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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딱지는 무럭무럭 행성과 충돌하려는 혜성으로 날아가 폭탄을 설치한다. 간신히 설치를 마치고 돌아오려는 순간, 예기치 않게 혜성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또 다른 므티 족을 마주치는데
“기록에 따르면 1500년쯤 전에 무럭무럭 행성에서 큰 화산이 폭발한 적이 있대. 그때 폭발에 휘말려 혜성으로 날아갔을 수 있어.”
루띠가 딱지에게 통신기로 설명했습니다. 그때 프로보가 끼어들었어요.
“뭐라고? 그럴 확률은 화산 폭발로 날아간 조그만 씨앗 하나가 50년에 한 번씩 오는 혜성 속으로 날아 들어갔는데 때마침 거기에 빛을 내는 미생물이 살고 있을 확률과 같다!”
“뭐래? 당연한 소리잖아, 프로보! 끼어들지 마!”
루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딱지는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나무는 혜성 속에서 무려 1000년 넘게 혼자 살아왔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혼자서 그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잠깐만요.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다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 거죠?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을 텐데.”
“무럭무럭 행성의 나무는 말하는 능력이 유전자에 저장되어 있어. 그래서 싹을 틔우자마자 말할 수 있지.”
“그렇군요.”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갑자기 나무가 물었습니다. 딱지는 화들짝 놀라 대답했습니다.
“저는 우주순찰대원 고딱지입니다. 이 혜성이 무럭무럭 행성과 충돌할 위험에 처해 있어서”
그 순간 딱지는 폭탄이 떠올랐습니다.
‘아! 폭탄!’
폭탄이 터지면 무럭무럭 행성은 안전하겠지만, 안쪽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 여기 있는 이 나무는 죽게 됩니다. 딱지는 재빨리 헬멧을 쓰고 온 길을 되짚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를 가나요? 잠시만 더 있어 주면 안 될까요?”
등 뒤에서 나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딱지는 서둘러 아까 설치해 놓은 폭탄을 찾아갔습니다. 타이머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폭탄을 정지시키려다가 멈칫했습니다.
‘이 폭탄을 터뜨리지 않으면, 무럭무럭 행성에서 수천만 명이 죽게 돼.’
그때 해롱 선장이 말을 걸었습니다.
“딱지야, 그 폭탄을 멈춰선 안 돼.”
“알아요, 하지만”
“한 명을 살리려다가 수천만 명이 죽을 수도 있어.”
“안다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한 명이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어요!”
“고딱지 대원!”
웬일로 해롱 선장이 근엄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우주순찰대는 감정에 치우쳐선 안 돼.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때부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해롱 호로 나무를 대피시키면 어떨까?”
“나무를 데리고 나오기에는 굴이 너무 좁아요.”
“폭탄을 멈추고, 해롱 호로 혜성을 끌어서 궤도를 바꾸면 어떨까요?”
“해롱 호로 끌기에는 혜성이 너무 커요.”
“폭탄을 멀리서 터뜨려 혜성을 살짝 밀게 하면 어떨까요?”
“너무 위험하고 결과 예측이 어려워.”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딱지는 폭탄이 터지기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죠?”
“흐음뾰족한 수가 없구만”
해롱 선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아무도 더 의견을 내지 못하고 침묵만 지켰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시간만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던 딱지는 일순간 감정이 북받쳐 울면서 큰 소리로 절규했습니다.
“으아아!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양쪽 다 구할 수는 없는 건가요? 전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딱지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때 통신기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하긴! 다 같이 하면 되는 거지.”
딱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목소리는”
페가수스 선장의 목소리였습니다. 페가수스 선장이 다시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페가수스 호, 요청을 받고 도착했다.”
곧이어 처음 듣는 목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습니다.
“리이오히 호, 요청을 받고 도착했다.”
“카리나 호, 요청을 받고 도착했다.”
“새벽별 호, 요청을 받고 도착했다.”
순식간에 10대가 넘는 우주순찰대 우주선이 혜성 주위에 나타났습니다. 통신기에서는 해롱 선장과 해롱 호 대원들이 배가 터져라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푸하하하하! 딱지 쟤 우는 거 봤어?”
“눈물에 젖어서 우주복 망가지면 어쩌나~. 크하하!”
딱지는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다들 어디서”
한참을 웃던 루띠가 설명했습니다.
“미안해, 딱지야. 실은 너에게 교훈을 가르쳐주려고 그런 거였어.”
“교훈이요?”
“그래. 바로 우주순찰대는 우리 해롱 호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혼자서 안 될 때는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거지. 실은 아까 나무를 발견했을 때 본부에 요청해서 근처의 우주선을 다 불러 모았어. 이제 다 같이 혜성을 끌어서 궤도를 바꿀 거야. 그러면 양쪽 다 무사해지는 거지.”
딱지는 눈물범벅이 된 채로 웃었습니다.
“다행이에요. 그러면 이제 폭탄은”
“아차! 폭탄! 깜빡하고 있었네. 빨리 정지해!”
딱지가 서둘러 폭탄의 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남은 시간은 불과 몇 분이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딱지가 주위를 둘러보자 각각의 우주선에서 우주복을 입은 대원이 나와 혜성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동료 우주순찰대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며칠 뒤 딱지는 다시 무럭무럭 행성에 착륙했습니다. 우주순찰대가 혜성에서 조심스럽게 옮긴 나무는 다행히도 무럭무럭 행성에 뿌리를 잘 내렸습니다.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내게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동안 외로웠을 텐데 여기서 행복하게 지내세요.”
“생각할 거리가 많이 생겨서 좋아요. 앞으로 하늘은 왜 파란지, 태양은 왜 빛나는지, 우주는 왜 이렇게 넓은지 생각해 보려고요. 혜성 안에서는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었거든요.”
역시 므티 족은 타고 난 철학자였습니다. 딱지는 작별 인사를 하고 해롱 호로 돌아갔습니다. 우주선 안에서는 해롱 선장이 루띠를 붙잡고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페가수스 표정 봤어? 지가 도와줬다고 얼마나 잘난 척인지? 내가 진짜 그 꼴 보기 싫어서 도움 요청하기 싫었는데 진짜. 어휴, 안 할 수도 없고다음에 또 만나기만 해 봐라. 그냥 콧대를”
“아, 그만 좀 해요~! 지겨워~.”
루띠는 귀를 막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딱지는 그런 모습을 보며 슬며시 웃었습니다.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힘을 합쳐 멋지게 임무를 완수한 우주순찰대 최고~! 계속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