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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4천여명, 국내에 50여명

시험관 아기탄생 10년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태어나는 시험관 아기. 특히 혁신기술로 알려진 초음파 이용법 동결건조법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기쁜 소식.

1978년 7월 25일 영국의 스텝토(Step toe)와 에드워드(Edwards)박사에 의하여 '루이즈브라운'양이 태어난 이래 시험관아기의 역사는 벌써 10년에 이르고 있다. 그후 시험관아기의 출산은 매년 증가,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4천여명이 태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1985년 서울대병원에서 첫 시험관아기가 탄생했다. 그후 고려대의대, 부산대의대, 경희대의대, 연세대의대 등에 이어 제일병원, 차병원 등 민간병원에서도 시험관아기의 임신과 출산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국내 시험관아기의 임신은 2백여예(例), 출산은 50여명이 된다.

그러면 브라운양의 '동생'들은 어떻게 태어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뒤로 미루자. 우선 정상임신과정이 이해 되어야 '비정상'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임신과정

매달 성숙한 여성의 난소로부터 1개의 난자가 배란된다. 이때 부부관계가 있으면 여성의 질내에 사정된 수억개의 정자가 자궁경관으로 들어온다.

이때 자궁경관의 점액상태는 정자의 운동과 성숙에 최적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정자는 자궁경관내에서 마지막 성숙과정을 거치고 수정능력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자궁내로 들어간 정자는 마침내 난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이 성숙한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도킹장소. 다시 말해 수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수정된 난자는 분화를 거듭한다. 단세포상태인 전핵상태로부터 2세포기, 4세포기 등을 거쳐 상실기와 포배기로 분화하는 것이다. 고도로 분화된 난자는 난관에서 이동, 자궁강으로 가는데 이곳의 자궁내막에서 착상을 한다.

한편 난자가 배란된 후 난소에서는 황체가 형성된다. 황체는 황체호르몬을 분비, 착상된 태아를 유지함으로써 임신이 지속되는 것.

10%가 불임

얼핏 보기에는 간단하다. 하지만 임신은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실제로 결혼한 부부의 약 10%는 불임인 것이다.

불임의 원인은 밝혀진 것이 많지만 불명(不明)인 것도 있다. 아직도 신의 영역에 속하는 '원인불명'들이 적지않은 것이다.

현대의학은 불임의 책임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묻고 있다.

'남성책임'의 주역은 비정상적인 정자. 즉 정자의 수효가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기형정자가 많은 경우에는 불임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정자가 수정능력이 없거나 정자생산이 안되는 무정자증의 경우에도 불임을 초래한다.

그렇지만 여성의 생식기 이상에 의한 불임이 더 흔하다. 예컨대 여성의 생식기인 자궁 난관 복강 등에 장애가 불임을 일으키는 것.

이같은 불임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시험관아기 출산법이다. 가령 여성의 양측 난관이 막혀있다면 불임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 정자와 난자의 결합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난자를 몸밖으로 꺼내어 정자와 수정시킨 후에 다시 자궁내로 넣어준다면 불임은 풀릴 것이다. 이것이 시험관아기 임신과정의 핵심, 따라서 의학적으로는 체외수정및 배아이식(IVF-ET)이라고 한다.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한 여성으로부터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약물을 사용, 과배란유도를 한다. 한개의 난자만 배란되면 난자채취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수정란이식에 있어서도 수정란 1개만 이식할 경우 임신율은 10% 미만이지만 3개 이상 이식하면 임신율이 15~25%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험관아기 희망여성에게 과배란유도를 한 후에는 매일 신체의 변화를 관찰한다. 즉 약물에 의한 배란반응, 난자의 성숙 등을 혈액 또는 소변의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촬영을 통해 점검하는 것.

잘 관찰하고 있다가 배란되기 1~2시간 전에 난자를 체외로 꺼낸다. 몸밖으로 채취한 난자는 미리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배양액에 담궈 계속 배양한다.

동시에 남성의 정액도 채취한다. 정액(정자를 포함)은 적절히 처리해 두었다가 난자의 성숙도에 따라 수정을 시키는데 사용한다.

정자와 난자의 결합체, 즉 수정란은 온도와 공기배합이 잘된 배양기에 보관하였다가 24~72시간 후에 다시 자궁내로 넣어준다.

이같은 방법은 난관의 장애는 물론, 복강내 이상, 자궁경부 이상, 면역학적 불임 등에 적용되고 있다.


여성의 월경주기에 따른 변화


IVF와 GIFT의 문제점

한편 이보다는 다소 '자연적인' 방법도 있다. 엄밀히 말해 시험관아기라고는 볼 수 없는 난관내수정(GIFT)법이 그것.

GIFT는 그러나 적어도 한쪽 난관이 정상인 여성에게만 사용 가능하다. 이방법의 특징은 체외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 대신 복강경을 통해 채취한 난자를 미리 처리한 정자와 섞어서 난관에 이식하는 것. IVF법과 마찬가지로 과배란을 유도, 여러 개의 난자를 얻은 후 각 난관에 보통 2개의 난자를 이식한다.

GIFT는 IVF에 비해 임신율이 약간 높다. 생리적으로 수정이 일어나는 장소인 난관에 이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GIFT는 수정란을 배양할 필요가 없으므로 종교적인 문제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GIFT는 최소한 한쪽난관이 정상이어야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GIFT시술을 하기 전에 미리 몇차례 자궁내수정(IUI)을 시행한 후에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IUI를 해서 실패한 사람만 GIFT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IUI는 미리 채취한 정액을 처리, 자궁내에 정자만 집어넣는 방법.

어쨌거나 IVF와 GIFT는 현재 많은 논란을 안고 있다. '신비'로운 정자와 난자의 인공적 조작이 종교적 윤리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기술·경제적인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여러 개의 난자와 정자를 얻기 위한 과배란유도도 단골 시비거리. 즉 약물에 의한 과배란유도는 자궁내막의 환경에 장애를 초래, 착상률이 낮아지고 유산을 쉬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여러 개의 수정란을 한꺼번에 이식하게 돼 3쌍동이 이상의 다태아 임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해결해야 될 과제다.

그리고 난자채취과정에서의 무리(수술)도 환자의 몸에 큰 부담을 준다. 동시에 수술경비도 많이 들어 이래저래 부담이 가중되는 것. 특히 배양액을 만드는데 필요한 증류수를 얻기 위한 고도의 증류장치와 배양기 등 고가의 장비도 요구되고 있다.

시험관아기의 최신기법들


스텝트와 에드워드박사의 시험관아기 출산과정


이같은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신기술이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다. 대표주자는 초음파를 이용한 난자채취법.

이 방법은 종래처럼 개복(開腹)수술이나 복강경(鏡)을 통하지 않고 간단하고 안전하게 난자를 얻어내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즉 여성의 질 안에 초음파기계를 넣고 영상을 보면서 주사바늘로 난자를 채취하는 법. 따라서 마취가 필요 없고 복강(腹腔)내 유착(癒着 장기끼리 달라 불음)이 심하거나 비만으로 인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또 난자채취율도 높고 수정도 잘 된다.

아울러 여러 번 시도해도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이 기술은 현재 국내에도 도입, 이미 성공사례를 내고 있다.

초음파채취법외에도 최근 전핵(全核) 상태 난관내 이식법(PROST), 수정란 난관내 이식법(TEST), 초음파를 이용한 GIFT, 질내 배양법(IVC), 동결보존법(cryopreservation), 미세수정법(microfertilization) 등 새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PROST는 일단 난자를 채취하여 체외 수정을 시킨 다음, 전핵상태에 이른 수정란을 복강경을 통해 난관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임신율이 상당히 높다.

TEST는 PROST보다 좀 더 오래 배양, 4세포기나 8세포기에 이른 수정란을 이식에 사용한다. 하지만 어느 시기의 수정란이 임신을 가장 잘 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초음파를 이용한 GIFT는 환자를 '부담' 스런 복강경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즉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난자를 채취하고 특수한 카데터(catheter·가는대롱)로 수정란을 난관내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방법은 시종 비(非)수술적으로 진행되므로 보다 안전한 시술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IVC는 길이 2cm의 캡슐 안에 난자와 정자를 넣고 환자의 질내에서 수정란을 배양시키는 방법이다. 사람의 신체내에서 배양하기 때문에 복잡한 고가의 배양장치가 불필요하게 되는 잇점이 있다.

냉동수정란도 등장

난자나 수정란을 영하 1백96˚C의 액화질소로 얼려 보존하는 동결건조법도 최근 국내에서 시도되었다. 이 방법은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다음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IVF나 GIFT를 시행, 얻어진 여러 개의 난자중 사용하고 남은 수정란을 보존함으로써 필요할 때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임신의 기회를 훨씬 증가시킨다. 동결시켰던 수정란을 몇 차례로 나누어 이식할 수 있고, 자연배란주기에 맞춰 자궁내에 이식하면 착상이 더 잘 된다.

세째 매번 과배란유도나 난자채취를 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환자의 육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네째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정자나 난자를 얻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다섯째 한번에 많은 수의 난자나 수정란을 이식할 필요가 없으므로 세 쌍동이 이상의 과도한 다태아 임신을 피할 수 있다.

여섯째 난자를 다른 여성에게 받거나 대리모를 통해 시험관아기를 출산할 때 배란주기를 맞추는데 훨씬 유리하다.

한편 미세수정법으로 알려진 난자내 정자주입법도 동물실험과 유전학적 검사단계를 거쳐 최근 임상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는 정자의 숫자나 운동성이 심하게 떨어졌거나 수정능력이 저하된 즉 남성불임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 IVF를 시행하는 동시에 현미경을 보면서 1백분의 1mm 이하의 미세한 주사바늘로 정자를 직접 난자속으로 주입, 수정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시험관아기의 출산은 점점 더 손쉬운 일이 돼가고 있다. 이제 시술은 극히 기본적인 시설과 인원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증류장치나 동결장치와 같은 실험실 장비나 호르몬검사를 위한 각종 장비는 모두가 상당한 고가품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데 모아 공동운영하는 센터화가 요구된다. 유럽국가들처험 국내에서도 몇 군데 센터를 설립하여 중복되는 시설투자를 지양, 외화낭비를 막고 환자의 의료비부담을 감소시키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

또 난자 정자 수정란의 취급은 곧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정신으로 임하고, 동시에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유도하는 현실감있는 보다 포괄적인 윤리강령의 등장이 요청되고 있다.

198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종민 불임크리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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