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회―나흘간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열성을 보여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조류탐사는 서해안일대에 어떤 종류의 철새들이 얼마나 날아드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의 와중에 있는 서해안 지역에서 전통적인 서식처를 잃어가는 새들의 모습을 통해 개발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천착해보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이번 조류탐사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생태계와 환경문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재만―여기 오신 선생님들 모두 생물을 전공하셨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조류 분야는 다룬 적도 없고 혹 배웠더라도 현지에 몸담은 처지에서 거의 잊어버린 상태일 겁니다. 저 역시 문외한으로서 하나라도 구경하려는 생각으로 이번 탐사에 임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본 새를 조류도감에서 확인하고 하는 기회는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몸으로 느끼는데 큰 계기가 됐습니다.
박정현―이번에 탐사한 서해안 일대는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변화를 거친 곳이 많았습니다. 간척사업 때문에 개펄도 사라지고, 철새들이 날아왔다가 먹이나 서식처가 사라지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생태계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단체조성 등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영―낙동강 식수오염 등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던 차에, 산업발달을 따른 자연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조류는 인위에 의한 변화에 민감한 생물입니다. 습지에서 먹이를 얻던 새들이 그 습지가 사라졌을 때 어디로 가는지, 이번 한번 탐사로 그런 구체적인 부분까지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면 일관된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홍규―탐사기간 교수님을 쫓아다니며 개체수를 세는 방법, 새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 등을 배웠습니다. 특히 둘째날 본 두루미는 제 기억에 오래 남을 수확입니다. 어릴 때 고향 원주에서 황새나 두루미를 본 이래 공단이 들어서면서 새들이 모두 사라졌지요. 좀더 가까이서 봤으면 싶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날씨가 너무 궂어 탐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방홍규―저는 이 날씨가 새를 탐사하는데는 오히려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배경이 온통 흰색이니까 새가 쉽게 눈에 띄더군요. 고생은 많았지만 며칠 더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 마지막 날에 가서야 필드스코프를 통해 오리가 정말 암수가 붙어다닌다는 것을 실감했으니까요.
노영―천수만을 탐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장 많은 조류를 볼 수 있었고 식별법도 자세히 배웠습니다. 천수만 A지구에서 기대했던 황새가 출현은 했으나 촬영에 실패한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밀렵꾼들의 총성에 새들이 쫓겨다니던 애처로운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오세창―이번에 새들을 보는 눈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저도 생물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주변 오리류도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집근처에 주남저수지가 있는데, 새의 특성이나 종구분법등도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더 많이 배워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산교육을 시켜보고 싶습니다.
김영옥―다른 종보다 새의 종은 특색만 잡으면 구분이 쉬운 듯합니다. 그래서 일반인이나 학생들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생태' 라 하면 오염만 떠올리게 되는데, 개발 댐 간석지등이 모두 생태계에 변화와 파괴를 주는 것들입니다. 개발 이전에 환경단체 등의 환경평가가 있어야 하고 환경평가는 실무진이 참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자세히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철주―그동안 이론적으로만 가르쳐왔던 환경단원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교과서나 전문서적에 있는 것만 볼 때는 알고 있는 양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양한 새 이름을 배우고 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니까 관심의 방향이 달라지더군요. 선생님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론적 측면보다는 관심이 중요합니다. 관심이 있으면 시야가 넓어지게 되지요.
지난 4일간 개인적으로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학부에서 조류를 다룰 때는 해부학적 관점으로 '안락사시키는 방법'등 주로 죽이는 방법만을 연구했지요. 여기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학교에서도 비둘기 사냥을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들에 나가 비둘기도 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필요 이상의 살생은 하지 않습니다. 당장 필요가 없어도 냉장고에 먹을 것을 쌓아놓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지요.
김영옥―탐사중에 밀렵꾼과 마주쳤는데, 이미 사냥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시각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총을 맞지 않은 새도 스트레스로 죽는다면, 허가된 사냥일지라도 다른 새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활을 사용하게 하는 방법은 어떨지요.
방홍도―저는 사진찍는 것이 취미라 대학시절부터 이곳저곳 해안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이번에 탐사를 다니며 그 아름답던 서해안과 남해안이 옛날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해안선도 달라졌고 어느 곳에 가든 인공구조물이 즐비한 것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싫은 기분이더군요. 개발에 의한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은 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차세대인 아이들에게 '개발'이란 이름 하에 파괴를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일러준다면 훗날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창호―이번 탐사만으로는 서해안 일대의 환경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행을 미치고 있다는 식의 분석은 곤란한 듯합니다. 다만 과거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살아가던 새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인공호수에서 시멘트 건물을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까웠습니다. 또 조류에 대한 일반적인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시중에서는 도감 정도 밖에는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홍진원―무분별한 이해관계 아래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급격한 환경변화를 일으킨 결과가 지금의 서해의 모습입니다. 비교할 만한 이전 데이터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철새의 종수나 개체수가 급격히 줄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뿌리에는 간척이나 개발도 있지만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는 수질 오염이 관계돼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2세 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들로서 환경오염에 대해 생각뿐 아니라 실천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단에 돌아가면 상세하게 설명할 생각입니다. 학생들도 책이나 TV에서 보는 것보다 다른 차원의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조류탐사를 생물 선생에게만 시킬게 아니라 2세 교육을 밑은 다른 선생님들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령 교과과정중 생물선생이 말하는 것과 영어선생이 말하는 것은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요.
이재범―선생님들 모시고 지도교수님의 도움으로 탐사를 마쳤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와 마칠 때의 느낌이 매우 다릅니다. 일정이 빡빡해 혹 '수박겉핥기'가 되지 않을까는 걱정이 앞섰습니다만, 기우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탐사기간 중 57종의 조류를 봤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인 바람은 이 탐사에서 얻은 지식보다는 여기서 얻은 감정들을 안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건 관심과 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착이 있으면 당연히 보호하게 돼지요.
소대진―제 고향 제주도에는 철새 도래지가 세 군데나 있습니다. 평소 학생들과 참사를 해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자신있게 가르칠 수 있게 됐습니다.
원대식―새는 환경의 지표가 되는 생물이라는 점을 체험으로 느꼈습니다. 학교에 돌아가면 교장선생님께 잘 말씀드려 탐사장비부터 마련, 과학캠프에 조류계통 서클을 조직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줄 수 있는 여러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자리에 장학관님이 계시니 건의를 한가지 한다면 일선학교에서 환경문제와 기초과학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행사나 예산, 활동시간 배정 등에 좀더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채신―향후 우리 각오와 실행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태계에 대해서 국민들도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지요. 전문가들의 좀더 적극적인 홍보와 계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른 세력과도 연대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박교식―환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체 간부들에게 이같은 교육을 할 기회가 있다면 정책에도 반영되기 쉽고 오염을 일으키는 사업체도 줄질 않을까 하는. 일선학교에서도 입시교육에 치중하다보니 현장과는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은데, 재원 조건 등이 어렵겠지만 학생에게도 이런 교육이 실시된다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참교육이 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미래가 밝습니다. 그린라운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환경문제를 학계와 기업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장이라도 만들어봤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구태회―진지하게 관찰하고 흥미를 가져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생태계는 다양한 종들이 구체적으로 얼기설기 얽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날벌레 날파리 등 우리 눈에 하찮은 생물이라 해도 생태계 구성원의 하나지요. 그들이 존재·봉사했기에 우리도 존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실감해야 하지요. 마찬가지로 새는 단순히 새가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이란 무한한 혜택에서 환경이 죽어갈 때 인간도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된다는 역학관계를 깨달아야지요.
이번 탐사를 마친 선생님들께서는 생태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와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주십사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강헌희―어느 틈엔가 새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인간이 새를 찾아가서 만나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생태계는 파괴되고 환경은 오염된 현실에서 지구의 미래는 부정적이고 어둡기만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희망을 가질 수는 없을까요.
구태회―저는 오히려 낙관적으로 봅니다. 생태계 파괴, 환경파괴 등은 동식물상이 감소하고 멸종하는 문제인데, 한번 사라진 동식물을 복원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또 복원에도 '완전복원'은 없고요. 이러한 점을 많은 분들이 깨닫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생태계, 그들이 현재의 환경 아래서 필요로 하는 것을 대체 제공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령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철새에게 인공적인 섬이라도 만들어줘서 쉬어가게 한다든지 하는.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주면 유사한 종이라도 모여들게 되지요.
여기에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고, 늦어질수록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되겠지요. 경제성장 우위의 정책이 자연파괴를 불렀다면, 어느 만큼 성장도 이루어지고 자연파괴의 영향에 대한 경각심도 얻은 이제는 자연을 '보호하면서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재범―돌아가셔서 탐조회 등을 결성할 때 한가지에 매몰되다보면 빠지기 쉬운 극단적인 생각을 피해주십사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령 새를 보호하는 데 숲이 방해가 된다하여 베어버린다면 그것은 새의 먹이가 되는 벌레들의 환경을 파괴하여 새를 살지 못하게 하는 게 되겠죠. 자연은 포괄적인 연관고리 하에서 전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아까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조류보호는 비관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환경과 개발은 합리적으로 조화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대중적 이해가 확산된다면 말이지요. 개발하면서도 동시에 보존하는 사례는 외국의 경우를 봐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중적 인식확산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장명화―혹한인데도 연만한 선생님들도 젊은 선생님 못지않게 열심히 탐사에 임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이를 학문과 연결하면 좋은 결실이 있을 듯합니다. 아울러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동아일보와 쌍용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