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온난화가 세계적 관심사인 것은 무엇때문인가? 이는 지구온난화가 수천-수만년에 걸쳐 진행된 변화가 아니며, 인위적인 것일지 모르고, 그 진행방향이 주기적이 아닌 데다 속도가 과거 대기중 온실기체 변화보다 상당히 빠르기 때문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계 경제는 이를 뒷받침할 막대한 에너지를 요구했고, 이에 따른 화석 연료의 사용 증가가 나날이 가속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대기중 온실기체 함유량의 급증을 불러왔다. 한편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산림의 파괴는 화석 연료 사용에 이어 대기중의 탄소를 고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여 대기중 탄산가스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대기중 온실기체의 급격한 증가는, 1990년 세계의 기후학자들로 하여금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일사는 투과시키고 지구 특히 지표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지구 복사를 흡수한 다음 지표로 되돌려 보내는 온실효과를 강화시켜 지구 온난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도록 했다. 또 온난화에 따른 빈번한 기상의 악화, 강수대 변화, 해수면 상승 등의 인류 생존 자체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도록 했다.
지구 온난화는 왜 일어나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표적 지구환경문제다. 이와 같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후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지속적 변동을 거듭하는 기후시스템
기후 시스템은 대기권뿐만 아니라 수권 빙권 생물권과 지권의 복합상호작용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런 기후 시스템은 이를 구성하고 있는 각 영역 속 기후인자들의 자연적 변화에 따라 시·공간에 걸쳐 지속적인 변동을 거듭해 왔다. 각 영역별 특성은 다음과 같다.
□ 대기권
대기권은 지구 크기에 비해 아주 얇은 막에 불과하다. 대략적인 지구의 반경이 약 6천3백㎞인데 반해 약 99%의 대기는 지상으로 부터 30㎞ 이하에 존재하며 대부분의 기상현상들은 대류권, 즉 고도 약 15㎞ 이하에서 일어난다. 이상과 같이 대기권은 연직방향으로 지상 수십㎞에 불과하나 수평면으로는 수만㎞에 걸쳐 있다. 즉 지구를 사과에 비교할 때 대기층은 사과껍질 두께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기권은 현 기후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대부분 기후 변화는 이 대기권을 통해 감지되며 지상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대기의 구성 성분은 질소(${N}_{2}$) 78%, 산소(${O}_{2}$) 21%, 아르곤(Ar) 0.9%, 수증기(${H}_{2}$O) 0.04%, 탄산가스(${CO}_{2}$) 3백50ppm, 그리고 기타 미량 기체들(네온 Ne, 헬륨 He, 크립톤 Kr, 수소 H, 오존 ${O}_{3}$ 등)로 구성돼 있다. 수증기 탄산가스 오존 등 온실기체들은 대기 전체 질량에 비해 매우 작은 양에 불과하지만 현 기후 유지 및 변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온실 기체가 없으면 지표 온도는 평균 -18℃가 돼 인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태계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수권
물의 존재는 지구를 다른 행성과 구별되게 하는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다. 지구의 표면은 약 70%가 물로 덮여 있는 까닭에 지구는 물의 행성(acqua-planet)으로 불린다. 수권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물은 바다에, 그 다음 2.4%는 고체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해양은 많은 열을 함유할 수 있는 까닭에 기후 시스템에서 일종의 열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해류는 저위도에서의 강한 태양 복사에 의해 저장된 열을 상대적으로 방출하는 열이 많은 고위도로 수송한다.
물순환의 한 부분으로 나타나는 구름은 태양 복사를 반사해 지표면을 냉각시키는 동시에 지표로부터 복사되는 지구 장파를 흡수해 지표로 되돌려 보냄으로써 지표를 가열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구름의 반사 효과는 우리가 쾌청한 여름철 낮에 구름이 우리 위를 지나갈 때 태양광선을 차단함으로써 다소 시원해짐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또 겨울철 구름 낀 밤이 쾌청한 밤보다 덜 추운 것은 구름의 지구 장파복사에 대한 온실효과 때문이다. 이와 같은 구름의 상반된 특성은 또 온실기체 증가 등의 요인에 의한 기후변화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 빙권
빙하와 눈으로 구성돼 평균적으로 지표 면적의 5%를 덮고 있는 빙권은 지표의 다른 부분에 비해 매우 높은 반사도에 의해 기후 시스템의 에너지 근원인 태양 에너지를 외계로 되돌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빙권이 지표 면적의 어느 정도 이상을 차지할때 빙권의 높은 반사도에 의해 빙하기 초래를 가속화할 수 있다.
□ 생물권
생물권은 기후시스템에서 절대적으로 다른계에 의존한다. 즉 지권 대기권 그리고 수권의 적절한 환경 하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권은 생체활동을 통해 기후시스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 현재 대기는 생물체들의 작용으로 그 화학적 조성이 크게 달라졌다. 만약 생물체가 없었다면 대기 구성성분은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이 탄산가스일 것이며 현재 주요 대기 구성 기체인 질소(${N}_{2}$) 와 산소(${O}_{2}$)는 단지 몇%에 불과할 것이다. 대기 구성 성분 중 90% 이상이 탄산가스인 금성은 이 탄산가스의 온실 효과로 지표 기온이 약 5백23℃ 정도 상승돼 있다.
□ 지권
암석과 토양으로 구성된 지권은 기후 영역중에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영역이다. 지권은 대기와 열, 각 운동량을 교환하며 앞에서 언급한 대기와의 물순환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토양 속의 수분은 증발을 통해 지표면을 냉각시키며 지역 강수의 주요 공급원이 된다.
지권이 기후 시스템에 주는 영향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화산활동이다. 화산은 지권으로부터 강력한 폭발력에 의해 기상현상들이 주로 일어나는 대류권 상부와 성층권까지 많은 먼지를 뿜어 올리기도 한다. 이 먼지층은 태양 복사를 외계로 반사시킴으로써 지표면을 냉각시키고 이에 따른 기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별 요인 없이도 계속 변하는 기상과 기후
기후 시스템 속에는 이상과 같은 대기권 수권빙권 생물권 및 지권의 각종 역학적 물리적 화학적 과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각 과정들 간의 반응속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외부의 특별한 변화 요인 없이도 기상과 기후는 계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적 기후 변동은 인위적 요인들에 의한 기후 시스템의 반응정도를 더하기도 하고 덜기도 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질학적 고기후 연구를 통해 우리는 과거 수십만년 동안 지구에서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연속돼 왔음을 알고 있다. 빙하기에는 빙하와 눈이 지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간빙기에는 열대 우림이 지금보다 상당히 광범위하게 고위도까지 존재했다.
근래에 와서 전 지구적인 기상관측은 엘리뇨 현상에 의한, 즉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가 적도 지방뿐만 아니라 적도에서 먼 많은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엘리뇨 현상의 원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이에 따른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의 경제적, 산업적 구조가 흡수할 수 있는 비교적 짧은 1-2년 기간에 나타났다가 정상 기후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기후 변동 외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지구 기온 변화의 원인으로는 천문학적 요인과 온실 기체로 인한 요인의 두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천문학적 요인
1920년 세르비아의 수학자 밀란코비치는 '태양복사에 의해 생기는 열현상에 관한 수학 이론'을 발표해 기후변화를 천문학적 요인에서 설명했다. 이 천문학적 요인은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태양활동의 변화, 두 가지 경우의 지축 변화, 지구 공전궤도 변화의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천문학적 기후 변화 요인 중 가장 주기가 짧은 것이 흑점 관찰로 알 수 있는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 변화다. 이 태양 활동의 변화는 그 주기가 비교적 짧고 이 주기 동안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량의 변화가 0.07%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기후 변화에 관련된 천문학적 요인은 지구 자전축의 변화와 관련된 두 개의 원인이다. 첫째는 지축의 머리 흔들기 운동(歲差運動)으로, 지구의 공전축에 대해 지축이 1만9천-2만3천년 주기로 팽이처럼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것이다.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지구는 북반구 여름철에 태양에서 가장 멀고, 북반구 겨울철에 가장 가깝다. 그러나 약 1만1천년 전에는 이와는 반대로 북반구 여름철에 가장 가까웠고, 북반구 겨울철에 가장 멀었다.
(그림3)의 a는 현재에 비해 약 1만1천년 전 대기 상층에서 지구 기후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 차이의 위도별 계절변화를 보여준다. 약 1만1천년 전에는 현재와 반대로 북반구에서 더 많은 태양 에너지가 유입됐다.
이 그림에서 1만1천년 전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태양 에너지가 들어오는 경우 그림자 지게 했는데, 여기서 북반구에서는 태양 에너지가 많이 들어오고 남반구에서는 감소되는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북반구에서 기후의 계절 변화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컸고, 이에 따라 아시아몬순의 강도도 더욱 크게 나타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 변화의 요인 중 지구 자전축에 관련된 두번째 요인은 계절 변화의 주요인인 지구 공전축에 대한 지축의 기울기가 4만1천년 주기로 21.5°에서 24.5°까지 변하는 것이다. 현재의 지축 기울기가 23.5°인 것을 고려할 때 지축의 기울기가 더 기울어질수록 계절 변화가 지금보다 더 클 것이며, 지축의 기울기가 작을 때는 계절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그림3)의 b는 지축 기울기가 21.5°일때 비해 24.5°일 때 대기 상층에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여름 반구는 24.5°일 때 더 많은 태양 에너지가 들어오며 겨울 반구에서는 감소함을 보여준다. 특히 겨울 반구의 중위도에서 감소가 현저하다.
마지막 요인은 지구의 공전 궤도 변화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약 10만년 주기로 거의 완전한 원에서 타원으로 점차 편평화됐다가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 사이에 변하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약 1천8백만㎞ 이상이다. 지구 공전궤도가 원형일 때보다 타원형일 때 계절적 기후 변화는 훨씬 더 크게 일어날 것이다(그림3)의 c참조.
빙하기와 긴빙기의 기후 변화는 어느 하나의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기보다 이상의 네 가지 요인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또 이에 따른 지구 내부의 변화, 즉 눈 또는 얼음이 덮인 지역의 확장과 수축에 따른 2차적인 기후 변화(반사 효과), 대기중 온실기체 함유량의 변화들이 더불어 함께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화변화의 온실 기체 요인
이상과 같이 천문학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기후 변화를 이해하고도 최근에 와서 지구 온난화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는 온실기체 증가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수천-수만년의 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변화가 아니라는 점, 인위적인 것일지 모른다는 점, 그 진행방향이 주기적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림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진행 속도가 과거의 대기중 온실기체 변화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점 등에서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기중의 온실기체는 불과 몇년 후 21세기 초에는 그 함유량이 현재의 두 배 이상 될 것이라 추정되며, 또 그 증가가 나날이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중의 온실기체는 지표의 높은 온도에 의해 외계로 방출되는 지구 장파 복사를 흡수하고 대신 비교적 낮은 자신의 온도로 외계로 방출한다. 동시에 지표로도 방출함으로써 대기하층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온실효과를 유발해 지표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온실기체중에는 탄산가스 이외에도 ${CH}_{4}$ ${N}_{2}$O CFCs 등의 대기 미량기체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대기 미량 기체들에 의한 지구 온난화는 탄산가스에 의한 온난화보다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대기중 이들 기체들의 함유량 증가 속도를 볼때, 이들 대기 미량 기체들에 의한 온난화는 가까운 장래에 탄산가스에 의한 온난화보다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대기중 이들 기체들의 함유량 증가 속도를 볼때, 이들 대기 미량기체들에 의한 온난화는 가까운 장래에 탄산가스에 의한 온난화를 능가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림5)는 대기중 탄산가스 함유량이 두 배가 됐을 때 대기 대순환 모형에 의한 지표면 기온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후 모형은 대기중 탄산가스양이 증가하면 기온이 증가됨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 모형이 가장 큰 증가를 보이며, 미국 대기과학 연구소 모형이 가장 적은 기온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서 가장 큰 기온 증가를 보이며 해양에서는 그 변화가 비교적 작은 것이 공통점이다.
화석연료 줄이고 삼림 확장해야
현재 우리가 당면한 지구 온난화 또는 그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은 먼저 대기중의 온실기체량을 줄이는 것이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삼림을 확장시킴으로써 대기중의 온실기체 증가 근원을 축소시키고, 대기중 탄소를 식물체에 의존해 고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쉽게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산업별로 효과적인 대책이 수립돼야만 한다. 특히 이 대책은 기후 모형에 의한 기후 변화 예측을 바탕으로 그 영향을 가장 완화시키면서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 대한 충격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