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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잉크로 물들이는 것을 많이 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꽃의 반쪽만 물들이는 법은 잘 모를 겁니다. 여기 간단한 실험방법이 있습니다.

꽃을 관찰하고 탐구하기 위해서는 꽃이 가루받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씨가 어떻게 형성돼 뿌려지고 있는지, 또 다른 식물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알아봐야 합니다. 식물학자들은 몇 년에 걸쳐서 수천 개의 식물종들을 모아서 관찰해오고 있는데, 자-여러분도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두 실험을 통해 꽃과 좀더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 보세요.

준비물:컵 2개, 식용 색소(또는 물감 잉크 등), 흰색꽃(장미 카네이션 국화 데이지 등), 예리한 칼, 접착테이프

과정:두 컵에 물을 채웁니다. 이때 한 컵에는 식용 색소를 조금 넣어 잘 저어 줍니다. 꽃 줄기를 밑에서부터 중간까지 반으로 가릅니다. 줄기가 더 이상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른 부분 끝을 접착 테이프로 빨리 감아줍니다. 준비해 둔 두 컵에 줄기의 한 쪽씩을 담그고, 창가 같은 곳에 기대어 둡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수시간 이내에 사진에서와 같이 식용색소가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꽃잎의 반만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어때요? 신기하죠? 꽃을 잉크로 물들이는 것은 아마 많이 보아왔을 거예요. 하지만 이처럼 반만 물들이는 것은 처음 봤죠? 그럼 반만 물드는 까닭을 간단히 살펴봅시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뿌리로부터 계속해서 물을 빨아들여 줄기를 통해 잎으로 보내는데, 이 물의 대부분은 잎에 있는 작은 구멍인 기공을 통해 증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증산(蒸散)이라고 부르지요. 이때 물은 꽃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색소와 같은 다른 물질을 또한 운반할 수 있어요. 올라간 물은 꽃잎으로부터 증발하는데, 물만 증발하고 색소는 남게 되니까 꽃잎이 물들게 되는 거예요.

또한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물이 어떤 통로를 통해 위로 올라간다는 것과 그 통로가 나뉘어 있다는 것인데, 이 통로를 물관이라고 한다는 것은 배워서 알 거예요. 꽃이 있는 식물은 종자 식물이므로 물관이 발달한 유관속 식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줄기를 타고 올라간 물이 꽃잎에서 증발할 때 색소는 남게 되니까 색소가 올라간 쪽은 물들게 마련이다.
 

보너스실험 종이를 이용한 식물의 색층분선
 

① 페이퍼 크로마토그래피에 필요한 준비물들 ②③ 색층분석을 할 때는 꽃잎을 막자사발에 넣고 4스푼 정도의 아세톤을 첨가한 다음(사진2) 내용물이 반액체가 될때까지 간다(사진3).
 

준비물:여러 종류의 식물, 유리잔, 아세톤(매니큐어 제거제), 가위, 연필, 막자와 막자사발, 종이(거름종이면 더좋아요)

과정:식물을 몇 개 모아 통풍이 잘되는 방에서 막자사발에 넣고 4스푼 정도(약 20mL)의 아세톤을 첨가합니다. 아세톤은 약국에서 구할 수 있고, 매니큐어 제거제로도 가능해요. 막자사발의 내용물을 반액체가 될 때까지 갈아서 컵에다 부읍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종이를 연필 둘레에 둘러서 스테플로 고정시키고, 종이 끝이 약 1㎝ 정도 잠길 때까지 컵에 담급니다. 1시간 정도 놔두고 관찰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 많이 봐왔을 거예요. 아세톤과 여러 개의 식물 색소가 종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일종의 크로마토그램(色層列)을 형성하지요. 종이 끝까지 색소가 올라오면 종이를 꺼내서 말립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각 색소는 서로 다른 거리를 이동하면서 여러 색의 띠를 형성하지요. 여러 개의 다른 식물들을가지고 동일한 실험을 반복해 보세요.

이 실험은 크로마토그래피(色層分析)의 대표적인 예인데, 크로마토그래피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
 

아세톤과 여러 식물색소가 종이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종이를 꺼내서 말린다. 사진 아래의 종이처럼 여러 색의 띠를 볼 수 있다.
 

크로마토그래피(색층분석)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반응에 의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그 원하는 물질을 순수하게 얻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반응 용기 안에는 우리가 원하는 물질 이외에 반응하지 않고 남은 반응물질과 여러 부생성물, 촉매 등이 엉켜 있습니다. 따라서 반응이 잘 일어나게 해서 생성물의 수득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분리해내는 일은 더욱 중요하지요. 그래서 이미 미국에서는 '분리과학과 분리기술'이라는 전문 학술지가 발행돼 왔고, 이러한 분리기술의 확립 없이는 모든 화학 공업(금속제련 농약 의약 식품가공 포함)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실험에서 사용한 크로마토그래피는 이런 다양한 분리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러시아의 생화학자 츠웨트(Tswett)가 식물의 잎에서 추출한 색소를 분리하기 위해 1906년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는 긴 유리관에 탄산칼슘 분말을 넣고 그 위에 식물 색소를 넣은 다음 석유 에테르를 위로부터 주입했더니, 처음에 하나로 보이던 색소가 점점 밑으로 내려오면서 층이 생기고 여러 색으로 분리되는 것을 보았던 거죠. 오늘날 이것을 관을 사용한다 해서 컬럼 크로마토그래피(column chromatography)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츠웨트의 실험에서부터 유래한 크로마토그래피는, 크로마는 색을 의미하고 그래피는 쓰는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이므로 혼합물의 조성을 착색의 형태로 표현한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하지만 요즘 분리하는 물질은 적외선이나 자외선의 도움을 받아야만 식별이 가능하므로 더 복잡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이 실험에서 사용한 크로마토그래피는 유리관이 아닌 종이를 사용한 형태이므로 '페이퍼 크로마토그래피'라고 하는데, 관을 사용할 때와는 반대로 아래에서부터 위로 용액이 전개됩니다.

아세톤에 식물 색소를 녹여, 여기에 종이를 담그면 아세톤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종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또한 색소를 운반하지요. 이것은 색소가 아세톤에 녹기 때문에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같이 쫓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종이는 복잡한 셀룰로오스로 돼 있으며 분자 구조상 색소의 성분들을 끌어 당깁니다.

따라서 색소는 아세톤과 종이 중 더 끌리는 쪽에 있으려고 하므로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종이에 머무르게 됩니다. 각 색소마다 분자 구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종이와의 흡착력도 약간씩 다르고, 따라서 동일한 색소가 아니라면 동일한 장소에 머물지 못합니다. 즉, 분리가 이루어지는 거지요.

경험상 식물 색소는 4가지 성분으로 나뉘는데, 종이 맨 위에서부터 카로틴(황적색) 크산틴(황색) 엽록소a(황록색) 엽록소b(청록색) 순입니다. 실험해 본 것과 비교해 보세요.

끝으로 엽록소는 왜 녹색으로 보일까요? 그것은 7가지 색을 갖는 빛 중에서 엽록소가 녹색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녹색 이외의 빛을 흡수하고, 녹색만을 반사하기 때문이지요. 이 빛의 흡수와 반사 또한 엽록소의 분자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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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권은주 회원
  • 사진

    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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