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크낙새

「숲속의 외과의사」

조류학자들은 한국에만 잔존해온 희귀조 크낙새를 이젠 볼 수 없다며 안타가워 한다.


크낙새는 1986년 이후 남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다만 북한의 황해도 일대에 적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음을 북한 조류학자의 보고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전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서식하고 있는 크낙새는 전장이 40㎝를 넘는 대형 딱따구리의 일종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절종위기'(Red Data Book)에 등록돼 있는 이 희귀조는 일본 쓰시마섬에서 잡힌 표본이 1879년 영국인 트리스트람(Tristram)에 의해 Drgocopus richardsi Tristram이란 학명으로 영국동물학잡지에 처음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1900년 초 일본인들의 남획으로 인해 1936년에 절종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크낙새는 한반도만이 유일한 서식지로 종의 명맥을 유지하게 돼 1962년 12월 경기도 광릉 일대가 천연기념물보호지 제11호로 지정되고 6년이 지난 68년 5월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197호로 뒤늦게 지정됐다.

한반도 중부지역에 잔존하는 마지막 생존집단

한국에서의 크낙새에 관한 기록은 1886년 폴란드인 칼리노브스키(Kalinowski)에 의해 광릉과 개성 등지에서 수개체가 채집돼 영국동물잡지에 'Thriponax Kalinowski Taczanowski'로 명명됐으나 트리스트람에 의해 동종이명으로 판명됐다. 이러한 희귀조가 1986년 이후 남한에서 그 자취를 감추었다. 다만 북한의 황해도 일대인 평촌군 인산군 평산군 일원에 적은 개체가 생존하고 있음이 지난 86년 일본 야조회의 초청으로 필자가 일본에 갔을 때 북한 조류학자의 학술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크낙새는 현재 연평균 기온이 9℃, 최저기온이 영하 13℃ 범위에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크낙새의 주서식지의 북부 한계선은 경기도에서 황해도로 다소 북상한 셈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전북과 경남에도 살았다.

크낙새는 숲속의 외과의사로 불린다. 이는 크낙새가 삼림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의미한다. 이들은 밤나무 포플러 상수리나무의 수피와 목질부를 가볍게 두들겨 한 치의 오차없이 1초에18회이상 빠른 동작으로 구멍을 뚫어 긴 혀로 벌레를 낚아채는데, 이 기술은 신기에가깝다. 이를 두고 외과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도려내는 것과 비교해 숲속의 외과의사라고 하는 것이다.

크낙새는 암수교대로 포란(抱卵)과 육추(育雛)를 한다. 보통 4개의 알을 낳는데, 크기는 24.5×22.5㎜로 달갈의 절반쯤 된다. 연 1회 산란하며 포란 일수는 17〜20일, 이때 경계심이 대단하다.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해 포란하는데 수컷의 포란시간이 길다. 새끼는 2~3주 사이에 매일 13g씩 체중이 늘고 1개월이 되면 둥지를 떠나 독립한다. 어린 새끼도 수컷은 두상의 붉은 털이 눈부시고 배가 흰색이어서 까막딱따구리와 쉽게 구별된다.

크낙새는 해충을 대량으로 잡아먹는 대식가다. 주로 해충의 애벌레, 개미, 소나무의 좀, 지네, 미끈이하늘소 등의 육식과 식물의씨앗, 과일, 새순 등의 식물성도 먹이로 한다. 이처럼 크낙새는 삼림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익조다.

이러한 종이 인간의 무지와 탐욕에 의해 사라져 간다는 것은 멀지 않아 인류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옴을 인식해야 한다. 수많은 진화의 과정을 거쳐 생명의 정점에 있는 많은 생명체가 하루에 1백여 종씩 인간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은 비극일 수밖에 없다.
 

크낙새의 수컷은 진홍색 머리꼭대리를 가지고 있는데 암컷과 교대로 포란과 육추를 한다.
 

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원병오 교수
  • 송순창 회장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