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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학전

겨자가스와 신경제가 살포되면…

화학전 방호 키트와 개인방호 장비


걸프전쟁은 화학전으로 비화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현시점에서 자신있게 대답해줄 사람은 '사담 후세인'외에는 없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대규모의 인명살상을 부르게 될 화학무기의 사용은 전쟁의 흐름을 훨씬 심각한 국면으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창고에 보관만 해왔던 핵무기를 끄집어내 보복공격을 할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부터 실전에 사용됐던 화학무기는 제조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해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핵무기 1t을 만드는데 1백만달러라는 엄청난 경비가 드는데 비해 화학무기 1t 제조비용은 1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명살상률은 높아서 '독한' 화학무기 5t은 수소폭탄 20메가t의 위력에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기술적 경제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세계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외의 제3세계 국가에서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화학전 대비훈련을 벌이고 있다.


화학무기는 그 피해가 혹독하고 무차별적이며 대량적이라는 점에서 악명높다. 게다가 상당기간 동안 후유증을 남긴다. 이런 비인도성 때문에 1차대전 후 제네바협정(1925년)이 맺어져 국제적으로 화학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위반사례는 적지 않다.

독가스라고 불리는 화학제제는 흔히 5종으로 분류된다. 신경제 무력제 독소 정신제 고엽제 등이 그것이다.

이번에 이라크가 살포할 가능성이 있는 신경제는 액체와 기체상태로 퍼지는데 실로 가공할 독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신경제가 인체에 들어오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파괴된다. 결국 몇분이 지나지 않아 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곧 죽음을 맞게 된다. 최초의 신경제는 농약성분인 유기불소화합물에서 추출한 타분이라는 물질인데, 1936년 독일의 슈뢰더박사가 개발했다. 그후 1942년까지 독성이 더 강한 사린 소만 등이 선보였지만, 2차대전중 전쟁터에 살포되지는 않았다. 연합국의 대량보복을 두려워 한 독일이 사용을 자제한 것.

2차대전 후에는 타분 사린 소만 등 독일의 G계열 신경제보다 더 탁월한 독성을 나타내는 V계열 신경제도 등장했다.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아세틸콜린에스트레이스의 기능을 저해하는 V계열 신경제는 무색 무미 무취여서 탐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라크가 보유한 신경제는 G계열인 타분이 주종인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타분이 피부 눈 호흡기 등을 통해 몸안으로 들어오면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다. 1천ℓ의 공기중에 7㎎의 타분가스만 있어도 이를 흡입한 사람은 수분내로 죽고 만다.

스커드 B 미사일에 실려온 신경제가 공중에서 터진다면 그 위력은 4천㎞에 이른다. 비행기 활주로 쯤은 단 한방에 오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신경제가 민가를 덮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일단 방독면을 써야 그나마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방독면만으로는 절대 안전할 수 없다. 호흡기 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신경제가 흡수되기 때문이다. 결국 온 몸을 완전히 감싸는 특수 보호의(衣)를 입어야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 신경제에 가볍게 접촉됐을 때는 몸에서 땀이 나고 눈물이 나고 숨이 가빠오고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때는 재빨리 살이 많은 부위에 3대까지 아트로핀주사를 놓아야 한다.

수포제도 이라크군이 다량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체와 액체상태의 수포제에 수분동안만 노출돼도 피부에 커다란 수포(물집)가 형성되고 생체조직이 부식되며 골수에까지도 해를 입힌다. 기체상태의 한 수포제는 눈만을 집중적으로 공격, 눈의 염증과 실명(失明)을 초래하기도 한다.

수포제는 겨자작용제 질소겨자작용제 비소계작용제로 분류되는데 그중 겨자작용제(겨자가스, 머스타드가스)가 대표적이다. 겨자가스는 중일전쟁시 일본 관동군이 사용한 바 있는데 이라크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포제의 주류도 이것이다. 실제로 이라크는 이란 이라크전이 절정이던 지난 86년에 두차례 이 겨자가스를 살포한 적이 있고 88년 자치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킨 이라크북부 소수민족 쿠르드족에게도 이 독가스를 살포, 5천명 이상이 살상되기도 했다.

피부가 겨자가스에 오염된 게 확인되면 즉시 제독분말을 발라야 한다. 눈이 오염돼 있으면 일단 물로 씻어내야 한다. 신경제가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한 화학무기라면 인명살상력이 그 보다는 떨어지는 수포제는 지상군 병사로 하여금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집이 점점커지니 공포심이 생겨 전투의욕이 저하되고, 이들을 옮기거나 돌보는데 따로 인력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전투력이 크게 삭감되는 것. 또 신경제보다는 국제여론의 압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으므로 페만에서 화학전이 터진다면 먼저 수포제가 살포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는 최근 미국이 개발한 2원화화학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포탄속에 두가지의 무독성 화합물을 따로 격리해 두고 있다가 발사되는 도중에 두 화합물이 반응, 가공할 독성무기가 되는 것이 2원화화학탄. 이를테면 평소에는 독성이 없지만 일단 발사되면 목표물에 도착하기 전에 독성물질로 변하는 신무기다. 이런 복잡한 2원화화학탄을 개발한 원래 목적은 화학무기 보관중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요컨대 이라크는 현재 신경제와 수포제, 2종의 화학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중 신경제는 15t만 사용해도 사방 60㎞를 '쑥밭' 만들 수 있는 무서운 무기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사용을 막는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 총 6천~7천t의 화학무기를 보유, 소련 미국에 이은 세계 세번째 화학무기 대국인 이라크이지만 그들의 스커드 B 미사일이 그렇듯이 순전히 그 무기의 성능만 높고 본다면 이제 한물간 것 들이다. 미국 소련이 개발 소유한 V계열 신경제보다 한결 위력이 떨어지는 독일계 G계열, 그것도 가장 오래된 타분이 주종이라는 사실에서도 '후진성'을 엿볼 수 있다.

걸프전쟁이 인류 종말의 시작이 아니라면, 어쩌면 화학전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세인은 개전 전부터 화학무기의 사용을 공언하고 있다. 이 말은 단순한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군사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다국적군의 지상군은 전쟁이 끝날때까지 소총보다도 무거운 1.7㎏짜리 화학전 보호용 개인장비를 항시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푹푹 찌는 사막날씨에 10분만 써도 호흡이 가빠오는 방독면을 쓰고 전쟁을 치르자면 시야도 나빠질 뿐만 아니라 기동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 점만을 노리고 화학전의 엄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이 낫다.
 

이라크는 자국민인 쿠르드족의 반란 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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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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