릴 때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이가 먹어서도 옳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물고기 대신 가끔 애인을 잡아먹는 고기잡이 거미의 암컷.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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