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바이오에틱스, 마침내 수면 위로

대리모 알선업체와 전문변호사까지 등장해

생명윤리는 이제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생명의 존엄과 맞물려 있는 이 난해한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최근 대리임신모에 의한 임신방식이 국내 최초로 학계에 보고되자 이같은 방식에 의한 임신을 두고 우리 사회는 한차례 뜨거운 찬반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의 대리모에 의한 임신방식은 종래의 시험관아기 등 '단순한' 체외수정 방식과 한 걸음 나아간 난자·정자제공자(부부)에 이어 단순히 자궁만 빌려주는 제3의 여인(대리임신모)까지 등장시켜 임신의 전과정을 조목조목 나누어 시행했다는 점에서 일반의 상식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첨단의학기술의 발달로 선진국에서나 문제됐던 새로운 생명윤리(bioethics)의 정립이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새로운 생명윤리의 도출을 요구하는 첨단 의료기술의 현황과 이에 따른 갖가지 문제를 살펴 본다.

버나드 박사의 선언 이후

첨단기술을 이용한 치료는 사회가 공유한 생과 사의 개념에도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난 69년 가톨릭의대 이용각 교수(외과)팀이 처음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시킨 이래 지금까지 1천여명 가까이 이같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신장이식수술 성공률은 신장이 1년간 생존해 기능을 발휘하는 비율이 96~100%, 3년간은 85%의 수준으로 외국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최근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거부반응 억제제가 개발된 후 그 성공률이 더욱 높아져 만성신부전증 환자에게 가장 확실한 치료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신장이식외에도 안구 간 심장 등의 이식도 이미 기술적으로는 확보돼 있는 상태다.

장기이식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과연 누구의 장기를 이식하느냐의 문제, 신장같은 경우 하나를 떼내 이식해도 정상인의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나 간 심장등의 경우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국내에서는 지난 88년 3월 서울대 김수태 교수(일반의과)팀이 장기의식에 성공함으로써 장기를 합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뇌사상태를 사망으로 인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김교수는 윌슨씨병을 앓고 있던 14세 소녀에게 뇌종양으로 뇌사상태에 있던 동갑내기 소년의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던 것.

이에 따라 대한의학협회는 '뇌사연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7월 죽음의 정의로 "심장 및 호흡기능의 정지, 또는 뇌간을 포함한 전(全)뇌기능의 불가역적(不可逆的) 소실"을 채택, 종래의 심장사에다 뇌사까지 새로운 죽음으로 인정하자는 결론을 냈다.

신경외과의사 등이 중심이 된 뇌사특위 위원들은 뇌사인정의 타당성으로,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함으로써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장기이식 등 의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오며, 소생불가능 상태(전뇌기능의 불가역적 소실)의 뇌사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뇌사자 가족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현재 의협은 이같은 죽음의 정의 및 뇌사판정안을 보사부에 제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

뇌사인정의 첫 공식 선언은 지난 67년 남아공화국의 '버나드'박사가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에 성공한 뒤 다음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의학회 총회에서 있었다.

이것이 그후 구미각국 의사들간에 지배적인 죽음의 정의로 정착되기 시작, 지금은 영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동양권에선 지난 87년 대만에서 뇌사를 총통령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죽음관'과의 차이를 크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현행법은 심장사만을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일부 법률가들은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더라도 그 판정의 최종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자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아기를 가질 수 있다. 사진은 정자를 담은 시험관


한 달에 15~20건

지난 78년 영국 케임브리지시의 '올드햄' 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 방식에 의한 시험관아기 '루이 브라운'양이 태어난 이래 시험관아기는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 브라운양이 태어났을 때 이같은 임신방식은 불임가정에 희망을 주는 커다란 낭보로 받아들여졌으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인간의 상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찮게 들여왔다.

현재 불임증 치료수단으로 인공수정 및 체외수정술이 일반화, 세계적으로 이미 2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공수정아는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시험관 아기 1백20명을 포함해 3백여명에 이른다.

인공수정은 남자의 정액을 채취, 건강한 정액을 모아 복강경을 통해 부인의 자궁속으로 임신시키는 방법이다.

남자가 무정자(無精子)일 경우에는 다른 남자의 정액을 받아 부인의 자궁 속에 주입시키는 '비(非)배우자간 인공수정'도 시행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정자를 구한다'는 요지의 광고가 각 대학신문에 대대적으로 실릴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에서 '정자은행'을 운영, 은밀한 방법으로 정자를 공급받아 시술하고 있다.

부인에게 결함이 있어 제3의 여인에게 남편의 정액을 이같은 방법으로 주입시켜 임신을 하게 될 경우 인공수정에 의한 대리모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이같은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은 서울대학병원의 경우 한달에 15~20건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부인과 관계자들은 지난 50년대 인공수정이 국내에 도입된 이래 30여년 동안 1만여명 이상의 인공수정아가 태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5년 10월 12일 서울대 병원 산부인과 장윤석 박사팀이 시험관 아기를 성공적으로 출산시킨 이래 지금까지 태어난 시험관 아기는 줄잡아 1백2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병원도 서울대병원에 이어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부산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과 제일병원 차병원 등 민간병원으로 잇따라 확대됐으며 작년 3월엔 의원급 의료기관인 마리아의원(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소재)도 가세하는 등 급속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는 방법은 체외수정(IVF)과 나팔관수정(GIFT)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또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IVF와 GIFT를 병용하는 시술방법도 최근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체외수정은 남녀로부터 각각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인위적으로 체외의 시험관내에서 수정한 뒤 이 수정란을 모체에 착상, 임신시키는 방법이다.

또 GIFT는 인위적으로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모체의 정상적인 수정장소인 나팔관에 이식시켜 임신시키는 기술이다.

이같은 체외수정술의 추세에 맞추어 정자 및 수정란을 냉동보관하는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채취된 정자나 결합시킨 수정란을 셀프리저(cell freezer)라는 기계를 이용, 실온에서 -1백96℃까지 서서히 온도를 낮추어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는 1차시술에서 임신에 실패할 경우 후속시술을 계속하려면 그때마다 난자나 정자를 채취해야 하는데 이같은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즉 냉동보존 상태에서 모체의 생체리듬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시기에 자궁이나 나팔관에 이식하기 위한 방법이다.

냉동정자를 이용한 시험관 아기는 국내에서 고려대 구병산 교수(산부인과)팀이 지난 86년 6월 성공했다. 냉동수정란(수정란 동결보존)방식에 의한 시험관아기는 제일병원이 88년5월에 임신시키는 데 처음 성공했다.

미세조작술도 시행돼

이같은 체외수정술은 나팔관유착 등의 이유로 아기를 가질 수 없을 때 활용된다. 이밖에도 부인이 폐경기를 맞아 난자를 생산해 낼 수 없을 때, 부인의 자궁에 이상이 생겨 아이를 밸 수 없는 경우에도 각각 그 해결책을 마련해 주고 있다.

즉 전자의 경우에는 제3의 여인의 난자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후자의 경우 제3의 여인의 자궁만 빌리는 방법으로 불임을 해소시키고 있다.
난자공여의 경우, 제3의 여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체외수정시켜 이를 부인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기폐경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 폐경기를 맞은 중년 이후의 여성이라해도 자궁만 정상이라면 다른 여자의 난자를 제공받아 임신이 가능하게 된다.

부인의 자궁에 이상이 있어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 불임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시킨 뒤 이 수정관을 제3의 건강한 여인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시키는 이른바 대리임신모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불임부부가 유전적으로는 완벽한 부모가 된다는 점이 과거의 대리모방식과 구별된다.

종래에는 남자가 대리모와 직접 접촉을 갖는 경우(원래 의미의 씨받이)와 남자의 채취된 정자를 대리모에 인공수정시켜 임신시키는 경우가 전부였다.

이같은 방식의 차이는 생물학적으로만 볼 때 명백하게 드러난다. 최근의 대리임신모방식이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 대리모의 자궁만 10개월 빌리는데 반해 과거의 방식은 난자와 자궁 모두, 즉 임신에 관련되는 여성의 전기능을 빌린다는 점에서도 크게 구분된다.

이같은 방식 외에 남편의 정자수가 정상치보다 적거나 활동성이 약할 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지난 8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성공한 남성불임해결 방법은 채취된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대에 미세한 구멍을 내 활동성이 약한 정자와의 수정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렇게 수정된 수정란을 시험관 아기 방식과 똑같이 부인의 자궁에 착상시키게 된다.

미세조작술이라 불리는 이같은 방식은 채취된 난자와 정자의 시험관에서의 수정과정에까지 개입한다는 점에서 체외수정의 최종기술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일병원 전종영 이석준 박사팀이 이를 시도, 수정에까지는 성공했으나 아직 임신 성공사례는 없다.

대리모를 알선해 준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수정란이나 정자의 동결기술로 무기한 보존이 가능해짐에 따라 생명체의 개념을 어디에서부터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 이같은 방식으로 태어난 아기의 현행 법적 지위 및 권리에 관한 문제(친자 및 상속권 등)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은 현대의학에 의한 인위적인 생명체의 탄생방식이 자칫 인간을 상품화하는 상업주의로 흐르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의 각 유명산부인과 병원에 미국의 ICNY(Infetility Center of New York)라는 회사의 대리모 알선팜플렛이 배포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회사의 팜플렛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계약에 의해 자궁을 빌려주는 대리모가 이미 상당수 있으며 이 회사에서만도 지난 83년이래 3백여명의 아이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대리모 출산에 따른 모든 경제적 법적 사항을 전담해서 주선해주는 변호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각국은 시험관 아기시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의사들을 중심으로 체외수정에 관한 윤리요강을 마련하는 등 눈에 띄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험관 아기가 첫 탄생한 다음 해인 지난 86년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나름대로의 윤리강령을 마련했다. 체외수정 이외의 방법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시행하고, 유전자 조작은 금하며, 최고의 시설 및 기술로 태아를 신성하게 취급하고, 개인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지난 11월 초 대리모 임신방식이 처음 알려져 그 파문이 각계에 번졌을 때 서울 시민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대리모 출산방식에 반대했으며, 나머지 31%는 이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또 대리임신모에 의해 태어난 아이의 '진정한 소유권' 항목에 대해 74%가 유전자 제공의 친부모에, 26%가 대리모에 친자권이 돌아가야 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대리모의 알선^미국의 한 회사가 계약출산해줄 대리모를 소개해 주겠다며 국내 병원에 보내온 선전 팜블렛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류을상 기자

🎓️ 진로 추천

  • 의학
  • 철학·윤리학
  • 법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