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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색깔과 모양을 질환 알 수 있다

「건강의 창」으로 통하는 손톱은 간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 전신성 질환을 미리 암시하기도 한다.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면 손톱은 건강의 창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신경도 피도 통하지 않는 각질부, 그야말로 죽은 세포덩어리에 불과한 손톱을 가리켜 건강의 창이라니. 아마도 의아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손톱 밑으로 흐르는 모세혈관과 말초신경을 자세히 살피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손톱에 관해 좀더 상세히 알아보자.

우리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손톱에 신경을 써왔다. 실례로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에서 황금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왕족 관리들은 손톱을 길게 길렀는데, 그런 손톱으로는 어떤 활동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세계의 여러 민족에서 긴 손톱은 부와 안락함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한다. 실제로 이 부류의 사람들은 수작업, 즉 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루에 0.1mm씩 자라

물론 손톱이 이렇게 장식적인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손톱과 발톱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의 부드러운 살을 보호하고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손으로 일을 하거나 발로 걷는데 도움을 준다."

고려대 의대 김수남교수(피부과)의 손톱 발톱의 기능에 관한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손톱은 물건을 집고, 아주 조그만 물체를 작동시키는 섬세한 도구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를 할퀴는데도 유용하다.

얼른 보기에 손톱은 머리카락과는 달리 계속해서 자라는 것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실상은 성장과 휴식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자란다. 물론 손톱이 자라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더라도 하루에 대략 0.1~0.12mm씩 자라므로, 한달이면 3mm 쯤 자라게 된다. 이는 발톱이 자라는 속도보다 2~4배 빠른 속도이지만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에 비하면 대체로 3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손톱이 빠진 뒤 완전히 새로운 손톱이 나기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발톱은 1년 또는 그 이상 걸린다.

"계절적으로는 여름에 가장 잘자란다. 지역적으로도 추운 지역보다는 더운 지역에서 성장이 빠르다. 연령적으로는 30세까지 자라는 속도가 빨라지나 그 이후는 속도가 떨어진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손톱의 두께가 더 두꺼워진다"고 고려병원 강형재박사(피부과)는 말한다.

또 손톱이 길수록, 손톱이 만들어지는 부위인 조모(爪母)가 넓을수록 손톱의 성장은 더 빨리 진행된다. 예로 조모가 가장 넓은 가운데 손가락이 가장 빠르게 자란다. 그리고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거나 손톱에 작은 상처가 나 있으면 손톱의 성장속도가 가속된다. 손톱의 사용이 빈번한 직업인의 경우(예컨대 타이피스트)에는 성장속도가 20% 가량 빨라진다. 아마도 조모를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선같은 피부병에 걸렸을 때에도 손톱의 성장이 가속된다. 임신도 손톱의 성장속도를 평소보다 3배 빠르게 한다. 또 왼손잡이의 경우 왼손의 손톱이 상대적으로 빨리 자라고 오른손잡이의 경우에는 오른손의 손톱이 속성으로 자란다.

반면 팔이나 다리가 마비됐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 경우(예컨대 깁스를 했을 때)에는 손톱의 성장이 느려진다. 이하선염이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질환(예 감기)에 걸려도 손톱의 자람이 일시적으로 느려지거나 중단될 수 있다.

사람이 죽은 후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계속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합당하지 않은 얘기다. 그렇지만 이 속설은 아주 그럴듯한 시각적 착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몸조직의 수분함량이 줄어들어 피부가 수축한다. 따라서 손톱주변의 피부가 수축되면 손톱은 더 뚜렷이 드러나게 되므로 길어보이는 컷이다. 마찬가지로 얼굴의 피부가 수축되면 수염이 마치 자란 것처럼 느껴진다"고 피부과의사 정지석씨는 말한다.

머리카락처럼 손톱도 케라틴(keratin)이라는 일종의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이 점은 발톱과 다를 바 없다. 손톱과 발톱은 태아생성 약 10주 후부터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로부터 2개월 정도면 대체로 그 형태가 잡히게 된다.

손톱은 조모, 즉 손톱기질(nail matrix)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조모는 손톱의 생산공장이다. 조모는 조판(손톱의 밖으로 노출돼 있는 각질부분)의 아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손톱이 빠졌을 때에나 그 실체를 볼 수 있다. 바로 이 조모에 분포한 혈관들이 손톱을 핑크색으로 한다.
 

손톱에 젤라틴성분을 함유한 크림을 바르면 손톱건가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얘기는 아니다.


조반월의 크기와 건강은 무관

손톱을 자세히 보면 조반월(爪半月)이라고 불리는 '흰색 반달'이 있다. 조모에서 만들어지는 조판이 아직 각질화하지 않은 부분인데, 희게 보이는 것은 투과광선의 반사때문으로 여겨진다. 흔히 이 부위의 넓고 좁음과 건강을 연루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얘기다.

손톱 끝을 덮고 있는 피부는 미생물 등이 조모로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것이 표피다. 매니큐어를 칠하는 각질화된 부위, 즉 조판(爪板, 조체라고도 한다)은 한마디로 죽은 조직이다. 따라서 이 부위에 어떤 자극을 가해도 손톱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손톱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했을 때 그것은 거의가 미용상의 문제다. 구태여 약물치료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같은 미용상의 문제들은 손톱용 화장품을 적절히 사용하거나 간단한 손톱손질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잘 갈라지거나 쉽게 부서지는 손톱은 우선 보기에 흉하다. 또 옷감 등에 긁힌 자국을 내기 일쑤다. 따라서 이런 손톱은 늘 짧게 자르는 것이 최선이다. 이처럼 약한 손톱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손톱광택제를 여러 겹 바르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순히 걸보기만 좋게 할 뿐 손톱의 원래성질을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것.

"손톱광택제를 사용할 경우 깨끗이 지우는 일이 손톱건강에 더 중요하다. 또 손톱이 잘 부러지면 물과 비누에 과도하게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약사 박남순씨는 들려준다.

매일 젤라틴을 바르면 손톱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실제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생선 닭고기 콩 등과 같은 단백질원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단백질로 알려진 젤라틴을 바른다고 해서 손톱이 더 강해지거나 건강해진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손톱의 끝에 생기는 손톱거스러미는 죽은 세포가 삐져나와 달려있는 것으로 표피주변 또는 그 안에 생기는 균열 때문에 일어난다. 손톱거스러미가 생기면 매우 불편할 뿐아니라 감염의 실마리를 제공하므로 깨끗한 가위로 잘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 표피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손톱 끝부분의 표피를 부드럽게 유지하고 거스러미가 잘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핸드크림이나 로션을 표피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발라줘야 한다"고 미용전문가 박정원씨는 말한다.

손톱의 표피(Cuticle)는 손톱뿌리를 덮고 있는 엷은 피부인데 손톱을 주변의 피부에 고정시키고 손톱 끝부분이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표피를 자르거나 깎아서 다듬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각종 손톱미용도구


흰 점의 의미

손톱 위에 생기는 조그만 흰 점은 조판이 그 바로 밑에 있는 피부와 분리됐음을 뜻한다. 대개 표피를 다듬거나 매니큐어를 너무 자주 칠할 때 이런 분리가 일어난다. 손톱에 작은 상처가 생겨도 흰 점이 나타날 수 없다.

반면 "손톱 위에 생긴 검은 점은 손톱밑에 출혈이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망치로 손톱을 쳤을 때 검은 점이 나타난다"고 강형재박사는 들려준다.

대수롭지 않은 상처는 단지 국소적인 탈색을 일으킨다. 보통 이런 상흔은 손톱이 자라면서 차차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심한 상처를 입은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낫지 않을수도 있다.

손톱을 다치면 즉각 냉습포를 실시하고, 다친 손이나 발을 되도록 높은 곳에 위치시켜 통증과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통증이 계속되면 피부과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운동을 하는 도중에 손톱이나 발톱을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볼링을 오래하다보면 손톱이 닳아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또 조깅 테니스 농구 축구 등을 할 때에는 발가락이 계속해서 신발 앞부분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럴 경우 발톱이 위로 올라가게 되고, 발톱 밑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동시에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이런 식의 상처는 두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긴 사람들(4명중 1명꼴)에게 더 흔히 생긴다. 이 경우 발들을 짧게 깎고 발에 잘 맞는 운동화를 신는 것이 최상의 예방법이다. "또 발 끝으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나 스케이팅 선수들도 발톱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고 이화여대 윤남식교수(체육학)는 주위를 환기시킨다.


격렬한 운동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발톱을 깎아야 한다. 발가락이 계속해서 신발 앞부분으로 치우치면 발톱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
 

손톱의 탈색은 사진현상액이나 그밖의 화학약품에 접촉했을 때 생길 수 있다. 담배를 피거나 머리염색약 가구착색제 등을 만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의 결핍이나 특정한 항생제의 복용도 손톱탈색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화학약품들은 손톱의 탈색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알레르기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알레르기는 손톱주변의 피부를 부풀게 하고 갈라지게 하기 때문에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출입구를 열어주는 셈이다. 따라서 이같은 알레르기반응과 그에 따른 감염은 영구적인 손톱손상이나 파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김수남교수는 강조한다.

손톱장식용 화학약품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은 손톱주변에서만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손톱이 닿는 몸의 어느 부위에서도 알레르기반응이 생길 수 있다.

가령 뺨에 어떤 알레르기반응(예를 들어 발진)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애꿎은 전화기나 화장품이 우선 '범인'으로 지목될 것이다. 그러나 진범은 손톱광택제나 매니큐어일 수도 있다.

"피부나 머리카락처럼 손톱도 신체의 건강을 반영한다. 즉 손톱의 성장과 외양은 질병 감염 영양결핍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또 주변환경과 그밖의 외부적인 요소들에 의해서도 손톱의 상태가 달라진다"고 서울대 의대 서정돈교수(내과)는 지적한다.

실제로 손톱의 색깔과 모양은 건강진단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손톱의 색깔은 내부장기와 혈액의 상태를 암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명한 핑크빛을 띠고 흰색 반달이 보이는 것을 건강한 손톱으로 꼽고 있다. 우리가 손톱을 꽉 누르면 흰색이 되는 것은 혈액의 흐름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혈액의 색깔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상처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은 우리 몸에서 손톱과 결막, 두 부위 뿐이다.

숟가락모양 곤봉모양의 손톱

"철결핍성 빈혈이 있으면 대개 손톱은 회백색이 된다"고 가톨릭의대 맹광호교수(예방의학)는 말한다. 사실 만성 철겹핍성 빈혈에 걸린 경우 손톱의 색뿐 아니라 모양도 특징적으로 변한다. 마치 숟가락처럼 손톱이 파이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빈혈환자의 손톱은 창백해 보이고, 당뇨병 환자의 손톱은 창백한 노란색을 띤다. 또 손톱 주변의 붉은 정도는 전신성 홍반성 낭창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손톱의 끝부분이 흰빛을 띠면 간경변 등 간질환을 일단 의심할 수 있다. 이때 손톱의 중간부분이 함몰되고 손톱이 전체적으로 혼탁한 상태라면 간질환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한편 심장질환 등 순환기계통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손톱이 짙은 색깔을 띠게 된다. 이는 손가락 주변을 흐르는 혈액이 정체되는데 기인한다. 만약 입술마저 새파랗고 창백한 상태라면 되도록 빨리 심장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곤봉모양으로 불룩해지고 손톱 발톱이 그 주위를 둘러싸듯 자라면 만성폐질환 폐암 소화기장애 심장병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내과의사 김영식씨는 말한다.

또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의 반수 정도는 그들의 손톱에 볼펜 촉 크기의 구멍이 나 있다. 그리고 원형탈모증 환자는 손톱에 작은 돌기가 생길 수 있고, 손톱에 흰빛이 도는 가로줄이 나타나면 혈액내 알부민의 부족 또는 유독화학약품에 기인한 신장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손톱처럼 강하게'란 표현이 있듯이 손톱은 웬만한 외부자극에는 잘 견뎌낸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혹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취재 도중에 만난 피부과 전문의들은 손톱을 잘 보호하려면 손톱으로 전화다이얼을 돌리거나 소포 편지봉투를 뜯거나 나사못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일러 주었다. 또 손톱끝을 늘 부드러운 상태로 유지하고 표피를 다듬거나 뒤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 경우 각종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설거지 세탁 그밖의 집안일을 할 때 되도록 고무장갑을 낄 것을 권유했다. 그래야 손톱이 갈라지고 주름이 생기며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이른바 주부습진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것.

아울러 손톱표면을 손톱깎이에 부착된 손톱다듬이 등으로 너무 심하게 문지르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많은 피부과의사들이 지적했다. 손톱을 얇게 하고 조모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가급적 매니큐어를 사용하치 말고, 불가피하게 칠한 경우라도 잘지워야 하며, 변색된 부분만 덧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 실제로 매니큐어나 손톱광택제 등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손톱이 요구하는 약간의 수분(약 10%)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손톱건강에 큰 장애를 준다.

엄밀히 말하면 손톱의 변화로 우리의 건강을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업적으로 손톱의 손상이 잦은 사람도 있고, 매니큐어를 사용하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특별한 습관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톱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두면 자신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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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동아일보사 편집부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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