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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메커니즘

주의를 기울인 정보와 스쳐지나간 정보

기억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일까?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기억이라는 용어를 다양하게 쓰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순식간에 지나친 자동차 색깔을 기억하기도 하고,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를 기억해 전화를 걸며, 어렸을 때의 사건을 기억해 전화를 걸며, 어렸을 때의 사건을 기억하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이와같이 바깥 세상에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1초 또는 5초 이내) 우리의 감각기관에 들어온 정보를 감각기억(고속도로에서 자동차의 색깔을 기억하는 것)이라 하고, 일정량의 정보가 짧은 시간(30초 정도) 우리의 뇌에 머무는 것을 단기기억(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를 기억하며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라 하고, 꽤 오래전의 과거 사건을 기억하는 것을 장기기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과정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일까.

어느날 아침 아파트 입구에서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자기를 홍길동이라고 소개했다고 가정하자. 그날 오후 당신은 그를 다시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길동씨, 우리는 오늘. 아침에 만났지요." 이럴 때 당신은 분명히 그의 이름을 기억한 것이 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사소한 기억조차도 세 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소개를 받았을 때 홍길동의 이름을 머리 속에 넣어 두었다. 이것이 부호화 단계다. 그의 이름을 기억이 수용(受容)할 수 있는 물리적자극(소리)으로 부호화시키고 이 부호를 머리 속에 담아 둔 것이다. 둘째 그를 다시 만날 때까지 그 이름을 잘 저장해 두었는데, 이것이 저장단계이다. 셋째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저장한 곳에서 그의 이름을 인출(引出, 끌어냄)했다. 이것이 인출단계다. 이 세 단계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그림 1)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에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이 세 단계 중 어느 단계에서 실패했을 때를 말한다. 만일 홍길동씨를 만났을 때 그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다면, 부호화 저장 인출의 세 단계 중 어느 한단계가 잘못됐음을 의미한다.
 

(그림 1) 기억의 단계


기억의 두가지 모형

기억 형성에는 두가지 모형이 있다. 하나는 기억에 대한 정보처리적 접근, 즉 단계론적 설명이며, 다른 하나는 처리수준 모형의 과정적 접근이다.

정보처리적 접근이란 바깥에서 제시된 자극 혹은 정보가 일련의 단계를 거쳐 처리되는 것을 말한다. (그림2)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정보가 들어오면(감각기억) 단기기억 내로 들어가서 그 곳에서 시연(rehearsal)에 의해서 유지되거나 장기기억내에 성공적으로 전이된다. 여기서 시연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항목에 의해 대치되거나 단기기억내에서 망각된다.

장기기억에까지 들어간 정보는 영원히 그 기억체계에 머무르게 된다. 이렇게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이라는 정보처리의 단계를 구분하여 정보가 처리됨을 설명하는 것이 정보처리적 접근이며 단계론적 설명이다.

이제까지는 인간의 기억에 대한 정보처리적 단계론적 설명이 기억 현상을 설명하는데 가장 강력한 모델로 제시돼왔다. 그러나 실제로 정보는 그 처리수준이 다양하게 진행된다는 가설이 새로 등장했다. 다시 말하면 주어지는 정보를 그 의미를 파악해 심도 깊게 처리하면 오래 남는 기억이 되고, 감각적인 특징 정도의 얕은 수준의 처리만 하게 되면 기억흔적이 곧 없어져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이 소복히 내린 겨울 아침 생쥐한마리가 눈위를 걸어간 발자국과 커다란 황소가 밟고 지나간 발자국을 비교해 보자. 아마도 생쥐의 발자국은 아침 해가 솟아 오르고 햇빛이 따스해지면 곧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지만, 황소의 발자국은 그 깊이의 정도가 심해서 눈이 다 녹고 질퍽한 뒤에도 상당기간동안 그 흔적은 남아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거 경험 중에서 강한 자극을 받았거나 처리의 수준이 깊은 정보는 오래 기억되어지는 것도 이같은 원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계론적 접근이나 처리수준 모형의 과정적 접근은 그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모두가 인간의 기억을 설명하는데 의미있는 생각들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림 2) 기억과정의 정보처리 모델


자연스러운 선택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일상생활속에서 접하고 있는 정보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한순간에 동시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기록하려고 한다면 커다란 무리가 따를 것이다.

단순히 TV를 시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TV의 화면에서 전달된 정보뿐만 아니라 밖의 자동차 소음, 골목에서 떠들어대는 개구쟁이들의 음성 등 수많은 자극 혹은 정보가 동시에 유입된다. 그러나 우리는 TV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이와같이 많은 양의 정보가 들어오지만 주의를 하지 않은 정보는 곧 소실된다. 우리가 수첩에서 전화번호를 읽을 때, 주의하고 있는 필요한 전화번호만이 의식되고 나머지 많은 번호들은 곧 소실되어 버린다. 찾아낸 전화번호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그 번호는 의식속에 자리잡게 돼, 잊지 않고 무사히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
몇가지 정보가 동시에 제시됐을 때, 선택적으로 일정한 정보내용에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다른 정보들은 어느 정도까지 처리되고 소실되는가. 이는 곧 선택적 주의가 어느 시기에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더 처리할 정보인지 아니면 버릴 정보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주의이므로, 주의는 일종의 여과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정보를 의미있는 지식이라고 믿을 때 주의하게 되며, 우리의 선택적 주의가 기억의 대상이 된다.

학생들 중에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할 때 공부가 잘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말은 들은 대부분의 학부모는 이러한 자녀의 말에 많은 걱정을 한다. 사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을 어느 의미에서는 그들의 학습양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을 공부하려는 내용에 비해서 더 의미있는 정보로 받아들일 때는 음악이 선택적 주의가 돼 공부하려는 내용은 전혀 무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학습태도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주의와 기억은 서로 구분될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주의를 기울여 처리한 정보는 기억될 수 있으며 쉽게 회상될 수 있다.

시각적인 기억의 무한성

우리가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친지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마음에 드는 시를 기억하는 것 등은 언어적인 기억이며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몇년전에 다녀온 설악산이나 제주도의 이곳 저곳을 기억하는 것 등은 시각적인 기억이다.

많은 사람들은 언어적인 기억만을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억으로 보고 시각적인 기억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영어 단어나 문장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친지들의 전화번호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때는 기억력이 나쁘다고 말한다.

사실 언어적인 기억은 언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논리적인 단어의 배열에 의해서 의미가 전달되는 것이므로 단어가 배열되는 순서가 올바르게 보유되도록 기억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철수가 순희를 때린다'와 '순희가 철수를 때린다'는 말의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그러나 시각적인 기억체제는 그런 제약이 전혀 없다. 철수가 순희를 때리는 그림이라면 철수가 오른쪽에 있든 왼쪽에 있든 뒤에 있든 아래에 있든간에 의미를 틀리지 않게 상기할 수 있다.

그런데 단기 기억에서 언어적 기억용량은 7±2, 즉 5~9개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숫자 문자 단어들을 제시한 후에 회상시키면 대개 5~9개 정도를 기억해 냄을 볼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의 숫자나 전화번호의 숫자를 보더라도 5~9의 범위내에 있음은 우연의 일치라기 보다는 기억할 수 있는 단기기억 용량의 수에 기초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언어적 기억에 비해서 시각적 기억용량은 무한하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헤이버 교수는 피험자들에게 2천5백60장의 슬라이드를 10초에 1장씩 보여주었다. 한 집단의 피험자들은 1일 4시간(1천2백80화면)을 계속해서 이틀 동안 보았고, 다른 집단의 피험자들은 하루에 6백40장만 계속해서 4일 동안 보았다. 다보고 1시간이 지난 후에 2장을 한조로 해서 2백50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는데, 각조 1장은 전에 본 것이고 다른 1장은 보여주지 않은 것. 두 슬라이드 가운데 전에 본 것을 찾아내는 실험에서 정확한 대답을 한 사람은 전체 피험자의 85~95%에 이르렀다고 한다.

시각적인 기억의 무한성에 실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사진 한장 한장을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구경했던 장면이 몇십만 군데나 되지만 혹시 TV화면이나 그림엽서를 보면 쉽게 그곳의 장면을 회상하게 된다.

기억을 돕는 방법들

최근 기억술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거의 대다수의 기억술은 이같은 시각적 기억의 무한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억을 돕는 방법은 기억과정인 부호화 저장 인출을 돕는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우리가 기억에 실패했다면 이 세단계 중 어느 단계에서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기억한다고 말할 때의 기억은 장기기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장기기억을 돕는 일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심상(心像) 혹은 어의(語義) 부호화를 사용하라.

'철로변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를 보았다'와 '정의와 자유를 위해 일어섰다'라는 두 문장에서 처음 문장 '철로'나 '소나무'는 그림(심상)으로 그려볼 수 있으나 뒤의 문장에서는 분명한 심상이 떠오르지 않아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사전적 의미로 파악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자극 또는 정보의 의미를 심상 혹은 어의(낱말의 의미)로 부호화 하는 것은 기억을 돕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는 동화나 소설은 기억하기 쉬워도 처음 배우는 논리학이나 심리학은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기억이 잘 되지 않는다. 의미로 파악되지 않는 내용은 장기기억에 저장되기가 어렵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자극어-반응어의 짝짓기 학습에서 심상으로 연결했을 때 학습이 잘됐음이 입증됐다. 예컨대 '책상-말'의 두 단어 짝짓기 학습에서 책상이라는 자극어에 대해 말이라는 반응어간의 관계를 심상으로 연결시켜 말이 책상을 뛰어 넘는 것을 심상했을 때 기억이 잘 됐다. 낱말로 문장을 만들도록 했더니 심상을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학습(기억)이 잘 되었다.

장기기억에서 심상 혹은 어의의 부호를 사용했을 때 기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의미적으로 조직된 단어로 부호화를 사용하라.

(그림3)에서 보여준바와 같이 의미에 따라 조직된 단어를 체계화해 부호화 시킴으로써 뒤섞인 단어를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기억에 저장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면 차후 그 내용을 인출하기가 쉬워진다. 자극들을 범주별로 묶어서 저장하면 회상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범주 자체가 단서의 역할을 해 인출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보가 부호화되는 방식이 나중에 그것들을 인출할때 단서가 되면 기억을 돕게 된다. 다시 말하면 저장할 정보와 함께 인출단어들이 부호화되면 보다 효과적으로 회상될 수 있다.
 

(그림 3) 의미에 따라 조직된 단어체계


□기억의 정보를 찾아내는 단서로 맥락을 사용하라.

"5년전 9월 15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누구든지 이런 막연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게 마련이지만 꼭 기억해 보라고 권유하면 시도는 해볼 수 있다.

"자, 5년전이라면 내가 아주대학교 재직 2년째 되던 해이고, 그때 겨우 학교 사정을 이해하고 있었지. 그런데 난 시청각 실장을 맡고 있으면서 교수님들의 교수방법 개선을 위한 각종 기자재는 물론 학습자료 목록을 만들어 각 학과에 배부했었다. 그리고 9월이면 2학기 개학 후 한 보름쯤 되었을 때이고, 그해 추석이 14일이었으니까 추석 다음날이었지…" 등으로 그 날짜의 앞뒤 사건들을 맥락으로 회상해 내면서 그날의 일들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찾기에서 기억의 인출이 가능하다. 맥락은 기억의 정보를 찾아내는 단서를 제공한다. 만일 강의를 들었던 교실, 그 자리에서 시험을 보게 되면 교실이나 자리가 바뀌었을 때보다는 맥락이 같으므로 정보의 인출에 도움이 돼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적절한 맥락이 제공되지 않으면 전혀 인출해 낼 수 없었던 정보도 그 맥락을 적절히 제공해줌으로써 인출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망각됐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맥락이 없으므로 인출에 실패했다는 뜻이 된다.

인출에 있어서 맥락의 효과를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도 있다. 피험자에게 24개의 단어쌍을 학습하게 했다. 단어쌍은 앞의 단어가 맥락단어이며 기억해야할 표적단어가 뒤에 제시됐다. 이때 맥락단어는 표적단어와 연상가가 높은 단어(예, 하늘-푸르다)와 또는 연상가가 낮은 단어(마당-춥다)로 구별돼 짝지워졌다. 암기한 후에 인출하도록 한 결과 맥락으로 작용하는 단어가 표적단어의 회상에 좋은 단서로 사용됨이 입증됐다.

□일화적 기억의 도식을 사용하라.

우리는 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겪는 이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일화적 기억이라고 한다. 우리는 생활해가면서 많은 사건들을 반복하며 경험하지만 매번 독특한 일들은 아니다. 어쩌면 공통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이와 같이 공통된 사건들은 하나의 생각의 틀, 즉 도식을 형성하게 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도식화된 틀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도식화된 틀에 새로운 정보로 끼워넣는 일이다. 만약 이 틀을 잘못 끄집어 내어 외부의 사건을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한다면 그만큼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해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해가 좀 더 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 모든 정보를 그때마다 새로이 기억해두려고 한다면 우리의 이해속도는 훨씬 더 느려지고 기억된 정보도 너무 많아져서 효율적으로 인출해내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이해의 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정보를 정리해서 기억해두도록 도와준다.

이상에서 기억을 돕는 몇가지를 들어보았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막연한 기억현상들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실제 기억과정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 우리의 내부, 즉 뇌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기억이 되는 과정에서 뇌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며 자극 혹은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인출되는가를 알아보자.

기억의 생리적 현상

지난 1백여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뇌와 기억과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활발히 전개해 왔다. 많은 학자들은 기억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맡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억이 뇌의 특정부위에 저장된다는 가설이 부정됐다. 심리학자들은 쥐의 뇌를 제거한 뒤 수술 전의 학습을 통해 얻어진 기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뇌가 제거됨에 따라 기억이 약화되지만 기억이 모두 소거돼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하면 어떤 기억 내용이 뇌의 여러 부위에 저장되기 때문에 뇌의 한 부위를 제거하는 경우 그 기억이 약화되기는 하지만 전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물의 위치와 관계된 기억은 뇌의 해마(hippocampus)라는 곳에 저장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를 놓고 볼 때 기억이 특정부위에 저장된다는 것과 뇌의 여러 부위에 저장된다는 두 이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교육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의 학교교육이 암기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암기는 잘못된 교육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암기(기억)는 학습을 의미한다. 기억은 사고의 기초로서 절대 필요하다. 만일 우리가 어떤 경험을 했는데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모든 학습의 기초이며 학교교육에서 절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다만 암기위주의 교육을 위주로 하고 창의적인 사고, 확산적 사고를 위시해서 고등정신 기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삼고 비판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나 교육학자들은 뇌와 기억과의 관계를 밝히는 기초연구에서부터 출발해 기억을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다.

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고영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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