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료를 사용해 인스턴트식품을 만든 뒤 잘 포장해 냉동차량으로 수송한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대부분의 인스턴트 식품은 편리성을 그 첫번째 장점으로 내세운다. 포장재 그대로 전자렌지 등에 넣어지거나 스티로폴용기에 담겨 있으므로 편리하고 간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스티로폴에 발암성이 있는 형광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위험성 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 식품을 포장하기 위한 랩(wrap)은 스트레치필름(stretch film)인데 이것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가소제의 종류나 원료에 대한 유해시비가 본격적으로 불붙으면서 염화비닐단량체(VCM)의 잔류에 따른 발암위험성 문제가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캔 내부에 코팅처리를 하지 않으면…
더구나 기름에 튀긴 식품이 많은 인스턴트식품에 랩을 사용해 고온처리하면 더욱 많은 양의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연구발표가 나오면서 유해논쟁은 점입가경의 형국을 맞기도 했다.
또 금속주석캔의 내부에 알루미늄이나 니켈코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코팅처리를 하지 않은 채 산도(酸度)가 높은 과일음료나 케첩 등을 넣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주석이나 기타 중금속이 용출되기 쉽고, 표면이 심하게 산화부식돼 녹이 슬고 철냄새가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는 식품원료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방사능 낙진 오염지역으로부터 수입해 온 카제인 나트륨이 그 좋은 예다. 이 물질은 커피의 프림을 제조할 때 첨가돼 우리 몸안으로 들어온다. 인스턴트식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토마토케첩의 원료인 토마토와 이스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야채샐러드에 곰팡이독소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을 함유한 옥수수가 포함돼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럽다. 아울러 사료용으로 수입된 옥수수를 식품원료로 사용하지 않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아플라톡신은 실험동물인 쥐에게 15ppb(ppb는 10억분의 1을 나타낸다)만 먹여도 암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일본에서도 수입 낙화생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이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들은 아몬드 브라질 너츠 가슈너츠 호두 등의 아플라톡신 검출한계를 10ppb로 제한하고 있다.
또 냉동감자도 주의를 요한다. 발아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한 제초제(CIPC)가 발암물질로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수입식품의 검사절차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 관능검사만을 거쳐 수입되므로 독소나 병원성 미생물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화학적 세균검사를 철저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례대로라면 일본에서 통관거부 판정을 받은 제품들이 2, 3년 경과 후 한국에 물밀듯이 들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몽사건이다. 줄기에서 열매가 너무 일찍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 '알라'는 과육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겉표피를 잘 씻는다 할지라도 발암물질이 그대로 잔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실이 논란이 돼 일본에서 미국산 자몽이 팔리지 않자 그 시장을 한국으로 돌렸던 것이다. 수입업자들은 이런 문제가 있는 식품을 다이어트식품이라고 소개했고 실제로 젊은 층에서는 식사대용으로 즐겨먹기도 했다.
인스턴트식품의 보존을 부적절하게 하면 곰팡이가 번식하고 대장균의 오염도가 높아진다. 이때 일반세균의 수가 많아지면서 식중독현상을 일으키는 사례가 요 근래에 크게 늘고 있다.
또 살모넬라균은 오염된 식품을 고온에서 오래 방치할 때 증식돼 문제를 일으킨다. 캔 음료의 코팅이 잘못돼 납이나 카드뮴 등 유독 중금속오염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외관이 쭈그러들었거나 파손된 캔종류는 치명적인 보툴리누스균(botulism)의 오염가능성이 있으므로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
식품관련 주요세균의 생존기간을 살펴보면 이렇다. 보툴리누스균은 -16℃에서도 1년동안 아무 탈없이 버틴다. 또 -23.2℃로 보관된 아이스크림 안에서는 장내세균(대장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들이 무려 7년이나 잠복한다.
세균 등 미생물이 발육가능한 온도의 범위를 -10~-8℃로 잡고 있으므로 유통과 보관과정에서 이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잘 만들어진 식품이라 할지라도 제대로된 용기에 담아져 포장되지 않았다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포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유의 종이팩이 부풀어 있으면…
알다시피 식품의 종류에 따라 포장의 재질이나 방법 등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유는 비닐팩 병 종이팩 등의 포장을 하고 있다.
비닐팩의 경우 찢어져 우유가 새어버리는 경우가 가끔 생기고 우우병은 잘 깨어져 다루기에 위험한 측면이 있다. 종이팩은 안전하긴 하나 수입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경제적인 부담이 따른다.
일반적으로 사용도와 종류에 따라 포장이 달라지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완벽한 포장이 돼야 한다. 종이팩이 부풀어져 있으면 부패 변질의 우려가 있지 않은가 일단 의심해야 한다.
얼마 전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는 서울외곽 지역의 식품보관상태를 조사한 바 있었다. 조사단은 햇볕에 노출돼 비닐포장이 공처럼 부풀어 금세 퍼질 것 같은 햄과 소시지를 발견하고는 아연실색했다. 곧 제조처에 알려 제품이 제대로 보관 판매될 수 있도록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마도 이런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또 냉동냉장식품들을 보관하는 진열대의 온도를 측정했다. 제품마다 별도의 보관온도가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온도보다 높은 곳에서 보관 판매되고 있었다. 규정된 온도대로 보관되지 않은 식품은 신선도와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보관온도가 일정치 않으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당연히 떨어진다. 특히 냉동식품은 얼었다 녹았다하는 상태가 반복될 경우, 나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받는다. 냉동식품은 제품 하나하나가 떨어져 있고 봉지 안에서 달가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가 돼야 포장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
캔식품의 경우, 통자체가 부풀어 있거나 녹이 슬어 있는 제품, 이그러진 제품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변질됐을 소지가 있고, 제조된지 오래됐거나 습기찬 곳에서 보관해 녹이 슬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의 맹점
식품에도 생명이 있다. 태어난 날과 소멸돼 그 사용이 끝나는 시기가 있으므로 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제조년월일 표시가 제대로 돼 있는지 확인하고 식품을 구입했다. 특히 인스턴트식품인 경우에는 겉으로 봐서 제조일자의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식품에 표시된 제조년월일을 중요시 여겼다. 소비자도 이제 어느 정도 제조년월일 확인에 익숙해 가려고 하는데 보건사회부가 국내식품산업을 보호하고 경제손실을(재고량 축적) 최대한으로 막아 준다는 명목으로 식품제조년월일을 표기하기 보다는 유통기한만을 적도록 지도해 소비자측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외국에서도 유통기한만을 표시하므로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국내식품을 수출할 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보사부측의 주장이다. 또 수입개방과 더불어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국식품들이 유통기한만을 적고 있으므로 우리 식품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의심스럽다. 그러면 왜 인스턴트식품을 비롯한 각종 가공 식품에 제조년월일을 표시해야 하는가 알아보자.
지금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식품의 유통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자. 냉동 냉장실을 갖추고 가공식품을 팔고있는 가게가 과연 얼마나 될까. 구멍가게나 소규모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식품들의 보관상태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요 냉장'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장실 케이스 위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우유 요구르트 치즈류 등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인스턴트식품인 햄 소시지가 진열대 위에 수북히 쌓여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상품이 만들어져 대리점 등에 운송될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냉장시설을 갖춘 차량으로 운송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인 것이다.
대리점에서 일반소매점으로 납품되는 과정도 비위생적이기는 매한가지다. 이러한 '위생홀대'의 유통경로를 갖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 미뤄볼 때 유통구조가 먼저 정착되지 않는한 유통기한만을 적도록 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하고 부당한 처사라 생각된다. 설령 유통기한이 경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비위생적으로 보관된 식품을 구입하면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조년월일이 적혀 있으면 식구수에 따라 소비량도 알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 보관해야 되며 며칠간에 걸쳐 소모할 수 있는가를 감안, 식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는 매우 합리적인 소비생활이다.
하지만 업계측에서는 굳이 제조년월일만을 고집하는 소비자 쪽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건을 고를 때 먼저 제조된 것부터 구매하므로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제품은 재고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입장에만 매달려 있을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만을 표시하도록 하고 이 제품은 제조일로부터 "3일간 유효합니다"라는 식으로 나타내주면 어떨까. 또는 지금까지 잘 지켜온 제조년월일 표시도 하고 업자측에서 요구하는 유통기한도 적어주면 될텐데, 그것도 잘 합의되지 않고 있다. 식품업자측에서 굳이 유통기한만을 고집한다면 마땅히 유통기한의 기간이 단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품목에서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는 대기업(해태 롯데 오리온 크라운 제과)의 종합과자선물세트를 조사한 바 있다. 서울을 비롯해 성남 원주에서 조사한 26세트중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들어 있는 8세트를 발견했다. 더구나 이런 선물세트는 포장일을 제조일로 잡고 있었는데 그 제품들을 열어보니 제조된지 이미 2년이 경과된 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이로써 제조된지 오래된 소시지 등 인스턴트식품이 선물세트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제품을 일시에 처리하기 위해 선물세트를 만들어 판매하려는 그릇된 방법이 동원될 수 있음을 소비자들은 경계해야 한다.
선물세트의 포장지에는 아무런 표시가 돼 있지 않아 기간이 얼마나 경과된 제품인지는 말할 나위 없고 그 내용물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세트로 사는 경우 오히려 더 비싸게 구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러 개를 한번에 구입하니 훨씬 쌀 것이라고 예측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더 값비싸게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좋도록 글씨를 겉포장에 뚜렷이 써 넣어야 되는데 일부러 잘 읽을 수 없도록 한 경우가 더 많다. 아주 작은 글씨로 쓰거나 제품의 색과 동일한 색상으로 표시를 하는 것이다. 얼룩덜룩한 색의 겉포장 위에 검은 글씨로 인쇄를 하거나 잉크 등으로 도장을 찍어 놓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냉동식품의 경우에는 습기로 인해 글자가 모두 지워져 버리기도 한다. 또 압인으로 눌러 글씨(유통기한)를 새기기도 하는데 제대로 눌러지지 않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인쇄기계의 작동간격이 맞지 않아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