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머니와 동생 팥쥐의 구박을 받는 콩쥐. 어느 날 콩쥐에게 무척 어려운 숙제가 생겼어요. 커다란 볏짚 주머니 속 볍씨의 껍질을 모두 벗기고, 밑부분이 깨져서 물이 줄줄 새는 장독에 물을 꽉 채워야 한대요! 껍질을 까야 할 볍씨의 개수는 몇 개일까요? 장독에 채워야 할 물의 양은요? 콩쥐에게 주어진 미션을 낱낱이 살펴봐요!
참새 친구 2만 마리 모여라!
새어머니가 콩쥐에게 찧어 놓으라고 한 ‘벼 3섬’의 크기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섬’은 지금 우리가 쓰는 부피* 단위로 약 180L에 달하는 크기예요. 1L는 1000mL이고, 1mL는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cm인 정육면체에 담긴 액체의 부피와 같아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곽에 담긴 우유 한 통의 양이 1L예요. 1섬에는 큰 우유가 180통이나 들어가겠네요!
콩쥐가 살던 조선시대에는 섬 말고도 작, 홉, 되, 말이라는 이름의 부피 단위가 있었어요. 과학자이자 음악가였던 박연이 세종대왕의 명령에 따라 만들었지요. 가장 작은 단위는 ‘1작’으로, 좁쌀 1200개가 들어가는 길쭉한 관의 크기예요. 1 작이 10개 모여 10작이 되면 1홉, 10홉은 1되, 10되는 1말, 10말은 1섬이었지요. 즉, 1섬은 좁쌀 1200만 개, 3섬은 좁쌀 3600만 개의 부피예요. 볍씨는 좁쌀보다 크기가 커서 3섬에 약 1800만 개가 들어갔을 거예요.
그렇다면 콩쥐를 도와준 참새는 눈 깜짝할 새에 볍씨 1800만 개를 깠다는 말씀 ! 참새 한 마리가 1초에 볍씨 하나를 깐다고 했을 때, 15분 동안 900개를 깔 수 있어요. 한 마리의 힘으로는 부족했겠네요. 2만 마리의 참새 친구와 함께라면 15분 만에 볍씨 1800만 개를 모두 깔 수 있었을 거예요!
180kg도 견딘다, 의리의 두꺼비!
콩쥐의 두번째 미션은 깨진 독에 물을 채우는 거였어요. 두꺼비는 구멍에 등을 대고 막아 콩쥐가 물을 채울수 있게 도와줬지요. 조선시대에 흔히 쓰던 독은 들이*가 약 32L였어요. 큰 것은 들이가 1섬 이상, 즉 180L가 넘기도 했지요.
만일 콩쥐가 한 번 물을 길어오는 데 15분이 걸리고, 한 번에 1되(1.8L)만큼의 물을가져올수있었다면,32L짜리 독을 다채우는데는 약 4시간 30분이 걸려요. 180L짜리 독이었다면 25시간이나 걸렸을 거예요! 이렇게 물을 채웠다가는 너무 늦어서 잔치에 갈 수 없었겠지요.
어쩌면 콩쥐는 힘이 아주 세서, 한 번에 1섬(180L)의 물을 길어올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15분만에 일을 끝냈을테니까요! 두꺼비도 무척 힘이 셌던게 분명해요. 물 180L의 무게는 약 180kg이거든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평균 몸무게가 약 30kg이니, 180kg은 3학년 학생 6명의 몸무게와 같지요. 하지만 아무리 튼튼한 두꺼비라도 온종일 등에 180kg을 이고 있는 것은 힘들 테니, 콩쥐가 잔치에 갔다가 빨리 돌아오길 비는 수밖엔 없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