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의 계절이다. 비브리오 식중독, 소시지 식중독, 포도상구균 식중독, 버섯중독 등 식중독의 가지수는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적을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식중독의 숨은 정체를 간파해 건강한 여름을 보내자.
식중독이란 병원성 미생물이나 독성 화학물질, 또는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 후 단시간 내에 갑작스럽게 발생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병은 구토, 오심(토할듯한 기분), 복통, 설사 등을 동반하며 특히 위장에 이상을 일으킨다. 한편 이 병의 진단은 임상결과와 역학조사의 결과를 통해 이뤄진다.
식중독은 그 원인물질에 따라 세균성 식중독, 자연물 식중독, 화학물질 식중독 등으로 나뉜다.
원인균 원인독소 따로 있기도
세균성 식중독의 감염경로는 대개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미 오염 또는 감염상태에 있는 식품을 먹는 경우와, 식품의 조리, 가공및 운반 도중에 인간이나 동물에 의하여 오염되는 경우가 그것.
특히 세균성 식중독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환경 위생상태가 불량한 조건하에서는 전염병 못지않게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세균성 식중독은 세균 자체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 것과 식품에 들어온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toxin)에 기인되는 것이 있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전자를 감염형(food infection), 후자를 독소형(bacterial intoxication)으로 분류한다.
감염형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세균으론 살모넬라속균, 장염비브리오(vibrio), 장(腸)구균 등이 꼽힌다.
살모넬라 식중독은 살모넬라 타이피뮤리움(Salmonella typhimurium), 살모넬라 엔테라이티디스(Sal. enteritidis), 살모넬라 콜레라수이스(Sal. cholerasuis), 살모넬라뉴포트(Sal. newport)와 같은 원인균에 의하여 발병한다. 대개 6~48시간(평균 12~14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경련성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위장염 증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다른 식중독과 달리 발열(發熱)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
호염균 식중독(Halophilism)이란 문자 그래도 염분을 좋아하는 세균이 일으키는 식중독이다. 원인균은 장염 비브리오균(Vibrio parahaemolyticus)인데 이 세균은 0.5~10%, 특히 3~5%의 식염수에서 발육이 잘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호염균 식중독은 5월~11월(특히 7~9월)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이 식중독에 잘 걸릴 연령은 15세 이상으로 남녀별 발생비는 3대 1이다. 잠복기간은 10~18시간(4~28시간)이지만 잠복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증상은 심하게 나타난다.
임상증상은 격심한 상복통(上腹痛)으로부터 시작하여 오심, 구토, 설사(1일 5~6회 또는 20회정도)로 이어진다. 열(37~38℃)이 나고 발병후 12시간내에 설사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또 피가 섞인 변을 보여 이질과 구별이 어렵다. 발병한지 12시간이 지나면 열을 제외한 다른 증상은 완화된다. 42시간 후에는 열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며 2~3일안에 회복된다.
예방법을 알아보자, 어패류를 생식할 경우, 맑은 물로 잘 씻거나 60℃에서 2분이상 가열하면 대체로 안전하다. 흔히 소금에 절인 식품은 안심하고 섭취하는데 이는 위험한 일이다. 이 식중독의 원인균은 소금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장구균 식중독에 대해 알아보자. 이 식중독은 장내구균의 하나인 스트랩토코커스 피칼리스(Streptococcus fecalis)가 원인균이며 약 4~5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위장(胃腸)증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증상은 극히 가볍게 나타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체로 2~3일 내에 자연 회복된다.
독소형 식중독은 어떤가? 여기에는 포도상구균 식중독, 소시지 식중독, 웰시 식중독이 포함된다.
포도상구균 식중독은 독소형 식중독답게 원인균과 원인독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즉 원인균은 물론 포도상구균이지만 식중독 증상을 나타내게 하는 물질은 탄수화물성 식품에서 포도상구균이 번식할 때 분비하는 장독소(enterotoxin)이다.
이 식중독은 여름철에 많이 발병한다. 또 잠복기가 극히 짧아서 음식을 먹은 후 2~6시간안에 증상이 나탄난다. 흡수된 독소는 구토중추에 적용, 심한 오심, 구토를 일으키지만 설사는 살모넬라 식중독에 비해 심하지 않다. 급성 증상은 보통3~4시간 계속되며, 2~3일내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 중독의 감염원은 사람이다. 손과 발이 곪은 사람, 편도선염 등을 가진 사람이 만든 식품을 먹었을 때 식중독이 걸린다는 애기다.
이름보다 무서운 순대 중독
소시지식중독으로 잘 알려진 보틀리즘에 대해 알아보자. 이 식중독의 원인균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틀리넘(Clostridium botulinum)이며 이 균이 분비하는 독소(exotoxin)에 의해 발병한다. 대개 18~98시간의 잠복기간을 거친 후 신경증상(착시, 호흡근의 마비 등)을 보인다.
주요 원인 식품으로는 소시지, 육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통조림 식품이나 밀봉 식품이 문제가 되어 일명 '깡통 중독' 또는 '순대 중독'이라고도 부른다.
이 보틀리넘세균이 증식한 통조림은 깡통에 가스가 차서 부풀어 있고 깡통을 열면 악취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치명률은 세균성 식중독중 가장 높아서 50~60%(평균 30.4%)에 이른다.
웰시(welchii) 식중독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병이다. 클로스 트리디움 웰시(Clostridium welchii)균 중 A형, O향, F형 등의 균주가 분비하는 독소(exotoxin)에 의해 발병하며 갑작스런 위장증상이 특징이다.
복어중독의 원인물질은 복어의 난소, 고환, 간장, 피부, 장등에 함유된 독소인 테트로도독신(tetrodotoxin)이다.
증상은 복어를 먹은 후 20~30분 이내에 나타나지만 늦어도 4~5시간내에는 발병한다. 치사량이상의 복어독을 섭취했을 때는 8~9시간안에 사망한다. 이 시간을 넘기면 차츰 회복하기 시작하지만 후유증으로 근육마비가 생긴다.
복어에 중독되면 입술이나 혀끝의 신경마비가 가장 일반작인 증상이다. 그리고 사지(四肢) 운동의 장애, 평형감각의 이상등을 일으킨다. 심할 때는 입, 혀, 목구멍, 성대 등이 마비되어 발성불능, 눈동자 확대, 눈동자 운동 불능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의식은 명료하며 경련은 보이지 않는다. 중독자의 사인(死因)은 대개 호흡기 장애다.
복어중독을 피하려면 복요리 전문가의 요리를 먹어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특히 복어의 내장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또 물로 세척하여 버린 내장도 타인이 먹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놀랍게도 우리가 흔히 먹는 조개류에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독소가 있다. 이런 독소를 함유하고 있기에 특히 주의해야 할 조개는 홍합 바지락 굴 등이다.
그중 홍합에 의한 식중독은 홍합의 간에 함유되어 있는 독소인 마이틸로톡신(Mytilotoxin)에 기인한다. 이 독소를 가진 홍합을 먹으면 섭취한지 30분후부터 말초신경 마비와 복어 중독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호흡 마비로 인한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무시못할 식중독이다.
바지락의 중장선이나 굴의 간등에 함유되어 있는 베네루핀(venerupin)이 바지락과 굴 중독의 원인이 된다.
이 식중독의 잠복기는 1~2일이며 초기에는 37~38℃의 열이난다. 점차 진행되면 신체 각부에 피하출현반이 나타나고 간장에 이상(간장종창)이 생긴다. 또 황달이 보이며 구토, 의식의 혼미, 흥분상태가 지속되고 혈변, 토혈(吐血), 황달이 심해지면서 사망하게 된다.
증상은 식사한 후 8~24시간 내에 나타나는데 두통, 현기증, 구토, 권태, 복통, 발열, 코피, 잇몸 출혈, 설사 등이다. 심해지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무더위를 피해 산과 들을 찾는 피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때 산야에서 유혹받기 쉬운 식물이 바로 버섯이다.
유독 버섯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두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위장 증상을 흔히 구갈, 구토, 복통, 설사, 허탈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위장경련, 헛소리를 하고 혼수 상태에 빠진다. 둘째 뇌증상이 있다. 즉 뇌에 이상을 일으켜 눈동자의 축소, 식은땀, 장운동 항진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심되는 유독성 버섯의 섭취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중독이 확인되면 위세척을 하고 강심제와 포도당의 수액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자를 잘못 먹어도 걸린다.
통상 감자에는 미량(0.005~0.1%)의 솔라닌(solanine)이란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나 이 정도 수준이라면 문제될 바 없다. 그러나 발아(發芽)부분이나 녹색 부분에는 0.1%이상의 솔라닌이 함유되어 독성을 나타낸다. 이 부분의 감자를 먹으면 섭취후 수시간 내에 복통, 위장 장해, 허탈, 현기증, 의식장애등을 일으킨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 맥류(麥類·보리류)에 기생하는 세균중에는 맥각균(Claviceps purpurea)이란 게 있다. 그런데 이 세균이 생산하는 독소 에르고톡신(ergotoxin)에 의해서도 식중독의 발생이 가능하다. 즉 에르고톡신이 곡물중에 0.5% 혼합돼 있으면 독성이 나타나고 7% 들어있으면 치명적이 된다는 것.
맥각중독의 주증상은 위장증상과 신경증상인데 임산부의 경우에는 조산(早産)이나 유산을 초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