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조지아 기술연구소는 전혀 새로운 항(抗)트롬빈 약제를 개발했다.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는데 탁월한 효력을 보이는 이 약제에는 '가미카제'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2차대전 때 미국의 항공모함에 자폭공격을 감행했던 일본의 가미카제특공대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사실 제약업계는 늘 '눈치없이 오래 머물러 있는 손님' 때문에 골치를 앓아 왔다. 다시 말해 적지 않은 약제들이 자신의 약효를 다 발휘한 뒤에도 체내에 남아 각종 부작용을 유발시켜 왔다.
지금까지 혈액의 응고를 막기 위해 처방됐던 헤파린(heparin)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알다시피 이 약은 혈액응고에 필수적인 트롬빈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자신의 약효를 나타낸다(단백질 분해요소인 트롬빈은 커다란 단백질인 피브로노겐을 실 모양의 피브린으로 바꿈으로써 혈액을 응고시킨다). 그런데 헤파린이 몸안에 오래 남아 있으면 뭔가 말썽을 일으킨다. 가령 체내에 수시간 동안 머뭇거리면 혈액의 정상응고 과정을 깨뜨릴 뿐더러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같은 결점을 해소하기 위해 조지아연구소의 약화학자들은 직접 트롬빈을 겨냥한 새로운 약을 개발 했는데, 이 신약의 특징은 자신의 임무를 마친 뒤 곧바로 '자폭'하는 것이다.
조지아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이 신약을 소포속에 든 폭약에 비유하고 있다. 소포를 전달하는 도중에는 숨죽이고 있다가 주소지에 도달해 수령자가 소포를 푸는 순간 '꽝'하고 터진다는 것이다. 현재 이 항트롬빈제는 토끼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거치고 있는데, 약효를 보인지 5분후에는 토끼의 체내에서 검출할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트롬빈의 기능을 직접 차단하는 이 약제가 까다로운 임상실험을 무사히 마치고 광범위하게 처방되면 혈전증(血銓症)환자에게 대단한 희소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