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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방사능 오염 감시체제

인력·장비난에 불성실한 직무태도

「체르노빌」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서울지역 강수물에 허용농도의 1백배가 넘는 방사능이 포함됐다는 충격적인 사실등이 에너지연구소의 보고서로 밝혀졌다.

환경오염문제는 이제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 문제로 비회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호흡한 대기가 수주일 전 유럽인들이 마주했던 대기일 수 있으며 설악산 중턱 옹달샘의 샘물이 대서양에서 증발된 물방울의 모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년 봄 한반도에서 측정된 대기오염 물질의 10%가 중공의 공업화로 인해 생긴 공해물질이었음도 환경오염이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실증해주는 예이다. 특히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대기오염과 화학공업에의한 수질오염 등은 소리없이 인류를 병들게 하는 것들로서 이른바 보이지 않는 살인행위로까지 비난받기에 이르렀다.

방사능 오염의 위협

제3의 불로 불리는 원자력 역시 이같은 오염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피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지난해의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핵누출사고는 그 피해의 엄청남을 생생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각국은 대기 수질의 오염실태를 항시 측정, 위험에 대비하고 있을뿐 아니라 방사능오염에 대해서도 24시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모니터링 시스팀(감시소)을 설치, 운용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제주 등 6개 지역에 각각 지방방사능측정소를 설치 환경방사선 오염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이들 지방측정소의 주요기능은 방사능이 위험수치를 초과할 경우 이를 일반에 공표하는 등 방사능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러나 과연 이들 지방측정소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방사능 방어체제가 빈틈없이 가동되었는지의 여부는 그동안 속시원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었다. 자료의 공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뿐 아니라 설사 자료가 공개된다 해도 지나치게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것들만 골라 발표되었기 때문.

물론 방사능오염이 순식간에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고 이 때문에 자칫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원자력발전시대를 선언하고 나섰고 세계 10위권의 원전설비를 자랑할 만큼 원자력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완벽한 시스팀을 마련치 못했다면 그야말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즉 불을 사용하려면 이 불을 끌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이미 갖춰야 하지 않겠는냐는 것이다.


(표) 환경방사능 측정 최고치(1986년)
 

충격적인 에너지 연구소 보고서

한국에너지연구소가 지난 한햇동안 전국 6개지방 방사능측정소의 측정자료를 모아 최근 종합분석한 '전국 환경방사능 조사보고서'는 이런점에서 우리나라의 방사능 방어체제의 허와 실을 점검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 환경방사능의 실태

각 지방측정소는 방사성낙진과 대기중의 부유진(浮遊塵) 및 강수물 등에 대한 전β방사능량을 측정하며 필요에 따라 야채나 상수도물에 대한 방사능도 측정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방사성 낙진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제주지역이었다. 전국 연평균이 1km²당 4.7MBq(메가베크렐)인데 비해 제주지역은 이의 2배가 넘는10.4MBq이었다는 것. 지역별로는 대전(6.7) 서울(6.4) 강릉(5.9)의 순이다.

또 월평균 최고치는 강릉지역이 22.2MBq로 최고였고 제주가 1월과 9월에, 또 서울에서 5월에 다같이 18.5MBq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최고치는 5월중 열흘동안 서울 지역에서 1km²당 159.1MBq이 검출된 것을 비롯, 6월 제주지역에서 74MBq 5월 울릉도에서 66.6MBq의 방사성낙진이 각각 검출됐다.

공기중 부유진에서 연평균 최고치를 나타낸 곳은 방사성낙진의 경우처럼 제주지역이었으며 전국 연평균인 1m³당 6.2mBq(밀리베크렐)보다 1.5배가 넘는 9.8mBq이 이 지역에서 검출됐다. 다음이 부산 (8.7) 서울(8.1) 대전(7.4)의 순이었다.

특히 공기중 부유진의 월평균 방사선량은 목포지역을 제외한 전지역이 체르노빌원전사고 직후인 5월중에 최고치를 보여 이 사고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끼쳤던 것이 밝혀졌다.

공기중 부유진에서도 역시 제주지역이 월평균 최고치를 보여77.7mBq을 기록했으며 부산이 62.9, 서울과 대전에서 다같이 44.4mBq이 기록됐다.

연간 최고치는 5월중 부산에서 1m³당 780.7mBq이 한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역시 5월중 제주와 서울지역에서 514.3mBq, 196.1mBq이 검출되었다는 것.

부산, 방사선 허용농도 1천배 넘은 날도

과기처가 고시한 방사성동위원소의 최대허용농도에 따르면 공기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1m³당 0.74mBq 이 허용한계. 따라서 제주지역의 연평균 부유분진의 방사선농도는 허용치의 13배, 5월중 평균치는 허용치의 1백배에 이른 셈이 된다. 또 일일최고치로 기록된 부산(5월중)지역의 방사선농도는 거의 1천배를 초과한 것이 된다.

이같은 최대허용치는 물론 공기를 분석하지 못한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 즉 핵종분석이 안된만큼 낮은 방사성농도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뜻에서 허용농도가 그만큼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핵종분석이 이루어졌을 경우라면 허용농도는 5배 높게 설정되어지는 만큼 각 지역의 허용치 초과배수는 5분의1로 줄어든다.

강수물의 경우 전국 연평균 전β방사능준위는 1ℓ당 1.3Bq(베크렐)이었다. 연평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서울지역으로 전국 연평균의 3배를 넘는4.0Bq이었다. 월평균에 있어서도 서울지역이 역시 최고치를 보여 5월에 39.4Bq이 측정됐으며 광주(7.2Bq, 5월) 제주(3.1Bq, 5월)의 순이었다.

강수물에 대한 최대허용농도는 1ℓ당 1.11Bq. 따라서 강수물의 전국 연평균 방사선농도는 허용치를 약간 상회했으나 월평균의 경우는 5월중 서울에서 허용치의 39배, 광주지역에서 허용치의 7배가 넘는 방사선이 각각 검출됐다. 이허용농도 역시 핵종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치이며 핵종분석이 되었을 경우 허용농도 초과배수는 3~1백분의 1이하로 낮아진다.

우리가 마시는 상수도물에 대한 방사능 측정결과, 전국 연평균 β방사선 준위는 1ℓ당 0.1Bq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허용치의 10분의1에 못미치는 것이며 전국에 걸쳐 일일 최고치도 허용치를 넘긴 곳은 없었다.

이밖에 실시된 토양 솔잎 등에 대한 전β방사능을 측정했지만 이들 시료에서는 모두 허용치를 밑도는 농도만이 검출 되었다는 것.

□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영향

방사능 준위가 급격히 상승해 평상시보다 1천배이상이 검출될 경우, 에너지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6개 지방 방사능 측정소는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이때는 10일에 한번씩 채취하던 방사능 낙진을 매일 24시간동안 채집, 측정하며 부유진은 매일 1회 수집하던 것을 하루 3번씩, 상수도물은 매주 1회씩 수거, 측정하던 것을 매일 1회씩으로 측정회수를 증가시키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각지방측정소들에서는 전β방사선만을 측정할 수 있을뿐 핵종분석은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에 β방사선이 지나치게 증가한 곳에 대해서는 에너지연구소에서 요원과 장비를 파견, 세밀한 분석 측정을 실시하게 되어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의 확산
 

「체르노빌」영향 가장 컸던 서울

지난해 4월28일 소련 체르노빌원전의 핵누출사고가 서방세계에 의해 처음 감지된 뒤 우리나라는 5월1일부터 비상 환경방사능 측정감시체제에 돌입했었다. 5월말까지 수행된 비상감시체제는 처음 13일간 하루 3회씩 측정결과를 에너지 연구소가 종합분석하는 등 분주한 활동을 폈으나 그 이후에는 하루 한번씩만 보고토록 그 경계수준을 낮추었다.

5월중 측정된 방사성낙진의 일일 최고치는 서울지역에서 11일 1km²당 136.9MBq이 검출된 것이었다. 또 광주의 경우 9일 99.9MBq, 대전지역에서 19일 88.8MBq, 제주지역에서 9일 51.8MBq이 각각 최고치로 측정됐다.

공기중 부유진의 경우 5일 광주지역에서 1m³당 2136.8mBq이 검출돼 전국 최고지를 보였으며 감시체제가 느슨해진 27일 28일에도 1천5백mBq을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됐다. 제주지역에서도 13일 1964.7mBq이 검출됐고 서울지역에서는 2일 1413.4mBq이 최고치로 검출됐다. 이를 종류미상인 방사성동위원소의 공기중 허용농도인 1m³당 0.74mBq과 비교해 보면 광주지역은 최고 2천8백배, 제주지역은 2천6백배, 서울지역은 1천9백배나 각각 허용치를 한때나마 초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수물의 경우 서울지역에서 11일 1ℓ당 131.5Bq이 측정돼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광주지역에서 9일 120.6Bq이 기록돼 허용농도인 1.11Bq보다 각각 1백배이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월중 측정된 환경방사능의 특징은 핵분열에 의한 생성물인 옥소131과 루테늄103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이들 방사성 동위원소가 국내에서도 검출됨으로서 5월중의 급격한 환경방사선의 증가가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문임이 증명되어진 셈이다.

5일 충주지방에 내린 빗물에서 옥소 131핵종이 1ℓ당 55.5Bq이 검출되었으며 6일 충남 금산과 강원도 홍천지방에서도 역시 옥소131 핵종이 1ℓ당 48.1Bq씩 검출됐다. 이같은 수치는 옥소131의 수중 최대허용농도(가용성일 때)인 11.1Bq보다 각각 4~5배에 달하는 것.

또 서울과 충주지방에서 6일 채취된 야채에서는 루테늄103 핵종이 1g당 0.37Bq, 4.1Bq이 각각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농도는 허용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

공기중 부유분진에서도 옥소131 핵종이 검출돼 6일 대전지역에서 22.6Bq의 옥소131이 검출돼 허용치인 3.7Bq의 6배에 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허용치를 초과했던 옥소131의 반감기는 8일로 짧아 그 피해가 큰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루테륨103 핵종의 경우도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았던 만큼 이들 핵분열 생성물에 의한 인체피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문제점

에너지연구소의 조사보고서는 우선 인력과 장비의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 전체를 한 사람의 측정인원이 전담하고 있다는 사실과 나머지 5개 지방 방사능측정소가 모두 지방대학내에 설치된데다 운용요원도 대학교수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것. 결국 측정요원을 대학생이 대부분 맡고 있는 셈인데 이들의 졸업에따라 측정요원도 부득이 바뀔 수밖에 없어 전문화는 바라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장비면에서는 대전 에너지연구소를 제외한 6개 지방측정소에 설치된 장비들이 모두 핵종분석을 할 수 없는 수동식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에너지연구소가 매년 두차례 실시하는 방사능측정기의 효율검사에서 에너지연구소 보유의 측정기들은 30% 내외의 측정효율을 보인 반면 6개 지방측정소의 장비들은 측정효율이 12~19%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지방측정소의 장비성능은 두차례의 측정 효율검사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해 장비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인력 및 장비의 문제외에도 방사능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일반에 공표 하는 행정체제에도 심각한 헛점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체르노빌」원전의 복구작업. 철근과 콘크리트로 된 방호벽을 치고 있다.
 

당국의 축소발표와 소극적 태도

에너지연구소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중 최고 β방사능을 보인 곳은 과학기술처가 당시 발표했던 충주지역(5월5일)이 아니었으며 이보다 2배가량 높은 방사능이 서울지역(11일)과 광주지역(9일)에서 각각 검출됐던 것으로 지적됐다.

물론 과기처의 발표는 옥소131 핵종만을 따질 때는 정확한 것이었지만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체β방사능인 만큼 과기처의 발표는 다분히 '촛점을 흐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함께 과기처는 충주지역에 1천5백pCi(피코큐리)의 옥소131 핵종이 검출 됐다고 밝히면서 옥소131 핵종의 수중 최대허용농도를 10배나 높여 3천pCi라고 발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위험을 감추려한 사실도 밝혀졌다. 즉 과기처 발표대로라면 충주지역에서 검출된 옥소131 핵종은 허용치의 2분의1에 불과한 것이되지만 실제 허용농도인 3백pCi와 비교하면 무려 5배가 초과한 양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축소발표 외에도 과기처는 핵종분석이 되지않은 상태에서 서울과 광주지역의 강수물에 허용농도의 1백배가 넘는 방사능이 함유됐던 사실을 끝내 발표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과기처의 소극적 태도는 인접국인 일본의 경우 원자력 군함이 자국내 항국에 기항할 때마다 과학기술청 해상보안청 수산청 및 관할 시와 현이 합동으로 방사선을 조사해 심지어 해수나 해저토양의 오염여부마저 여지없이 즉각 발표하는 것과는 너무도 판이하다.

또 일본은 소련 체르노빌원전사고 때 가장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환경방사선 감시체제를 운용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면서도 현재 32개인 지방 방사능 측정소를 오는 91년까지 47개로 늘리기로 하는 한편 모든 지방 방사능 측정소의 측정기기 모두를 핵종분석이 가능한 장비로 교체키로 하는 등 완벽을 기해 나가고 있다.

특히 조사측정된 방사선자료는 전문가와 학자들로 구성된 방사선 감시위원회의 평가에 따라 민간에 즉시 공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원전건설 내용에서부터 원전의 안전성 점검결과에 이르기까지 매번 일반에 공표하길 꺼리는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26일 새벽1시23분48초. 소련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의 한 원자로에서 취급자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련은 이 사실을 이틀간이나 공표하지 않고 숨겼다. 그것은 핵누출로 인한 인명피해보다 소련이라는 국가의 명예가 중요하다는 안이한 국수주의자들의 비인간적인 발상에 따른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체르노빌 핵누출사고를 처음으로 감지해낸 스웨덴국립방사선연구소는 스웨덴 동쪽해안에 내린 빗물에 정상치보다 1백배나 높은 방사능이 함유 됐다는 사실을 서슴없이 발표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함께 기울이는 용기를 보였다. 위험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함께 그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슬기있는 자세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고 직후인 4월30일 장관이 불참한 가운데 과기처차관 주재로 방사능대책회의를 열고 지방 방사능 측정소를 비상가동키로 결정하면서도 "누출된 방사능이 우리나라에 날아온 징후는 없다" "사고지점의 소련 상공 기류는 대개 만주→한반도 북단→일본 북부로 흐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직접 영향권하에 있지 않다"는 등 섣부른 추측을 해대 오히려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었다.

이같은 과기처의 태도는 일본정부가 당시 비상각료회의까지 열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회의를 가졌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눈으로 볼 수도 또 냄새를 맡거나 그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으며 맛을 볼 수도 없는 죽음의 전조.

인간이 잉태한 모든 문명의 이기들은 모두가 이같은 반대급부로서의 죽음 또는 이와 유사한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때문에 제3의 불로 불리며 인간을 에너지위기로부터 구출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원자력발전 역시-굳이 원자폭탄의 가공할 파괴력을 보았대서가 아니라-'언제 어떤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무겁게 짐지우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이같은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원자폭탄을 수없이 제조해 쌓아두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험보다는 이점이 많기 때문이며 결코 1백% 완벽한 이점만이 있다고 판단해서가 아님은 당연하다. 이같은 논리는 생필품으로 자리잡은 자동차가 수없는 사람을 죽음으로 여전히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과 전기가 끊긴 미국 뉴욕의 밤거리에서 벌어진 방화 강도 살인의 혼돈을 경험했으면서도 여전히 우리가 자동차를 타며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투영된다.

결국 이점만이 생각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다 순식간에 죽음을 맞는 것도 삶의 한 형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늘속에 감추어진 문명의 뒷모습을 더욱 밝게 조명해보고 나아가 위험을 보다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른 문명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국민에 떳떳이 알리는 자세 아쉬워

이런 점에서 지난해 4월26일 발생했던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핵누출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생생한 기억으로 다가선다. 소련이 핵사고 사실을 이틀간 혹은 영원히 전인류를 상대로 은폐하려 했다는 끔찍한 발상을 했다는 사실이 그렇고 명실공히 원자력발전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우리나라가 사고에 대비한 완벽한 인력과 시설 또 경보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자꾸만 아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그나마 갖춘 장비로 측정된 일촉즉발의 방사능을 국민에게 떳떳히 밝힐 수 있는 용기는 차치하더라도 그 사실을 오히려 숨기려했다는 미필적 고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의 환경방사능은 체르노빌사고 직후인 5월을 제외하면 평온했다. 연평균방사선이 허용치를 초과했던 것도 5월의 영향이었다. 5월중에서도 짧은 며칠간의 방사선이 그토록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 며칠간을 위해 방사능감시체제가 가동되고 있음은 명백하다. 지루하기도 하고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감시체제는 그러나 결코 소올히 할 수 없는 국민생존을 위한 중요기능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방사능감시체제를 끊임없이 보강해 나가야만 하고 위험한 사실을 즉각 국민에 공표하는 책임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가진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로 그 정보들을 국민에게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198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수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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