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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쌀육종 연구의 메카 IRRI

필리핀에 위치한 국제벼연구소는 세계적인 볍씨개량 전문기관이다. 이곳에서 개발한 IR 8과 그 개량종들은….

벼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국제 농업연구기관으로는 국제 벼연구소(IRRI, 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를 들 수 있다. 국제벼연구소는 통상 IRRI로 불리고 있으며, 태풍과 화산의 나라로 알려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7㎞떨어진 라구나(도) 로스바뇨스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웃에는 동양에서 꽤 유명한 필리핀대학교의 농업계 학부(UPLB) 및 대학원이 있다. IRRI는 설립당시부터 UPLB로부터 광대한 실험농장 및 연구소 부지(현재 약 2백80ha)를 무상으로 빌어쓰고 있다(일설에는 연간 임대료가 1페소라고 하는데 이는 한화로 27원에 해당한다).

IRRI가 소재하고 있는 로스바뇨스(Los Banos, 스페인어로 목욕탕을 뜻함)는 필리핀에서도 유명한 온천휴양지이며 연평균 온도가 25°~32℃이다. 3월부터 5월까지가 건기이며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는 10월 쯤에 끝나고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같은 서늘한 기후가 건기가 올 때까지 계속된다.

IRRI는 1960년 포드와 록펠러재단 그리고 필리핀 정부의 지원아래 주로 아시아의 벼농사를 짓는 지역 농민들의 식량증산을 도와주기 위하여 설립되어 UPLB에 근접한 곳에 연구센터의 자리를 정하고 1961년부터 벼육종을 시작하였다. 1962년 2월 7일 록펠러 3세와 필리핀 대통령 마카파갈에 의해 연구센터가 IRRI에 증정되었다. 그후 IRRI는 설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몇차례 연구방향을 수정하였는데 최근에 IRRI는 2000년을 향한 목표를 '저소득계층으로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 및 소비자들의 현재와 다음 세대를 잘살게 한다'는 데 두고 벼와 관련된 장 단기간내의 환경 사회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적인 벼연구기관을 원조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의 창조와 전파를 목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전략적으로는 국가 상호간 훈련연구를 통한 벼증산효과를 높이며 벼농사를 짓는 환경의 안정성을 높이는, 즉 지속가능한 벼농사 여건을 조성하고, IRRI 연구와 각 국가간 협동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IRRI의 실험실 모습.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IR 8의 육종연구사

그동안 IRRI의 주요 벼 연구역사를 살펴 보면 이렇다. 초창기(1960년대)에는 수량증대에 목표를 두고 전통적인 육종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1961년에 벼 육종의 목표를 줄기가 짧고 강한 그리고 일장에 대한 반응이 둔하고 주요 병충해에 대해 저항력을 갖추었거나 적어도 견디는 능력이 있으며 비료에 대한 반응이 좋은 품종을 육성하는데 두었다. 이를 위해 열대 및 아열대지방의 벼품종의 개량을 위해 우량한 형질의 도입을, 즉 유전자원의 수집을 시작했다. 1963년에는 벼 교배에 대한 효율적인 방법이 개발되고 그 뒤 그 유명한 IR8로 육성 되었던 Peta/Dee-Geo-Woo-Gen의 2세대에서 키가 작은 형질이 3대 1로 분리되는 열성형 질임이 밝혀졌다.

이어서 비료에 대한 반응과 적정 재식밀도가 밝혀졌고, 열대지방에서 광과 온도에 대한 기본적인 생리연구가 진행되었다. 1965년에는 IR8-288-3을 5개국에서 재배시험한 결과 1핵타르(ha)당 평균 6t이 생산되었다. 1966년 IR8은 건기에 lha당 8.2t의 생산량을 나타내 기적의 벼로 각광을 받아 다른 육종가들에게 분양되었다.

1968년 IR8은 놀랍게도 열대지역에서 1천만 ha가 재배되었으며 수량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1969년에는 네가지 곤충과 병들에 강한 IR20과 미질이 좋은 IR22 등이 육성되었다.

1970년대에는 내재해성 품종연구와 이를 위한 국제간 협력연구를 강화하였다. 1973년에는 후일 가장 훌륭한 연구과제로 평가되었던 벼 유전형질 평가와 이용 과제가 작물 학적 형질, 곤충, 병에 대한 저항성, 품질 및 재해에 대한 반응 등을 알아내는 과제와 함께 연구되었다. 이즈음 현대적인 키가 작은 품종(IR 품종)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약 20% 면적에서 재배되었다. 1976년에는 상당히 병충해에 강한 IR36이 육성되었으며 또한 이 품종은 불량토양과 가뭄에 강한 복합 내재해성인 품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 다음 해에는 수리안전답, 천수답, 물이 아주 깊은 논 밭에서 재배하는 벼의 유전자원 연구 및 특수생리장해 연구를 강화하였다. 1979년에는 넓은 범위의 농업기후와 재배조건에서 다양한 벼 유전자원을 조사연구하는 국제적인 조직을 가진 단체(IRTP 현재 INGER)가 52개국에서 17종류의 재해 및 유전검정을 실시했다.

1980년대에는 첨단연구방법을 도입,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새로운 벼 모양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1980년에는 새로운 육종 방법인 조직배양에 의한 연구로 보다 빨리 병충해 및 재해에 견디는 힘이 강한 저항성 품종을 육성할 수 있었고 질소를 고정하는 생물에 대해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즈음 동남아시아에 IR36이 약 1천1백만ha 면적에서 재배되었고 1983년부터는 천적인 거미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1984년에는 전자현미경으로 벼의 병해를 연구하게 되었으며 이어 벼의 생장환경에 대한 국제간 용어의 표준화를 시작하였다.

1985년에는 종합방제(IPM)에 병충해 저항성과 기본적인 화학방제, 생물적 살충제 및 간단한 병해충 추적조사가 포함되었다. 1988년에는 보다 수량이 증대될 수 있는 새로운 벼 모양새가 제시되었다. 즉 중간정도 짧은 키, 중간정도의 생육기간, 적은 분열, 왕성한 초기생육, 높은 질소비료 흡수 능력, 적당한 엽면적, 높은 질소함량의 잎과 질소저장성이 큰 줄기와 잎집, 노화가 느린 지엽과 수수당 많은 낱알수 등이다.

1980년대 말 현재 IR계통을 모본으로 하는 8백여 품종이 38개국가에 보급되었고 약 8만5천2백68계통의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생물비료(질소고정) 자원수집으로는 5백개의 아졸라, 45개의 저습지에 생존하는 두류와 박테리아, 21종의 질소고정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벼에 관한 문헌이 자그만치 9만여권이나 보관되어 있고 그동안 6천여명의 국제 과학자와 연수생을 교육 시켰다.
 

IRRI에서는 벼모양새에 관한 연구도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통일벼 개발에도 기여해

IRRI는 1990년에 기존 과단위별 연구에서 과제별 연구로 바꾸어 물을 댈 수 있는 무논, 천수답, 밭벼, 물이 깊거나 저습지논(태국, 수심이 2,3m) 등 네가지의 재배환경 조건별 과제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 몇가지의 작은 과제도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관계가 많은 관개수를 이용한 벼농사에 대한 연구내용을 소개한다.

관개수를 이용한 벼농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인구밀집 지역에서 이뤄진다. 이 지역의 과학자와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당면한 몇가지 문제점은 첫째 수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둘째 과학기술적 생산능력과 농민이 생산하는 능력과의 차이가 적고, 셋째 집약적인 벼 단작 재배로 논의 환경 즉 토양이 퇴화됐으며, 넷째 수리 시설이 낡아있음을 들 수 있다.

쌀의 수량성은 금후 5~10년 사이의 인구 증가에 맞추기 위해서는 20~25%의 증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첫째로 새로운 모양새(초형)를 갖춘 새 품종을 육성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육종가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수량성이 높은 초형은 앞으로 7~10년 내에 개발되리라 전망된다. 또 중국에서 성공한, 보통재배에 비해 15~20% 증수하고 있는 잡종강세를 이용하는 1대잡종 벼재배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종자생산기술 및 열대지역 적응 능력을 개량하는 것이다.

둘째는 벼 생산의 안정성 확보다. 셋째는 투자효율 즉 비료 농약 관개수 등에 대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종합적인 방제(IPM)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탄산가스 증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공해물질에 의한 오존층의 파괴에 따른 자외선 증가에 대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IRRI는 14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연구정책 및 중요한 사항을 의결하고 있으며 소장 1명, 부소장 3명 (연구 행정 국제), 행정부, 출장소 격인 지역시험소 12곳, 농공과, 농학생리생태과, 곤충과, 육종유전 생화학과, 식물병리과, (농촌)사회과, 토양물관리과, 토양미생물과, 연구기획 및 통계실, 국제연구과제 관리사무실, 벼 유전자원센터, 정보센터, 국제 연구망협력실, 훈련센터 등에서 1백20여명의 국제적인 연구진 및 행정가들이 일하고 있다.

한국은 IRRI가 설립된 직후부터 농업과 학자들의 왕래가 있었다. 1966년 기적의 벼 IR8이 육성되자 우리나라도 IR8의 훌륭한 유전인자를 도입코자 허문회박사를 비롯한 농진청 연구진이 이곳을 찾았다. IR 8을 유가라와 교잡하고 여기서 생겨난 잡종 1세대에 다시 타이충 재래 1호를 교잡하는 3원 교잡방법으로 1971년 통일벼를 육성하게 되었다. 지금은 밥맛 좋은 쌀과 쌀의 과잉생산에 밀려 보기가 힘들어진 통일벼와 그 자매 품종들, 밀양 23호 한강찰벼 등 수많은 품종들이 과거 처참했던 보릿고개를 해결해 주었다. 통일벼가 우리 민족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0여년동안 한국의 수많은 농업관계 학자들이 IRRI에서 연구훈련을 통하여 벼 종자와 정보를 국내로 들여와 우리 벼농사 육종재배 연구에 도움을 주었으며 지금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IRRI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IRRI의 벼 연구에 기여할 때라고 본다.

한국인으로는 안상원박사(INGER)와 임무상박사(농진청 주재관)가 현재 IRRI에 근무하고 있다. IRRI를 학술목적으로 방문하고자 하는 분은 Dr. M.S. Lim, Plant Breeding Unit. IRRI로 연락을 하거나, B.S.Vergara, Director, Administration, IRRI, P.O.Box 933, 1099, Manila, Philippines로 직접 요청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 열대농업관실에 문의하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0331-292-0956).
 

오존층 파괴가 벼의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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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 박태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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