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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해충에 파괴되는 생태계

무차별 농약살포는 천적도 죽인다

앞으로 농산물 수입이 증가되면 외래해충의 침입 위험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이 지구상에 생존하기 시작한 지는 2백만년도 되지않는 반면 곤충은 약 3억5천만년전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곤충은 참으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여러 형태로 적응, 전환하여 현재까지 지구상에 보고된 곤충의 종수는 무려 1백여만종에 이르며 전 생물중 4분의 3이상을 차지하는 대군으로 번성하고 있다. 이렇게 곤충이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에 비해 번성할 수 있는 이유로는 몸의 겉부분이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다거나 날개를 가져 이동이나 분산이 쉽게 이루어지는 점 등이 지적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다른 어느 생물보다도 크다는 점이다.

환경적응 잘해 번성

곤충은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생활환경에 따라 1년동안의 발생횟수를 달리할 수 있다. 즉 추운지방에서 연 1회 발생하는 종이 더운 지방에서는 연 3회 발생하기도 한다. 대개의 곤충은 알로 번식하는 난생(卵生)이나 진딧물과 같은 곤충은 알로 번식하기도 하지만 여름철 번식기에는 새끼를 낳아 태생(胎生)을 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철저한 월동채비를 하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몸 속에 간직한 수분을 최소한으로 줄여 추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데 이때 몸속에서는 동해(凍害)방어물질을 만들어 내 세포물질의 동결을 예방한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활단계별 태를 달리하는 변태(變態)도 곤충만이 갖는 생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파리나 나비류와 같이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류에서는 성충(成虫)이 애벌레와 먹이활동을 달리한다. 이는 곤충의 생존번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먹이에 대한 경쟁 즉, 동종간의 먹이 경쟁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곤충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큰 생물이므로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 쉽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지역에 침입한 곤충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적응력을 가지므로 직접 간접적으로 인간생활에 희비를 갖다주게 되며 이러한 새로운 손님들의 적응은 때로 그 지역의 안정된 생태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곤충중에서도 해충이 급격히 증가하게 될 경우 이를 막기위한 집중적 농약살포 등 인간이 취하는 대응방안이 실로 예기치 않은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해 막대한 간접적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해충의 증가원인은 자연발생적인 것 뿐 아니라 인간이 편리한 생활을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파괴한 것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최근에는 국가간의 무역이 왕성해짐에 따라 수입 수출되는 농산물에 묻어 들어오는 해충이 전세계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외국여행에서 돌아올 때 맛있는 열대과일을 단 한 개도 갖고 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우리가 잘 볼 수 없는 곳에 새로운 해충의 알이나 유충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외국으로부터 침입, 큰 피해를 주며 정착된 해충들이 여러종 있으므로 이들 중 잘 알려진 몇종의 유입동기와 피해실태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 바퀴(Cochroaches)

바퀴는 가장 오래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곤충의 하나로 현재까지 큰 형태적 변화없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많은 종으로 분화되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종수는 4천여종이나 옥내해충으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종은 30종 이내. 우리나라에는 9종이 분포돼 있고 집에 사는 것으로는 바퀴, 이질바퀴 등 4종뿐이다. 이들 중 일반적으로 잘알려진 바퀴는 독일바퀴라 불리는 것으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확산분포되어 있으며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동북부지방으로 밝혀져 있다. 우리나라에 유입된 연대는 정확히 추정할 수 없으나 동유럽을 통해 아시아지방으로 분포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에 정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퀴로 인한 피해는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우선 불쾌감, 공포감을 주며 어린이를 물어 상처를 내거나 자극성 물질을 분비하여 피부병을 유발하는 등의 직접적 피해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각종 전염병을 매개하는 간접적 피해가 더 크다. 즉 음식물을 이동하면서 병원체가 섞여있는 물질들을 전파시키기도 하며 일단 섭취한 먹이를 토해내는 습성으로 매개능력을 높이기도 한다. 바퀴는 주로 밤에 활동하며 구석진 곳을 좋아한다. 특이한 생식방법으로 암컷은 난협이라고 하는 알주머니를 차고 다니다가 적당한 장소에 갖다 놓아 부화되게 한다. 보통 35~45개의 알이 이 알주머니에 들어 있으며 한 놈이 4~8개의 알주머니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성충을 잡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인 방제를 할 수 없고 유인제를 이용한 트랩(trap)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복숭아 진딧물의 군생


■솔잎혹파리(Pine gall midge)

솔잎혹파리로 인한 피해는 1929년 서울과 목포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그 후 부산등지에서도 그 피해발생이 확인됐다. 우리나라에 침입하기전 일본남부지방에 발생해 많은 피해를 주었던 해충으로 편서풍을 타고 일본으로부터 날아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1년에 1회 발생하며 애벌레로 낙엽밑이나 땅속에서 겨울을 난 뒤 5월하순~6월 상순에 우화(羽化)한다. 성충은 솔잎의 기부사이에 6~7개씩 산란하며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솔잎기부속으로 들어가 즙액을 먹으면서 서서히 벌레혹을 만든다. 이렇게 피해를 받은 솔잎은 자라지 못하고 조기낙엽이 되며 나주는 결국 말라 죽게 된다.

그동안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이 해충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애써 왔지만 지금 은 강원도 고성군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 국토의 소나무들이 이 해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0년대초까지도 솔잎혹파리방제를 위해서 삼림지역에 비행기로 농약을 대량 살포했으나, 솔잎 속에 숨어있는 이 해충을 잡기보다는 다른 유익곤충들을 죽여 역효과를 낸다는 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이를 중지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로 수간 주사법이라하여 나무줄기에 약을 주입해 방제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발생면적은 최대발생시기였던 1976년 이래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그간 이 해충의 박멸에 투여한 나라의 예산은 지난 80년 이후만 해도 매년 12억 내지 2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것이었다.
 

솔잎흑파리에 피해를 입은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말라죽는다.


■흰불나방(Fall webworm)

미국 흰불나방이라고도 불리며 북미가 원산인,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해충이다. 1958년 서울의 용산 미8군 부대 내에서 처음 발견됐고,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원목에 붙어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 1960~70년대 플라타너스를 비롯한 가로수 등 활엽수에 대대적으로 발생해 큰 피해를 입혔다. 요사이도 가로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짚으로 된 띠는 나무의 월동용 장비가 아니라 원래 가을철 나무아래로 내려오는 흰불나방유충들의 숨을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 곳에 모인 유충들을 한꺼번에 소각시키기 위해 추천된 방제방법이었다.

이렇게 침입해충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이유는 새로 침입한 지역에 그들을 공격할 자연천적들이 없기 때문이다. 천적들 중에는 이들 유충을 직접 잡아먹는 새나 다른 곤충도 있지만 가장 영향력있는 천적은 이들의 몸속에 들어가서 사는 기생봉(寄生蜂)이다. 일종의 벌 종류인 이들 기생봉은 다른 숙주 곤충의 알이나 애벌레 속에서 살며 그것을 먹이로 하므로 숙주곤충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 와서 이들 흰불나방이 과거처럼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기생봉이 그만큼 늘어나 자연평형상태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확산단계였던 지난 60년대에는 이 해충방제를 위해 도시의 가로수에 수없이 많은 농약을 살포해야만 했다.

■벼물바구미(Rice water weevil)

최근에 우리나라에 유입된 벼의 해충이다. 바구미란 이름은 주둥이가 앞으로 길게 뻗은 독특한 모양에서 붙여진 것으로 딱정벌레무리에 속하는 해충이다.

벼물바구미는 북미대륙이 원산으로 원래벼과 잡초를 먹던 것이 1백여년전부터 미국에서 벼의 해충으로 기록되기 시작했고 1976년에는 일본에 침입, 오늘날까지 주요 문제해충으로 취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년전인 1988년 하동 울산 동해 인천 등 주로 항구도시에서 이 해충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긴급 방제령 발동등 대책수립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분포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해충은 주로 애벌레가 벼의 뿌리에 붙어서 뿌리를 갉아먹어 벼의 생육을 억제한다. 논쪽이나 산기슭의 잡초, 나무밑 흙속에서 겨울을 지낸 성충이 이른 봄철 논으로 날아가 벼의 물속 잎짚속에다 알을 넣으면 알에서 깨어난 어린 유충은 바로 뿌리로 내려가는 것이다.

물속 뿌리틈새에 박힌 이 해충의 방제를 위해 사용되는 농약은 비교적 독성이 높은 침투성농약(카보푸란 등)이며 특히 초기단계의 분포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다량의 농약을 집중살포해야 하므로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한 예로 논에는 많은 거미들이 함께 살며 멸구 등 벼의 해충들을 잡아먹어 이들 해충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집중적인 농약의 살포는 이들 유익 천적들을 동시에 죽이게 되므로 결국 독한 농약을 쓰지 않고는 해충을 막아낼 수 없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들외에 (표)에서와 같이 외국의 주요해충들이 우리나라에 침입해 국내의 주요해충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이들의 침입위험은 농산물수입증가와 함께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아직 우리 눈에 확인되지 않는 더 많은 해충들이 이미 유입되어 정착되고 있을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침입해충을 걸러내기 위한 수입농산물 검역(檢疫)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표)우리나라에 침입한 해충


검역전문가 양성 시급

식물검역은 전문가가 수입되는 식물과 용기 그리고 포장 등에 숨어있는 잠복해충을 찾아내는 것이다. 식물검역의 대상으로는 각종 채소 화훼 관상식물의 종묘류와 청과물 및 야채류 각종 동물사료를 비롯한 곡류 그리고 목재류 등을 들 수 있다. 날로 수입 품목이 다양해지고 수입량이 증가하는 현실에 비추어 보아 식물검역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전문요원의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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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규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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