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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순찰대원 고딱지] 어푸어푸 행성의 새로운 왕

‘응? 바위가 움직여? 에이, 내가 잘못 봤겠지.’
딱지는 의심을 거두고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문어처럼 보이는 건 없었습니다. 
‘응?’
딱지는 뒤쪽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재빨리 몸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뭔가 움직였던 것 같은데….’
딱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조금 앞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문득 눈앞에 있는 큰 바위가 어딘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어라? 저 바위가 아까도 저기 있었던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바위의 색깔이 묘하게 변했습니다. 
그 순간 바위가 활짝 펼쳐지며 기다란 촉수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촉수 하나의 길이가 10m는 되어 보였습니다. 
“으악! 촉수 괴물이다!”
촉수 서너 개가 딱지를 향해 날아왔습니다. 딱지는 허둥대며 간신히 촉수를 피했습니다. 
‘무기! 무기가 어딨더라?’
잠수복을 입고 있어서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딱지는 간신히 잠수복의 작살을 꺼내 겨누었습니다. 하지만 촉수 괴물은 빨랐습니다. 딱지가 쳐다보자마자 옆으로 휙 움직여 버려서 눈으로 쫓아가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때 촉수가 날아와 딱지의 등을 후려쳤습니다. 
“으악!”
딱지는 앞으로 날아갔습니다. 두 번째 촉수가 날아왔습니다. 딱지가 두 번째 촉수를 향해 작살을 쏘았습니다. 촉수는 재빨리 움직여 작살을 피했습니다. 동시에 세 번째 촉수가 딱지를 때려 바닥에 처박았습니다. 
‘아고고, 아프다.’
딱지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촉수 괴물의 몸통을 향해 작살을 겨누었습니다. 
‘제발, 맞아라!’
“안 돼! 위험해요!”


어디선가 나타난 어두운 빛이 작살을 가로막았습니다. 딱지는 깜짝 놀라 작살을 옆으로 치웠습니다. 촉수가 몇 개 날아와 어두운 빛을 휘감았습니다. 딱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 굵은 촉수에 휘감기면 숨이 막혀서 죽을 게 분명했습니다. 딱지는 서둘러서 작살을 다시 겨누었습니다. 그런데 어두운 빛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문어 님! 걱정했잖아요~!”
‘뭐? 문어 님이라고?’
딱지는 자기도 모르게 작살을 내려놓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촉수 괴물은 어두운 빛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두운 빛은 자기 몸을 휘감은 촉수를 가만히 쓰다듬었습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문어 님.”
‘저, 저게 촉수 괴물이 아니라 문어였어? 저렇게 큰 문어였다니….’
그러고 보니 아무도 딱지에게 문어가 얼마나 큰지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딱지는 어쨌든 문어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릿빛 지느러미를 비롯한 다른 족장들이 헤엄쳐 오더니 문어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문어 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역시 저 녀석이 납치한 게 맞았군요! 벌을 내려야….”
“잠깐만요! 어두운 빛이 문어 님을 납치한 게 아니에요. 제가 보증★해요!”
딱지가 나선 뒤에야 족장들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 녀석이 시중을 잘 못 드는 바람에 화가 나셨겠지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어가 팔 하나로 모래밭에 무늬 몇 개를 그렸습니다. 그걸 본 어두운 빛도 무늬를 그렸습니다. 
“뭐라고 하신 건가요?”
딱지가 묻자 어두운 빛이 대답했습니다. 
“다시 만나서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애초에 왜 도망친 거였을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문어가 촉수를 들어 어느 한쪽을 가리켰습니다. 그곳에는 바위 무더기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 조그만 문어 한 마리가 헤엄쳐 나왔습니다. 
“오오! 문어 님이 후계자를 낳으셨어!”
인어 부족장들이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아, 아기를 낳으려고 조용하고 안전한 곳으로 왔던 거였어요! 그래서 피 냄새도 났던 거고요!”
아기 문어가 엄마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모두가 흐뭇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위 무더기 뒤편에서 불상어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불상어는 아기 문어를 향해 입을 벌렸습니다. 시뻘건 목구멍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아, 안 돼!”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다들 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유일하게 반응한 건 어두운 빛이었습니다. 딱지조차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어두운 빛이 쏜살같이 튀어 나가 아기 문어를 끌어안았습니다. 동시에 불상어가 끓는 물을 내뿜었습니다.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린 족장들이 작살을 쏘아댔습니다. 불상어는 작살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지만, 분노한 문어의 팔에 한 대 얻어맞더니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습니다. 딱지가 황급히 어두운 빛에게 다가갔습니다. 
“괜찮아요?”
“네, 아기 문어는 무사해요. 전 꼬리지느러미를 좀 덴 것 같지만 금방 나을 거예요.”
“휴우, 다행이에요.”
“어푸어푸 행성의 법에 따르면 아기 문어가 태어나면 새로운 후계자인 아기 문어가 왕을 선출하게 돼요.”
“그렇군요. 어쨌든 경사네요, 경사!”
“그나저나 다른 우주순찰대 분은 어떻게 된 걸까요?”
“아차!”
딱지는 용용이 무사한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수중 도시로 귀환한 딱지는 용용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용용은 무사했습니다. 
“내가 하도 요리조리 도망 다니니까 지쳤는지 다른 데로 가버리더라고. 그런데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서 쫓아가질 못했어.”
아기 문어가 불상어에게 당할 뻔한 이야기를 했더니 용용은 큰일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다음 날 새로운 왕을 뽑는 선출식이 열려 딱지와 용용도 참석했습니다. 화려하게 꾸민 거대한 건물 한가운데 거대 문어가 자리를 잡은 채 아기 문어를 안고 있었습니다. 다음 왕이 누가 될지 궁금한 인어들이 건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시간이 되자 여섯 부족의 족장이 걸어 나와 문어를 둥글게 둘러쌌습니다. 이제 문어가 왕을 선택할 차례였습니다. 
거대문어가 아기 문어를 놓아주었습니다. 아기 문어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어딘가로 헤엄쳤습니다. 그 방향에는 블랙홀 뱃속이 있었습니다. 다들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기 문어는 블랙홀 뱃속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쭉 가더니 군중 속에서 구경하던 누군가에게 안겼습니다. 그건 바로 어두운 빛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인어들이 웅성거렸고, 여섯 부족장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당황한 건 어두운 빛 자신이었습니다. 어쩔 줄을 모르고 아기 문어를 안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와! 새로운 왕이다!”
딱지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박수치며 환호했습니다. 용용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그러자 딱지 주변의 군중들도 따라서 박수치며 환호했습니다. 어두운 빛은 군중들에게 떠밀려 중앙으로 걸어나갔고, 거대문어가 어두운 빛에게 왕관을 씌워 주었습니다. 
‘3년 동안 훌륭한 왕이 되기를….’
딱지는 마음속으로 기원했습니다.

2022년 19호 어린이수학동아 정보

  • 호관(SF 소설가)
  • 진행

    최은혜 기자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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